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전이 열린 곳은 어느 아담한 대학 캠퍼스 안이었다. 전원에 둘러싸인 낮은 건물들, 소나무와 푸른 풀밭과 청량한 공기… 를 대하는데 울컥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예상치 못한 감상이었다. 그리움이 스멀거렸고 평안해졌고 가슴 깊숙이에서 위안이 퍼졌다. 맨하탄같은 곳에서 빌딩숲과 빽빽한 상가와 많은 차량을 대할 때면 서울 생각이 났던 것처럼 나무가 무성하고 너른 풀밭과 맑디 맑은 공기와 흐드러진 꽃을 접하는데 미국을 향한 노스탤지어가 느껴졌다. 이는 결코 예상치 못한 감정이었다.

소국과 대국의 달콤 쌉싸름한 향에 취해 미국에서 지낸 장구한 세월과 팔딱팔딱했던 젊음과 만남에 대한 설렘과 다름의 갈등과 생존의 고민과 축복받은 그 땅의 대자연을 추억하느라 그때는 몰랐으나 이제 깨닫는다. 국화는 젊음의 뒤안길에 선 누이처럼 소박하거나 초라하지도 단지 노랗지만도 않은 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