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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제주도 한달살기 - 가시리엔 왜 갔느냐고? Yunah Kim (kyeonah) 2022-4-30  07:45:29

제주도 한달살기 - 가시리엔 왜 갔느냐고?

 



서귀포시 가시리에서는 해마다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축구장 열배정도 크기에 가득히 피는 유채꽃은 제주도 최대 규모라 했다. 버스를 세번 갈아타야 하지만 그 여정을 즐기기에 제주도는 무색하지 않다. 소박하고 평화롭고 그윽한 제주의 시골길을 버스가 달린다. 나는 바깥 풍경에 넋이 빠진다. 이런 길을 달리는 버스 운전기사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알고보니 코로나 때문에 유채꽃밭까지 버스가 닿지 않았다. 두번째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안내로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더 멀어지기 전에 허겁지겁 내려서 갓길을 따라 걷는데 막연하긴 했지만 신선했다. 이렇게 길을 헤매면서 대책 없이 걸어도 제주도에서는 여행중인 것이다. 한참동안 묘하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시골길을 걷다가 다행히 지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벚꽃과 유채가 함께 피어 있는 녹산로를 꿈길 마냥 달린다.

 

이날은 49일이었는데, 벚꽃절정은 2,3일 전이라 했다. 생각해보니 엊그제 비바람이 다녀갔다. 다행히 벚꽃의 흔적은 남아 있었다. (택시기사님이 찍은) 절정의 녹산로는 노란 천사가 하얗거나 연분홍 날개를 펼쳐 머리 위에 하트를 그린 형상이었다 (그렇게 맞닿진 않지만 내 상상속에서…). 걸으려면 두어 시간 걸린다더니 세상에 그리도 긴 길 위에 펼쳐진 꽃향연이라니녹산로 중간 즈음에 광장, 그 넓디넓은 밭위에서 유채꽃이 봄바람에 제 흥과 커플의 사랑과 가족의 웃음을 휘감고 흥청망청 꼿꼿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해는 노란 햇살을 부채살처럼 펼치고 꽃은 노랗게 샛노랗게 질색하도록 노란 냄새를 피워댔다. 노란 웃음을 깔깔대며 노란 춤을 추었다. 그것의 마법에 걸린 사람들은 노란 꽃밭 속을 미친X처럼 헤매고 다녔다. ! 모든 눈과 코와 귀에 노란 물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웃어버렸다. 울 아버지가 하늘에서 꽃밭을 내려다보며 좋구나, 멋지구나, 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이때가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힐링이 되어온 증거를 대한 순간, 아버지 생각을 하면 여전히 눈이 젖지만 그리움은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이 나를 울리겠지만 아버지는 이 멋진 꽃밭을 못 보시는 게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계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바로 그 날. 문득 가족들 생각이 났다. 좋고 멋진 풍광을 대하는데 가족 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도 이 날이 시작이었다. 영상 통화를 했다. 노랑으로 널부러진 이 미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올 때는 오던 길 반대편, 표선리 방향으로 걸었다. 한없이 걸어도 좋을 길이었다. 길을 걷는 사람은 나 뿐이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저 위에서 나를 돌보고 계시는 느낌을 내내 받고 있었다. 문득 아버지도 하늘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으셨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가족의 사랑이 함께 했던 그 시간을 돌이켜 보면 말이다. 그리고 지금 고통 없이 편안하실 거란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꽃 사이로 난 흙 길을 걸으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렸다. 지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고 상상을 해봤다.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과연 어떤 기분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는데, 이런 기분이고 각자 자신의 생각에 골몰하리란 깨달음이 왔다. 나처럼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달래고 추억하려는 사람도 있겠고, 잃은 사람이 아버지가 아닌 다른 가족일 수 있겠고, 지난 인생을 되짚어 보는 사람도 있겠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거나 무언가를 반성하거나 미래를 설계하려는 사람도 있겠고만 가지 사람이 만 가지 삶에 골몰하겠지만 각자 나름의 정답을 찾아가는 길일 것 같았다. 그래서 걷는구나그래서 순례길을 걷고 올레길을 걷고과학적으로는 햇볕을 받으면서 땀을 내니 몸에 좋은 호르몬이 공급되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돕는 과정이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십 수 키로나 걸었을까, 그닥 길다고 할 수 없는 길이었지만 걷는 의의를 발견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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