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란 이름에대한 개똥철학

큰 아이가 과학시간에 본 어미 쥐와 새끼 쥐 이야기를 해주었다. 둘 다 굶겨놨더니 결국 어미 쥐가 새끼 쥐를 잡아먹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막내가 경악을 했다. 나는, 그런거야, 동물들(animal)의 세계란… 이라고 말하다가 그렇지 않은 동물들, 예를 들면 주인을 위해 희생한 개, 새끼를 적으로부터 지키기위해 싸우다 죽은 어미새…, 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내고는 쥐는 그런가보다, 그래서 쥐인가… 란 아리송한 말을 하고 말았다. 쥐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였지만 쥐라고 또 다 그럴까?란 의문은 남는다. 인육을 먹은 사람이나 식인종을 두고 그 극한의 예를 들어 인간이란 인간을 먹는 존재라고 결론지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었다. 아이들은 쥐가 쥐를 먹었대,가 아니라 어미 쥐가 제 새끼를 잡아 먹었대… 가 놀라웠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머니란 그런 존재다. 어머니란 아가페적 사랑을 베푸는 존재이지 자식에게 패악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피조물인 것이다. 아이들뿐이겠는가? 60노인에게 80노모도 그런 존재일 것이다. 어머니란… 말이다.

가끔은 그런 인식때문에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 터무니없이 강요되거나 당연시되기도 한다. 그런 오류는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현재 보다는 과거에 더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기브 앤 테이크의 원칙도 비례해 작용하니 공평하다는 생각은 든다. 즉 자식의 부모봉양의 의무 역시 서양 보다는 동양이, 현재 보다는 과거에 더 강조되고 천륜처럼 여겨졌다. 아가페란 조건없는 사랑이지만 세상에 철저히 주기만 하고, 받기만 하는 관계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에게 받은 만큼 어머니께 되돌리기는 힘들지만 다시 어머니가 된 그 자식이 내리사랑을 반복하게 되므로 인류의 사랑은 그렇게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리라.

우리는 어머니란 존재를 고유 명사처럼 고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 한 인간으로서 조명하는 일에 인색할 때가 많다. 자식에게 어머니란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라서 사실 내 어머니의 다른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어머니도 갓난아기에서 출발해 소녀였고 성숙한 여인이 된 후 어머니가 되었을텐데 말이다. 우리는 타인을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을 훌륭하게 생각하며 존경해 마지 않는다. 어머니를 어머니가 아닌 그저 한 여인의 행적으로만 놓고 살펴보자.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찢고(출산) 자신의 시간을 턱없이 할애하고(양육) 타인의 옷을 빨고 타인의 식사를 준비하고, 병간호와 운전을 해주고 온갖 궂은 일을 대신한다…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무조건부 봉사는 대단한 위업이거늘 어머니의 희생은 어머니라는 이름하에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짙다. 그것이 우리가 어머니란 이름에에대해 범하는 대표적 오류이다. 그 부분을 잘 되새겨 각성하면 인류는 효자효녀로 넘쳐날 지 모르겠다.

가끔 어머니와 인류애란 논제를 가지고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어머니처럼 강하고 어머니처럼 자애롭고 어머니처럼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없기때문이다. 어머니가 낳아서 키운 자식들이 남녀노소가 되어 이 세상을 구성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어떤 인간으로 키우느냐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학업의 성취나 사회적 지위의 획득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얼마나 참된 인간으로 성장시키느냐,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관심과 사랑을 자신과 가족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범인류에대한 포용과 인간애로 표출하는 인물로 키운다면 세상은 따스한 사람으로 가득 차서 더 행복하고 평화로워질 것이 틀림없다. 전쟁도 줄고 재판도 적어질 것이다. 세상에는 그저 공부 잘하고 좋은 직장 가지는 일만 독려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어머니 스스로가 인류애를 본보기로 보여주고 지향하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 어머니란 이름이 책임을 가지고 느껴야 할 세상 이치인 것이다.

어머니와 인류애란 분류법으로 세상의 어머니를 세 종류로 나누어 보았다. 여기서 자식에게 패륜을 저지르는 어머니는 논외로 한다.

가장 보통급인 어머니는 오로지 자기가 낳은 자식만을 위해 희생,봉사하는 어머니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보통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서 자식을 위한다는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하는 꼼수가 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중인의 부류에 속하는 어머니들이다. 그 윗단계는 자기 자식은 물론이요 의붓 자식, 자식의 배우자, 사돈에 팔촌… 등 피는 아니지만 인륜으로 맺어진 관계까지 진심으로 포용하는 어머니이다. 본능을 넘어서는 인격과 인간의 선(善)을 최대한 실천할 줄 아는 인격체 부류이다. 인간으로서 최대한의 인류애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는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희생, 봉사하는 부류이다. 이 어머니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도의를 실천하는 고매한 여성들이다. 인류의 어머니라고 하겠다. 마더 테레사와 나이팅 게일, 클라라 바튼, 한비야씨 또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어머니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한 인생 살다가면서 나는 어떤 어머니여야 할까? 5월 13일 마더스 데이를 보내면서 한번쯤 되새겨봄직한 과제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