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에 잘 지낼 수 있는 팁

언젠가 큰애가 고민이 있다면서 전화선 너머에서 울기 시작했다. 긴 울음도 아니었지만 듣고 보니 별일 아닌 듯해서 나는 무심코 “뭘 그런 일로 울어” 라고 운을 뗀 적이 있었다. 아빠한테 서운하다는 내용이었지만 그건 큰애가 아빠의 성격을 참작 못하고 자신의 느낌대로 사안을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전달하고 아빠한테 잘 말 해 보겠노라 약속했다. 이후에 일은 가볍게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그때 내가 ‘뭘 그런 일로 울어?’ 라고 말했던 부분에서 아이가 또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울만큼 서글픈 일이었는데 엄마가 공감을 못 해준 사실이 상처라고 했다. 아이고…

사실, 큰애와 나는 성격이 많이 다른데 울음도 다르다. 나는 울기보다는 생각과 분석을 하고 문제 해결을 하려 든다. 시쳇말로 남자 같은 태도다. 그래서 막내는 내가 mbti의 t 어쩌고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f로 나왔다. 사실 나는 공감을 잘 한다. 어쨌거나 그때 큰애가 이번에는 엄마의 성격을 참작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게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 상대의 성격을 바탕으로 역지사지까지 하면 상대를 이해 못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누가 알려줘서라기 보다 나는 애초부터 사고의 진전이 그런 식이었다. 덕분에 어렸을 때 엄마랑 싸워도 금새 누그러졌는데 울 엄마는 원래 그렇지… 하면서 엄마 입장에서 그 일을 복기하면 당연히 이해가 되었고 이해가 되어서인지 상처를 받지 않았다. 설령 상처를 받았더라도 엄마의 의도가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니란 생각을 하면 상처가 치유되었다. 나는 은연중 딸아이도 그런 식으로 나(남편)를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모두 다르다.

며칠 전, 우연히 일본작가가 쓴 ‘힘내라는 말보다 힘이 나는 말이 있다’ 는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불현듯 큰애와의 그 일이 떠올랐는데, 사실 책은 pep talk에 관한 내용이었다.

pep talk란 짧은 시간에 상대의 사기를 북돋거나 자신감을 불어넣는 대화법으로서 스포츠 경기 전에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에게 하는 스피치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형식은 4단계로 나뉜다.

수용 (공감) - ->  승인 (발상의 전환) - -> 행동 (목표로 끌어주기) - -> 격려 (살짝 밀어주기)

예를 보자

1)

애인과 헤어져서 마음이 너무 괴롭겠구나. 나도 네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괴롭다 - -> 그만큼 그를 좋아했다는 뜻이네. 상대방을 정말로 소중히 할 줄 아는 네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 -> 슬픔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야, 하지만 기분을 바꿔보고 싶다면 잠깐 얼굴을 들고 주위를 살펴봐. 멋진 남자들이 잔뜩 있잖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직접 행동할 수도 있어 - -> 힘내! 넌 지금도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2)

오늘이 드디어 발표하는 날이네. 긴장했어? 그렇겠지. 나도 사장님 앞에서 발표할 때는 늘 온몸이 긴장돼서 잘 알아 - -> 하지만 그건 이 신규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노력해서 준비했기 때문이겠지 - -> 그러니까 상상해봐. 리더가 되어서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모습과 또 사장님과 동료 고객 모두가 만족하는 모습을 말이야.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아? 그 설레는 느낌과 생각을 사장님에게 전하면 돼 - -> 끝나면 내가 한턱 쏠게. 잘 다녀와!

이런 예시를 읽다가 나는 문득 다음 문구에 시선이 고정된다.

상대방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 조급히 결론을 찾으면 자칫 그의 마음을 부정하기 쉽다. 이를테면 상대방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기 쉽다.

“뭘 긴장하고 그래?” “불안해도 어쩔 수 없어.” “걱정 그만하고 힘 좀 내!”

불현듯 떠올랐다, 내가 전에 큰애에게 했던 말, 아이에게 상처가 됐다는 그 말, “뭘 그런 일로 울어?”

아, 내가 아이의 마음을 부정한 거구나…

대학 가면서 독립한 이후로 아이는 조금씩 성장을 하면서 성격이나 사고방식이 바뀌었을텐데 정작 나는 아이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역지사지도 하지 않은 채 부모의 성격을 참작해 달라는 요구만 한 셈이었다.

아마도 나는 이렇게 말해야 했을까?

아이고 우리 딸, 울고 싶을 만큼 많이 속상했구나. 그런 말 들으면 엄마도 속상했겠네. 그런데 아빠는 원래 표현에 서툰 분이쟎아. 엄마는 아빠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으로서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하거든. 아빠와 그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분명 오해가 풀릴 거야.

아… 가족 간에 이런 식으로 대화하기란? 절대 녹록치 않겠지만 이 대화법을 익혀 애들과 남편한테 사용한다면 가정내 평화와 사랑이 넘치고야 말리라. 

허나 이 4스텝은 생각보다 어렵다, 맞다, 너무 어렵다. 그럴 땐  두가지를 기억하자.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비난 금지!와 pep talk 1단계의 공감!

비난을 안 하고 공감만 해주더라도 가족(타인)간의 관계는 엄청나게 따스해지겠지...

그래서 2024년의 새해결심을 나는 이 두가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