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라네~ 첫 날

하와이에 대해 무지랭이인 내가 하와이에 간다. 미국 섬이고 휴양지이고 원주민이 많다는 것 외에 알고 있던 사실은 오염됐다는 평가가 다였다. 더럽다는 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관심이 없어진 하와이, 남편의 열의가 아니었다면 자의에 의해 방문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꽤 오래전, 하와이가 오염됐다고 말해준 사람은 어떤 이탈리안 가이였다. 햇빛이 내리쬐는 프라하에서 길을 헤매다 만났는데 손에 든 거라곤 물 병 하나여서 주민인 줄 알고 길을 물었다. 무표정일 때와 다르게 활짝 웃으면서 자신도 우리와 같은 여행자라고 말했을 때 그의 얼굴이 완전 선했다.

보통의 경우엔 (미안하지 않은 일임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날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열심히 검색을 하더니, 우리의 숙소가 언덕 건너편이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끝까지 되돌아가서 옆에 길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짐가방을 훑더니 트렁크를 끌고 이 뙤약볕을 걷기엔 힘들 것 같다며 택시를 잡아보자고 했다. 우리는 그의 제안대로 지나는 택시를 잡기위해 서성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남자는 떠나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하와이 주민인데 고향을 방문한 후에 유럽여행 중이었다. 우리는 보스턴 이야기를 했고 남자는 하와이에 대해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하와이는 미국 본토에서 편도 비행기표로 홈리스들을 보내 곳곳에 홈리스가 사는데다 넘쳐나는 관광객들 때문에 오염되고 더러운 섬이 되었다. 하와이에 대한 내 환상은 그때 슬몃 사라졌는데 왜냐하면 하와이에서 사는 사람의 말을 직접 들은 게 처음이어서 저으기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나는 멋대로, 쓰레기가 나뒹굴고 누런 거품이 이는 바다를 상상했다. 이런 과장된 연상의 연장선상에서 하와이는 내 관심 밖의 파라다이스가 되어갔다.

그리고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정반대의 평을 듣게 된다. 옆자리에 앉은 한국 아자씨로부터 였는데 청바지와 셔츠,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쓴 모습과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연신 콜라를 마시는 식습관을 보며 그가 하와이 교포일 거란 짐작을 했다. 그에 따르면 하와이는 매우 깨끗하고 물이 맑고 하늘이 청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인종차별이 없는 곳이었다. 본인도 본토에서 살아봤지만 아들이 본토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인종차별에 놀라 하와이로 돌아와 로스쿨에 진학해서 변호사가 되었다며 하와이에선 정말 인종차별 같은 것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강조했다.

나는 과연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이 맞을 지 흥미로워졌다.

그토록 상반된 평은 했으나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놀랍도록 친절하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아자씨는 우리가 시간이 나면 저녁을 사주겠다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제주도에서 그런 친절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어도 감동은 여전했다. 그럴 때마다 한 민족이라는 유대감이 끈적대는 것이다. 그런데 가이에 대해서는 다른 류의 감상이 뭉클거렸다, 뭐랄까, 인류애랄까?

꽤 시간이 지나 우리는 결국 택시를 잡기 어려우니 걸어가야 할 것 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가 우버를 불렀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다. 대화 도중 그가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긴 했는데 그때 콜을 한 모양이었다. 그때까지 우버에 대해 잘 모르던 우리는 그것이 콜택시 같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맙긴 한데 상의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조금 야릇했다. 어쨌거나 그의 의도는 친절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약간 오지라퍼지만 충분히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우버가 오자 그는 또 어색한 설명을 운전자에게 했다. 우리는 그의 친구인데 그곳까지 잘 부탁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뜨거운 악수를 하고 명쾌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달았을 때였다. 차비를 지불하려 하니 남자가 이미 선불로 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우버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그때 밀려오던 뜨악한 미안함과 고마움이란… 그는 뙤약볕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 뿐 아니라 돈까지 썼던 것이다. 그의 모습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하염없이 따뜻해 진다.

그리고 하와이에서 9일을 지내는 동안,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감사함 속에 섞인 미미한 의아함마저 해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둘 중 누구의 말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