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서 아이들이 초등학교때 였다.
어느날 한가로이 쉬며 동네 TV방송국을 보았었는데 그 방송을 통하여
아이들 학교 방송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집 큰 아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큰 아들이 미국 올때 가지고 온, 한국의 "국어 산수 사회 도덕.."
이런 한국 교과서를 가지고 나와서 소개하는 것이 었다.
한국의 교육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반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한국 친구들은 공부를 대단히 열심히 한다는 말을
미국 친구들에게 하는 것 같았다.

화면을 통하여 나오는 큰 아들의 얼굴,
그때의 그 자랑스런 얼굴은 지금도 잊지 못 한다.
 
봄이오니 왠일인지 지난 날이 자꾸 떠 올라서 두 아들과 함께 했던

추억의 길로 들어가본다.




아이들은 부모님으로 부터 제일 먼저 가슴에
상처를 많이 받는 다는 교육학자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부모는 자식이 잘 하라는 뜻으로 말을 하지만
부모의 잘못된 말은 오히려 자식의 가슴에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고 한다.

어머니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었다.

아이들을 자신감 있도록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잘한 일에
칭찬과 힘찬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칭찬은 고래까지도 춤을 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두 아들은 같은 대학교에 다니며 한국 학생회의 회장과 총무로 활동할때
그들의 얼굴은 빛이 났고 무척 행복해보였다.

큰 아들이 회장으로 선출되자 아래 학년인 자기 동생을 총무로 지정하였던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능숙하여 미국에서 자란 학생들과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 모두와 친숙히 지내며 화합을 잘 하는 것 같았다.

그 시절에 두 아들과 한국 학생회 회원들이 "한국 문화의 밤 행사"를 크게 열었다
학생회 임원들과 상의하여 한국 학부형들에게 모두 편지를 보내
정성스런 도네이션을 받아서 한국 문화의 밤을 성황리에 치렀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대학사회에 널리 알리는 일을 했던 것이다. 
 
그때 한국의 분단의 아픔을 알리기 위하여 한국의 애환과 고뇌가 스려있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런 연극까지 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 한국의 문화 방송에서 취재하려 나왔다가 한국 학생회 회장인
큰아들에게만 대형 태극기를 증정했었다.

아들은 그 큰 태극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자신의 기숙사 방, 벽 가득히 펼쳐서 걸어놓고
학교를 다녔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마치 한국을 대변하는 옛날의 독립투사처럼...




그런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덴탈 스쿨 다닐때도 똑같이 벽 가득히 
태극기를 펼쳐 걸고 다녔다.

난,, 무엇인가 아들에게 말을 할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때때로 아들이 생각나면 아들방에 벽하나 걸려있는 대형 태극기가 

내 눈앞에 가득차서 아른거렸다.
이곳은 미국이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이다. 아들은 치과의사로 전문과정을 밟고 있다.
모든 인종을 초월하여 치료를, 봉사를, 해야한다

큰 아들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어른들의 말을 잘 알아 듣고 모두를 이해하지만...
애국심이란 것에 대해서, 난 어떻게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야 할까.
나의 마음의 이야기가 온전히 전달 되도록 말을 해야만 하는데...
무엇보다도 아들이 기분 나쁘지 않게, 무안하지 않도록 말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설명하면 아들이 쉽게 깊이 나의 말을 그대로
소중히 그의 가슴에 담을수 있을까를 고심했었다.




마침 일이 생겨 아들에게 갈 날이 왔었다.
아들이 미처 가지고 가지 못한 옷가지와 생필품을 전해 줄 기회가 왔던 것이다.

그때도 요즘처럼 봄이 오는 3월이였다. 아들에게 가는 일요일 아침,
아들이 공부하기 위해 살고 있는 보스톤으로 찾아가는 날은
내가 마치 학생이 된 것처럼 설레이기까지 했다.
아침 7시에 뉴저지에서 떠나서 5시간 운전하여 보스톤에 도착했다
큰 아들에게 이미 연락을 하였음으로 반가이 맞아 주었다

오랫만에 내가 가지고 간, 밥과 국, 음식으로 점심을 함께 한 후, 
티 타임이 끝날 무렵, 난 조용히 조심스레 아들에게 말을 꺼냈다.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네가 참으로 한국을 사랑하며 잘 자랐구나
한국서 자란 나보다 이렇듯 태극기를 사랑하다니... 엄마는 참으로 기쁘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아 잠시 쉬었다.

사실 태극기가 가득 펼쳐져 벽에 걸려있는 것을 거두라는

말을 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았다.
잘못 말이 전달 되면 한국에 대한 애국심을 거두라는 것으로 오해 할까봐
무척 염려가 되었다. 

"스티브야 엄마는 이런 생각을 했어."  하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 태극기를 보면 참 아름답고 한국 생각이 나고,

어린시절 추억도 떠 오르고 참 좋지?
그런데 이건 엄마 생각인데, 태극기를 벽 하나, 펼쳐 놓는 대신에
이제 너의 가슴에 깊이 소중히 담아 놓는 것이 어떨까? 

그러면 언제, 어디를, 가도 너랑 항상 함께 있잖아.
네가 정말 원한다면 탁상용 작은 태극기를 하나 마련하여

네 책상위에 꽂아두면 어떻겠니?
너는 앞으로 전문치과 의사로서 이 나라에서 의술을 베풀때가 올 것이고
미국 친구들도 네 방에 많이들 놀러 오잖니?

저 대형 태극기는 국기함에 넣어 소중히 다루고,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한번씩 보고...
잘 보관 했다가 먼훗날 네가 장가 가서

너희 아들에게 '가보'로서 선물로 주면 어떨까?
이것은 오직 내 생각인데 한번 생각해 봐라.

나의 이 말에 아들은 미소를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집으로 돌아온 후, 더 이상 이 말은 다시 하지 않았다.

내 마음만 전달 하였을 뿐, 모든 것은 본인 스스로가 알아서

결정하길 바랐던 것이다

나역시 비지니스일로 늘상 바쁘니 아들에게

내가 한 말까지도 잊어버리고 지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한달이 지났다.
다시 아들에게 찾아 갈 시간이 찾아왔었다.

아들을 방문하는 날 아침, 그때서야 지난번 내가 했던 말이 또렷이 떠 올라
가슴으로 초초함이 차 오른다. 과연 어떻게 내 말을 받아드렸을까?





아들이 살고있는 작은 아파트에 도착했던 날, 

이제 봄 기운이 완연한 보스톤의 하늘은 어찌나 파아란지.
내 마음까지 설레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숙제가 있는 것처럼 조금은 두근거리기까지 했었다.
 
띵똥~ 초인종을 눌리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파트 문이 열리며 환하게 웃는 아들의 얼굴이 보였다.
아들의 그런 얼굴울 보자 내 마음까지도 편안해졌다.

아들을 바라보며 반가워 인사를 나눈 뒤에 나도 모르게 내 눈은 
그 집 벽난로 위의 벽에 가서 꽂혔다.

그런데, 벽난로 위에 벽 하나 가득 크게 펼쳐져 있던

대형 태극기는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그 순간 쿵~ 하며 가슴이 내리앉으며 이상스레 내 마음이 슬퍼졌다.

아들과 둘이서 앉자 마자, 아들은 예쁜 빨강 상자 하나를 나에게 내 밀었다.
무얼가? .... 나에게 주는 선물인가? ... 궁금하여 열어보았더니,
그 큰 대형 태극기가 접혀져 상자안에 곱게 누워있었다.

난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글- 신디
사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