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지야 너는 왜 태어났니? 

남편이 우리집 강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런 말을 했다. 그러더니 또 잠시 있다가 너는 왜 태어났니? 우리집에 오려고 태어났니? 라며 제 꼬리를 물려고 맴맴 도는 로우지를 보면서 재차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두번째 독백은 왠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켰다. 정말 로우지는 왜 태어났을까? 그리고 대체 무슨 인연으로 우리집에 오게 되었을까?

꼬물대던 작고 작던 녀석이 이제 롱다리 로우지가 되어 그 긴 다리로 어디든 훌쩍 뛰어올라 온갖 말썽짓을 하는데… 제 아무리 화장실의 작은 쓰레기통은 욕조 위로 올리고, 휴지걸이에 넣어두던 두루마리 휴지는 변기 물탱크 뚜껑에 얹어놓고, 읽다 만 책들은 소파 등받이 위에 놓아두어도 방심을 하면 죄다 풀고 쓰러뜨리고 찢는 장난을 한다. 그리고는 눈치는 빤해서 살살 분위기를 살피다가 내가 혼낼 기색을 보이면 재빠르게 의자 밑으로 숨어든다. 의자를 들어내면 다른 의자 아래로 기어들어간다. 그렇게 숨바꼭질을 몇 차례 하다 내 기세가 누그러지면 어느새 그 모양새를 알아채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온다. 애교는 어찌나 작렬하는지... 식탐은 또 어쪄고… 우리집 식구들은 절대 먹으면서 강아지에게 나눠주지 않고, 줄 때는 딱 제 밥그릇에 넣어주는데도 누가 무언가를 먹고 있으면 그 주변을 빙빙 돌며 민망하도록 쳐다본다. 혼자 먹는 사람, 돼지…를 외치고 있는가. 먹이를 줄라치면 연신 뒤를 돌아보며 먹거리를 든 사람이 제 집쪽을 향하는지 확인을 하면서 걷다가 제 집으로 오는 것이 확실하면 광분을 하며 침대 위로 점프한다. 그 위에서 먹신의 세러모니를 펼치다가 밥그릇에 먹이가 담기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우걱우걱 잘도 씹는다. 로우지는 또 잘 싼다. 화장실에도 잘 싸고 화장실 바깥에도 실례를 잘 한다. 참말 잘 먹고 잘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