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몸에서 제일 가꾸어야 할 부분

<망설이는 마음>

어떤 일을 두고 이럴까 저럴까
오랫동안 망설인다면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도 괜찮습니다.

쉽게 결론이 안 난다는 것은
그렇게 오래 고민할 가치가 없다는 거예요.
어느 쪽으로 결정해도
이익과 손실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오랫동안 고민한다고
좋은 결론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결정한다고
나쁜 결론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망설이는 것은
손해는 안 보고 이익만 얻으려는
욕심 때문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이익과 손실이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택에 따른 손실까지 책임지면 되는 겁니다.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中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간에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오늘 보니 창 밖 풍경이 너무 아름답네요. 우리 창 밖 보면서 점심이나 같이해요.”

사실 나는 해야할 일이 있었지만 그냥 접고 지인댁을 향했다. 고속도로로 쌩쌩 달려도 30분이상 걸리고 아이들 하교시간즈음엔 교통체증이 장난 아닌 곳이라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석에서 속이 바싹바싹 탈 수도 있다. 초 짧은 시간동안 고민을 했지만 흔쾌히 가기로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지인은 며칠동안 아이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내가 같이 밥이라도 먹어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나도 기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인은 아이가 어떤 선생님으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은 것을 알고 조목조목 따지느냐, 그냥 이 일을 계기로 아이에게 교훈을 주느냐로 갈등이 심했다. 어찌하든 일장일단이 있는 일이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 혹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격언을 모르긴 모르지만 수십번씩 곱씹으며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그래도 마음에 화가 가라앉지 않아 결국 전날 밤엔 항의 편지를 쓰기위해 이런저런 정보를 입수해 메모해 두었다. 그러느라 창 밖 풍경이 어떤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막상 편지를 쓰려니, 내 아이도 잘 한 것만은 아니지… 란 생각이 더 커지고 그 선생님이 편지를 읽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란 생각에 미치자, 그냥 말자,란 결론이 나오더라는 것이다(지인은 교사출신이라 선생님에대한 고충이 더 잘 이해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나서 본 거실창 밖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했다.

그를 용서하세요.

절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자꾸 억울한 마음이 들겠지만

지금도 울컥울컥 올라오겠지만

나만을 생각해 보세요.

이게 나에게 좋은지.

-그를 용서하세요, 나를 위해서 中  by 혜민스님-

몸 속의 염록소(녹색)가 다 빠져나간 후 나뭇잎이 제 색을 드러낸 것이 단풍이다. 가을이 되면 광합성 작용이 줄고 이후 잎에서 엽록소가 빠지면 잎과 가지의 연결부분, 즉 영양분을 주고받는 통로가 바싹 마른다. 그러면 작은 바람이나 충격에도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것이 낙엽이 된다. 지금은 늦가을인데다 지난번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동북부를 쓰윽 훑고 가지 않았는가. 지인의 뒷마당에 단풍이 남아있으면 몇 잎이나 남았겠는가. 내 예상대로 나무들은 거의 뼈다귀 형상이었고 진짜 생명력 강한 몇몇 잎새들만 근근이 생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인에겐 그 모습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다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의 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편해야 모든 것이 곱게 보이는 사람의 눈… 그래서 인간 몸에서 제일 가꾸기를 힘써야 할 부분은 보이지 않으나 보는 것을 관장하는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양분이 그득하면 강한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