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살았던 우리 집을 찾아가는 날이다. 

오랫만에 옛날, 우리 가족이 살았던 동네에 일이 있어 갔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불현듯 옛날 살았던 우리집이 보고싶었다.

자동차 차창을 통하여 멀리서 옛날 집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집이 가까워 질수록 이상하게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옛날 좋아했던 친구가 어떻게 변했을까? 하며
만나러 가는 그런 심정이 내 마음 한켠에서
소용도리을 친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였다.

이 집은 우리 가족이 십년을 넘게 살았던 정들었던 곳이다.

옛날 집에 가까이 오니 내가 심었던 나무들이 몰라보게 자라
정원에 가득히 차서 오손도손 잘 살고 있었다.
나를 알아보기라도 하는 듯, 겨울 바람에 일제히 가지를 흔들며 반겨준다.
년말년시 가슴설레이는 시간, 집에는 아직도 울글블긋 성탄장식들이

이곳저곳 그대로 남아있었다.울 아들들과 만들었던 창문 장식이 어렴풋이

나의 추억 안에서 잠시 흔들린다.

새로운 주인은 나무와 집을 잘 가꾸는지...?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다행히 집은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여전히 아늑하고 예뻐보였다.
새 주인과 정을 붙이고 잘 살아가는 듯하여 마음이 놓인다.

유리창을 통하여 아들들 방을 바라보는데 애틋함까지 뭉글뭉글 올라온다.

우리 부부가 기거했던 방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많은 추억들이 필름처럼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집을 팔고난 후 처음 온 터라 많은 감회가 가슴 한켠에서 벅차오른다.




문득, 내 기억속의 나의 유년의 시절,

내 기억 저편에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생생히 남아있는

내고향 오래된 우리집이 떠 오른다.

집은 흔히 보는 평범한 그런 집이었지만, 집터가 아주 넓어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던 우리집, 봄부터 가을까지 꿈의 꽃동산이었다.
매화꽃,봉숭아,채송화,분꽃,무궁화,장미,난초,원츄리 그리고 나팔꽃등, 
지금도 이 꽃들을 만나면 그리움처럼 내 마음을 뒤흔든다.

어릴때부터 어머니가 하시는 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난 저절로 나무와 꽃에 대하여 그냥 알게 되었다.
나무 씨뿌리는 것, 모종하는 것, 나무 젖 붙이는 것까지도 ...

국화까지 수없이 많은 종류를 만들어 키우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그대로 떠 오른다. 

지금도 꿈에 시골집 방과 뜰이 나와서
나를 놀게 해준다.

잊을수없는 추억으로 내 맘에 깊숙히 밖혀있다.




이 집은 새로 지어 첫 주인으로 우리 가족이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내 마음이 부풀었겠는가? 그 흥분과 기쁨을 잊을수 없었다.

집을 소개한 유태인 리얼터(부동산 소개인)가 너희 부부는 행운이야!
미국 태어나서 살아도 새 집을 가지기란 쉽지 않은데. 하며
우리 부부를 치켜세웠으니까,

새 집을 가지니 어찌나 기뻤던지 잠이 오질 않았다.
드디어 내 안에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왔다 싶어,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내 머릿속은 나무와 꽃으로 꽉 차 있었다.

그 시절은 나무를 가꾸고 정원 가꾸는 것이 나의 유일한 취미였다.
늘상 손에 흙을 묻히며 살았다. 바쁜 비지니스 일을 하면서
온통 나무와 꽃 생각만이 머리속에 가득했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 깊은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고단한 몸과 마음은 흙을 만짐으로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날라가는 듯 했다.

그 집에 살면서 나무를 좋아하여 봄이면 나무와 꽃를 엄청 많이 심었다.
나무 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아마도 내 마음 깊이 
가뭄에 비를 기다리 듯 이런 날을 기다리고 살았나 보다.




내가 살고있는 뉴저지는 땅은 비옥하지만 흙은 아주 단단하다.
흙속에 잔 돌덩이 까지도 어찌나 많았는지...
주로, 나무 사는 것은 내가 하였고,
땅을 파는 것, 나무 심는 것은 남편의 몫이 되었다.
내가 힘이모자라고 약하니 언제나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미 두 아들은 모두 대학으로 가서 이 집에 살지 않고 있으니
어쩔수 없이 울 남편 몫이 되고 말았다.

마음만은 오직 나 밖에 모르고 살아 온 울 남편, ㅎㅎ
무슨일이나 마다않고 들어줘서 고마웠다.

어느해 봄에는 작은 것을 포함하여 족히 60그루을 심었던 것 같았다
그날은 힘이 들었는지, 남편이 나무를 쭉~ 보더니,

"어이, 보소! 이 집에 참말로 호래이 나오겠네.호래이~"
"당신 말이데이,호래이가 와서 물고 가문 우짤라꼬 이리도 나무를 심자카노?"

웃음을 주는 경상도 말로서 나를 배려하며, 자신의 힘들었던
속내를 표현했었던 것이다. 나무를 심으면서 
속깊은 성품은 말은 못하고 힘이 들었나 보다.

나는 겉으로 못들은척 아무말도 안했지만 속으로는 어찌나 그 말이 우스운지,
숨을 죽이며 쿡쿡~~~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철이 없었던 나, 에고 미안해라.
 
이 집을 바라보며, 그때의 추억이 떠 올라 나도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이상하다. 참말로 이상하다.

집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에 오르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들었던 옛 친구랑 헤어지는 것 같아 내 마음 한켠이 자꾸 젖어들었다.
멀리서 주인 모르게 한참 동안을 서성이며 옛날 집을 바라보며 머물었다.

집이 예뻐서 집을 내 놓은지 10일만에 어느 백인 부부에게 팔렸었다.
나의 애정이 가득했던 집, 팔때도 살때보다 2배 이상의 값을 받았으니...

아마도 그것은 정원과 나무와 꽃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키웠던 
아름다운 수고의 값어치일까?
무생물(집)에게도 정성을 쏟으면 꼭 은헤를 갚는 것일까...?

그날, 옛집을 보고 집으로 달려오는 동안 내내~
가슴이 몹시 울렁거렸다.
누가 내 마음을 알까?

이 가슴 안으로 촉촉히 젖어드는 이 내 마음을...

글과 사진/ 신디

{수채화/2007년 작품} "저 꿈을 향하여"

오신 미시님, 2010년에도 가슴에 간직한 꿈을 향해 멋지게 나르시고

희망으로 가득찬 아름다운"Sweet home"을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