햇볕은 어느 덧 맑고 바랜듯한
겨울 빛을 띠고있다.
겨울 숲은 적막하고 고즈넉하다.

언젠가처럼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며
내가 늘 다니는 길옆 작은 호숫가에서
잠시 차를 정지했다.

집으로 바로 갈까하다가 운동 삼아
호수를 산책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저녁의 호수는 숲 속의 향기와 어우러져 미소를 띤 듯하다.
이 길에서 백조를 발견 한 건 지난 봄이었다.

처음 보는 날,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호수위에
흰 조각상처럼 생긴 것이 둥둥 떠있는 걸보고
두개의 모형 프라스틱 백조인 줄만 알았다.
동네에 사는 짓꿎은 누군가가 장난을 친 줄로 만 알았다.

지날 적마다 긴 목을 마치 엿가락 모양으로 구부리고 정지한 듯
그림처럼 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 비가 몹시 내리던 날이었다.
그 길다란 목을 완전히 몸통 속에 집어 넣어 
하얀 공 모양을 만들어 호수 위에 떠있어,
비로서 그것이 살아있는 그 아름다운 백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내 가슴 밑에서 희고 푸른 서늘함이 뭉클 올라오는 것이었다.

요즘 보니, 두 마리였던 것이 네 마리가 되었다.
새끼를 낳은 것일까? 아빠, 엄마, 딸, 아들 ..?
잠시 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날씨가 화창한 날은 마치 쾌속정이 물살을 가르며 달리듯이
대각선 혹은 일직선으로 네 마리는 모양과 간격을 바르게하고
유유히 떠다니는 그 모습은 숲의 경치와 어우러져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준다.

어느 덧 시간은 2010년의 마지막 날에 와 있다.
참으로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주위를 보면 나만 바쁜 것이 아니라 모두들 하는일 없이 바쁘다고 한다.
인터넷 시대가 되고보니 새해 카드조차 쓰기 싫어져 메일로 안부를 드리고 말았다.

살아가며 내 팽개치고 버려진 그 무언가에 정말로 우리가 모르고 있던
값진 삶의 소중함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
나중에 후회할 줄 뻔히 알면서 당장에 쉽고 눈에 들어오는 것만을
쫒는 내 삶...

호수를 다시 바라본다.
아까부터, 여전히 똑같은 모양으로
우두커니 ~ 미동도 하지않고 떠 있는 그 우아한 모습 이여!

왠일인지, 오늘따라 그런 단조로움 속에 진실로 평화로움이
함께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곤 스스로 놀라워진다.
늘 내가 바라는 안정과 평화란 "단순한 삶"에서 오는 것인데...

현대인의 대부분의 질병들이 지나친 욕망과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역시 그런 일상 안에서 살았던 것 같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음식에도 양념이 넘칠때는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고, 

머리속의 생각이 지나칠때는 마음이나 몸에 병이 오는 법,

삶에서는 지나침이 모자람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많다.

단순한 삶으로 가는 것 역시 쉽지만은 않다.

 끊임없는 자신의 내면의 깊은 성찰과

잘못가는 방향을 발견했을때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용기가 따라야 하는데.....

요즘은 주위의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세상살이가 어려워 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밝게 가지고

하루하루를 힘차게 열고싶다.

어떠한 경우라도 꼭 희망을 가슴에 담자.

희망을 가슴에 새기는 것 만으로도

 이미 50%는 이루어 졌다고 한다.

어느새 겨울의 짧은 햇살은

저녁노을 사이로 몸을 감추며,

호수 위로 한움큼의 가녀린 겨울 햇살을

조심스레 떨구고 있는데 ...

어디 선가 불어오는 차고 투명한 바람 한 줄기가

내 머리칼을 날린다.

"한해 동안 이루어 놓은 뜻깊은 일은 없었지만

그냥 이 해를 잘 넘긴 것에 감사하자."

아무 일 없이 가족 모두 건강했음을 감사드리며...

밝아오는 2011년을 향하여 조용히 두손을 모운다.

글, 사진, 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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