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한동안 한국인의 공중도덕과 예의범절때문에 마음앓이가 심했다. 생각해보면 오지랖도 그런 오지랖이 없다. 나는 나라 전체가 걱정스러웠고 안 좋은 관습과 예의범절을 고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가 어둠의 도가니에 휩싸일 것같은 위기감을 느껐다. 지금도 그 불안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익숙해졌기 때문에 매우 놀라고 상처받는 일들은 일단 줄었다. 면역벽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오류에대해서 침묵으로 방관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이래 내 입이 놀랍도록 성실하게 실천을 하는 통에 마음이 위로를 받는다. 어떨 땐 입에서 소리가 먼저 나가서 귀와 머리가 그 순발력에 놀라기까지 한다. 욕쟁이 할머니들의 시스템이 이런 식일 것이다. 그녀들도 머리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욕이 절로 튀어나오는 욕관성의 법칙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가끔 욕을 하기는 하지만 생판 남한테 하지는 않으니 시쳇말로 욕쟁이는 아니다. 게다가 남 일에 밤 나라, 대추 나라 참견을 하는 것은 아니고 법규를 무시하거나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나, 동네아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시킬 때 verbal 순발력을 발휘한다. 나도 진정 내가 이럴줄 몰랐다. 하지만 놀라고 염려하고 괴로워하느니 이렇게 사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고 고맙게도 내 입이 열심히 일해준다. 누군가 잘 하면 감탄해 주고 격려해 주고 칭찬도 잘 한다. 나는 어쩌다 이리 수선스런 사람이 되었을까? 어서어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 중후하고 얌전한 중년여인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아무튼 좋은 것은 로마법을 따르고 좋지 않은 것은 내 식으로 해결하며 살겠다는 생활철학으로 나는 한국땅에 완전히 자리잡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안정감이 나를 행복하게 보이게 할 지 모르겠다.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한국어라는 꽃. 읽으면 또 들으면 속속들이 알 수 있어서 속이 다 시원하고 나를 더 당당하게 만드는 꽃. 신경을 집중하지 않아도 잘 들리고 먼 소리도 잘 들리고 스치는 음도 잘 들리고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다 들리는 한국어. 나는 한국어란 꽃이 만발한 이 땅이어서 행복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 바로 그것인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