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고민

막내는 요즈음 고민이 있다. 이번 학기부터 친구랑 학교아파트에서 살면서 음식을 해먹기 시작했는데 요리는 막내가 하고 설거지는 친구가 하기로 했음에도 친구가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이다. 그 동안에도 공용공간 청소는 거의 자기가 한다고 심상히 말하기에 본인이 좋다면 그렇게 살아도 되겠지, 했건만… 설거지 문제는 친구에게 여러 번 건의했으나 수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일상이 엄청 바쁜 막내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버릇이 있어서 그 친구의 입장을 살펴 봤으나 이 경우에는 어떤 정당성도 찾을 수 없었다. 친구끼리 공동생활을 하는 처지라 말이다. 작년부터 막내가 말했던 친구의 모습을 조합해 보면 매우 윤택한 집안에서 예쁨을 받고 가사일 같은 걸 안 하고 자란 탓이 큰 것 같았다. 착하긴 한데 약속을 못 지키고 하기 싫은 일은 못하는 성정인 듯 했다. 설거지를 그저 귀찮아 내버려둔 결과라면 한숨만 나오겠는데, 혹여 아파트 당첨자는 그 친구였고 막내는 덕분에 원하던 부엌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데다 부엌용품의 대부분도 미국 사는 친구부모님이 챙겨 주셨으니 그 우선권을 계산한 결과라면 노여울 것 같다. 설마, 그런 치사한 계산을 하는 건 아닐 거야… 그냥 철이 없어서 그러겠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막내는 요리하기를 좋아하지만 친구는 설거지를 싫어한다면 사실 공평한 분배는 아닐 것이다. 한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한사람은 싫어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친구가 요리하기를 좋아한다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요리하고 설거지하면 되겠지만 친구가 다 취미가 없다니 그것도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엌일은 막내가 전담하고 공용공간 청소를 친구가 하면 되겠으나 친구는 청소도 좋아하지 않는다. 막내는 제 집을 깨끗하고 안락하게 가꾸고 싶지만 친구는 귀찮은 가사일은 대충하면서 지내고 싶다. 아! 타인끼리 함께 살기란 이리 녹록치 않은 행진이다.

사실 가족간도 힘든 것이 공동생활이다. 그래서 따로 국밥으로 사는 가족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몇 년을 사귄 연인이지만 막상 결혼 후 함께 못 살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바로 이 다름을 수용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다름을 녹이는 용매는 사랑인데 사랑이 부족하더라도 인내, 예의, 의무이행, 배려… 가 있으면 그 공동생활은 살아남는다. 사실 많은 부부는 도를 닦을 만큼의 자아성찰과 타인을 위한 자기 뼈 깎기를 경험한다. 만약 막내가 ‘남편’의 존재에 대해 이런 고민을 한다면 먼저 위 요소들을 섞어 강력 본드를 만들어 보라고 할 것 같다. 백년가약을 맺은 상대에 대해서는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몇 개월만 같이 살면 되는 친구이고 친구는 함께 살지 않아도 친구가 될 수 있으니,

생각 끝에 엄마는 이런 해결책을 제시한다. 막내는 필요한 남비와 프라이팬과 식기류를 구입하고 각자 따로 음식을 하고 각자 설거지한다. 부부처럼 공동생활을 계획했지만 이행하기 어려우니 하우스 쉐어 형식으로 살아간다! 친구의 설거지 그릇을 한쪽에 두고 너는 너의 설거지를 깨끗하게 마치고 행복하게 다음 요리를 계획한다. 친구도 밥 먹고 바로 설거지 하고 싶지 않은 자유를 누린다. 중요한 것은 대학생활을 유실 있게 하는 삶이다. 둘 다 원하는 바대로 살 권리를 추구한다. 그래도 된다, 너희는 부부가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