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엄마가 다 있나

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그 여자는. 의아하다, 그 여자가?? 누군가는 설명할 것이다. 아이를 잉태한 사람이니까, 아이가 여자의 자궁안에서 인간의 형상을 갖춰 여자와 연결된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왔으니까. 아, 그렇다 그게 문제다.

아이를 낳아준 사람은 엄마. 엄마와 섹스를 해서 수정란이 되도록 정자를 공급한 사람은 아빠. 부모를 낳아준 사람은 조부모. 그리고 삼촌, 조카, 손주… 그 관계를 결정하는 건 핏줄이고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호칭이다. 즉 호칭은 관계를 대표한다. 그러므로 엄마라 불리우면 엄마다. 그런데 그게 그렇냐는 것이다. 엄마라 부른다고 정말 엄마가 되냐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문제아였던 여자는 이혼했고 자식이 하나 있다. 커서도 가족에게 기생충 같은 존재가 되어 살아가면서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부모라고 책임전가 한다. 부모가 공부 잘 하고 모범생인 동생만 사랑해서 자신이 비뚤어졌다는 것이다. 여자는 친정에 손을 벌리며 살아왔다. 때론 자식을 종용해서 돈을 울궈낸다. 여자는 아이까지 기생충으로 만든다. 본디 기생충이란 떼 버리고 싶은 존재. 결국 불행의 원흉과도 같은 여자를 친정식구들은 내친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친정과도 관계가 끊어진 여자는 오락실에서 만난 남자와 사기행각을 벌이며 사회의 기생충으로 재탄생한다. 전남편이 보내는 아이의 양육비는 여자의 오락비로 사용된다.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과 살겠느냐고 묻지만 아이는 엄마를 선택한다. 여자는 오락실에서 만난 남자와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임신을 했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자는 떠난다. 여자는 출산을 이유로 친정에서 돈을 받아오라고 아이에게 시킨다. 허나 아이는 할머니의 저주를 들으면서 무일푼으로 쫓겨난다. 할머니는 무정하고 무서운 존재로 각인된다. 그래서 아이는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후, 세식구로 살아가는 여자의 삶은 여전하다. 비렁뱅이가 되어 거리를 떠돈다. 빠찡코에서 일확천금을 꿈꾸고 아무 남자와 섹스를 한다. 사회복지사가 가족에게 방을 마련해주고 청소년이 된 아이에게 도움을 주지만 여자는 제 새끼임을 주지시키며 복지사를 내친다. 학교에 가려는 아이를 만류하고 둘째를 맡긴다. 아이는 독립을 할 수도 있지만 매번 엄마의 말에 승복하여 떠나지 않는다. 떠났던 남자가 찾아와 둘째를 가리키며 자기 아이냐고 묻자 여자는 벌컥 성을 내면서 내 아이라고 못박는다. 먹이를 지키는 하이에나, 여자의 본능은 그 어떤 것에서도 동물을 상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삶에는 여전히 우여곡절이 이어진다. 아이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고 다시 떠돌이가 시작된 날, 여자는 불현듯 친정집이 그립다는 말을 꺼낸다. 아이가 놀라서 정말이냐고 묻자 적어도 그곳에서는 배를 곯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을 기생충처럼 내치는 부모가 있는 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여자는 소망한다. 제 부모가 죽기를… 그리고 이어진 생각, 제 부모를 제 자식이 죽여 주기를… 아이는 엄마의 지시를 받아들인다. 그 순수한 두 손은 피범벅이 된다. 결국 수감과 입양으로 여자는 두 자녀 모두 잃는다.

2020년 마이니찌 영화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 마더는 이런 스토리다.

뭐 이런 암캐 같은 주인공을 종횡무진 활약하게 하는 역하고 기괴한 영화가 다 있나? 관람후엔 가슴이 에이고 짜증도 일어난다. 허나 이 영화에는 캐내야 할 의미가 숨어 있다. 모자관계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여자를 통해 엄마로 불리우지만 진정한 표상의 의미를 생각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엄마를 그렸다.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을 통해서 자식을 내 욕망을 채우고 나를 위해 이용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극단적으로 표현했지만 실은 엄마인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여자는 자식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쓰지도, 욕을 하지도, 버리지도 않았다. 단지 정신적으로 행복하지 못하도록 옭아맸고 내겐 너 밖에 없다는 말로 육체를 옭아맸을 뿐이다. 여자의 폭력은 이렇게 기인한 것이고 자식의 뿌리깊은 불행을 초래했다. 사람은 끔찍한 일을 통해서만 불행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자잘한 일상에도 불행은 널려 있다. 어떤 원인을 통해서든 자식이 행복하지 않고 진정한 독립을 저해하는 원인을 제공한다면 엄마는 여자의 폭력과 다를 바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거라고 영화는 시사한다.

대부분의 엄마는 자녀를 사랑하고 올바르게 양육하고자 일생에 걸쳐 심혈을 기울인다. 여자도 어떤 면에서는 마찬가지였다. 제 부모처럼 자식을 져버리지 않고 너 밖에 없다는 말로 애정을 표현하고 자식을 제 것이라 여기는 마음… 제 깜냥으로는 말이다. 그러면 보통의 아이들은 부담을 느끼고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데 아이는 달랐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마,란 두 음절을 되뇌이면 그 어떤 단어보다 융숭 깊은 울림이 있고 가슴에 촉촉한 여울이 돈다. 엄마란 단어에는 사랑이 형상화한 이미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영화 말미에 아이는 엄마가 지시했다는 말을 삼킨 채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중죄의 형량을 받아들인다. 그 이유를 사회복지사가 묻자, 아이는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내가 아무리 개거품을 물고 쌍심지를 켜며 그딴 여자는 엄마라 불릴 자격이 없다 외치더라도 아이에게 여자는 사랑하는 엄마였다. 결국 본능적으로 자녀에게 엄마란 사랑 받고 사랑하고픈 존재인 것이다. 부모자식 간의 사랑도 서로 간에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런 결론이 나온다. 엄마가 주는 사랑과 아이가 원하는 사랑의 코드가 맞아야 사랑의 다리는 연결된다. 그러므로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주자, 엄마만 원하는 사랑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