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전에 읽으면 더 좋을 책

심장이 울렁거려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 나는 방금 멤버들과 책을 읽었을 뿐인데, 가슴이 후들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한다. Being mortal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번에 읽고 있는 이 책은 허나 나머지 멤버들에겐 의미 있는 배움과 생각할 계기를 준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똑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란 영화를 볼 때였다. 세계 3대 영화제라 일컫는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최초의 쾌거여서 보고싶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는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중반까지도 그 분위기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뛰면서 쿨렁댔다. 나는 주윤발 영화류를 안 좋아한다. 온통 피가 터지는 영화류… 케첩이라 생각하려 해도 사람 몸에서 터져 나오는 빨간 액체는 도저히 시고달콤함을 전달하지 않았다. 피에타는 다른 색깔이지만 극치였다. 상상도 못한 죽음의 형태나 고문, 디테일이 살아있는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 이어지고 이어졌다.

이 책은? 제목대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생의 마지막에 관한 내용이다. 의사인 저자가 지켜본 병들거나, 노인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많은 예시가 나온다. 치료하기위해 병원에 들어가지만 나올 땐 더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음도 알려준다. 배우자가 병원에서 처절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본인은 절대 그러지 않겠노라 결심한 사람이 막상 죽음을 앞두었을 때 자신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는 사례도 나온다. 노인아파트 생활의 장단점이라던지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도 제시한다. 어떻게 치료할 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환자가 치료를 원할 때 어떻게든 처방을 내려야 하는 의사의 고심이나, 거짓으로 희망을 건네는 고충도 알게 한다. 살고자 애쓰기 보다 죽음에 초연해졌을 때 더 오래 사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덜 고통에 침잠한 죽음이 남은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음도 시사한다. 의료비와 보험회사에 관한 정보도 있고, 거액의 치료비가 드는 단계는 허망하게도 바로 죽음을 앞두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계도 보여준다. 그렇다 이 책은 죽음 앞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을 지극히 세밀하고 친절하게 그려낸다.

노후준비와 죽음에 대해 배우고 나름의 계획을 모색하면서 읽을 수 있다. 50대 전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이유는 재정적인 계획을 세우기에 여유롭고 노쇠해지는 부모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만 그 안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절망과 두려움을 체감하면서 읽게 되면 괴롭다.

피에타는 보다가 멈췄다. 도저히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 그날 밤, 악몽에 시달렸다. 하지만 다음 날, 나는 굳은 결심을 했다. 두려움을 승화시키자는 결심이었다. 영화를 이어서 틀었다.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은 데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영화에서 끔찍하고 괴기스러움만 흡수하고 완결성 높은 예술미를 놓치기는 한심했다. 각오를 해서인지 전날처럼 심장이 울렁대지 않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박수를 쳤다. 당연히 왜 상을 탔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계속 읽을 지 의문이다. 독서하면서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심장이 너무 울렁대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통해 노쇠와 죽음을 경험했고 이미 어떻게 죽을 지 생각해 둔 것도 한가지 이유다.  적어도 트라우마가 없어서, 즉  내 생애,  내 노년에,  우리 부모님께  설마 힘든 일이 일어나겠어? 라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담담히 읽을 수 있다면 분명 후반 인생에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