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더 좋아하게 할 방법

한국의 어떤 식당들은 테이블 사이가 친근한 연인 사이 같다. 그래서 옆자리의 낯선 목소리가 귀에 칭칭 감긴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근황이 이 테이블에서 저 테이블로 오거니 가거니 한다. 이번엔 두 여인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언니,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외국 보내지 마.”

“자식 앞길을 어떻게 막아? 제가 가겠다는데… 에효”

“가는 애는 괜찮지. 언니가 외로워서 문제지. 외국이 살기 좋으니까 나중엔 안 돌아오려고 해서…”

여기까지는 딸을 곁에 두고 싶은 두 엄마의 마음이 짠하게 와닿았다.

“그러게 말이야… **는 잘 지내?”

“좋대요. 무엇보다도 공기가 프레쉬하대. 여기 미세먼지에 비하면 얼마나 좋겠어? 캐나다가 미국보다 공기가 더 맑다네. 왜냐하면 더 북쪽에 있잖아. 안에서 기분이 좀 그럴 때 바깥에 나가면 공기 좋고 하늘이 파래서 금방 상쾌하고 행복해진대.”

“그래 한국은 미세먼지가 장난 아니지.”

아! 이 부분에서 나는 격하게 끄덕이고 싶은 고개를 애써 부여잡고 밥과 반찬을 아작아작 씹는다.

IQAir 의 실시간 발표(한국시간 3/16/24 14시)에 의하면 지구상 공기질이 가장 나쁜 곳은 치앙마이(태국), 델리(인도), 베이징(중국), 라호르(파키스탄), 다카(방글라데시)… 순이었다. 실시간 측정이어서 순위가 조금씩 바뀌어도 치앙마이는 부동의 1위였다(다른 날짜엔 1 위도 바뀌었다). 한국은 서울이 10위, 인천 25위, 부산이 47위, 당연히 대도시만 측정한 결과일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아시아권이 상위에 압도적으로 많고 사이사이에 중동지역이 들어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나쁜 곳은 덴버(당시는 68위였으나 21시 20분에는 23위로 편차가 컸다), 90위는 LA, 91위 휴스턴, 98위 디트로이트(후에 46위), 99위 시카고, 101위 샌프란시스코이며 캐나다는 토론토와 몬트리올이 각각 105위와 109위였다. 참고로 80위부터는 좋음 단계이고 실시간 측정으로서 변화를 보이긴 하지만 동서양의 판세가 바뀌진 않았다.

밥을 다 먹은 여인들이 이야기꽃을 거두고 일어났다. 나는 슬쩍 옆을 일갈하다 그들의 식탁을 보고 말았다. 아… 그릇마다 반찬이 잔뜩 남아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폐수와 악취를 유발하고, 썩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메탄가스는 같은 양일 때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지수에 훨씬 많은 영향을 준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8~10% 가 메탄가스로 인한 폐해라는 분석이 있다. 나는 반찬 많은 백반 식을 좋아하지만 한국의 음식문화는 환경에 그다지 좋은 형태가 아니다. 버려지는 반찬이 너무 많은 것이다.

떠나는 여인을 붙잡고 싶었다. 우리 부디 음식을 남기지 말아요.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중교통이나 친환경차를 타고요. 온실가스 배출이 준다면 지구도 살고 한국 하늘이 더 맑아지겠죠. 그러면 따님들도 한국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내가 미국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때문이지만 먹거리를 생각하면 한국이 좋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미국처럼 먹으며 푸른 하늘을 꿈꾼다. 안 먹을 반찬을 미리 사양하고 처음부터 조금만 주십사 부탁한 후 대부분 깨끗이 비운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와 온실가스 연관관계에 대해 짧게 언급한다. 실천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선택이지만 알아두면 좋을 상식인 것이다.

요즈음은 반찬을 처음부터 적게 주면서 리필이 가능한 식당이 늘었다. 나는 그런 식당을 야박하다고 생각하기 보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데 앞장을 선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디어도 생각해 봤다. 반찬의 주문도 함께 받는 것이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서양에서 하는 식의 변형일 뿐이다. 예를 들면 “오늘의 반찬은 계란말이, 시금치, 김치, 깍두기, 오이무침, 콩장과 장아찌가 있는데 안 드실 것이 있을까요?” 나라면 깍두기랑 장아찌 빼 주세요, 하겠다.

지구의 병은 온실가스가 주원인이고 우리는 지구와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실천해야 한다. 한국의 공기가 더 좋아지면  아이들도 한국을 더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