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을 오고간 여행 – 이탈리아에대한 고발과 사진여행(2)

저희가 유럽여행 계획을 짤 때 많이 도와 준 친구가 있었어요. 4년동안 주재원으로 독일에 거주하면서 틈만 나면 자동차여행을 즐긴 베테랑급 여행가였지요.

친구의 말을 빌자면 이탈리아는 훌륭한 조상을 둔 덕으로 안이하고 한량스런 후손들이 후하게 덕을 보며 사는 나라라고 하더군요. 트릭을 조심해야 한다고도,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어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혼란스러웠지요. 이탈리안만큼 정직한 인류도 없을 거라던 전직 이탈리아 총리의 말 때문이었어요. 그들은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사고를 하기 때문에 거짓을 모른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경험을 하고보니 총리의 말이 완전 틀린 건 아니었지만 총체적으로 아전인수격이었어요. 물론 어딘가엔 아주 정직하고 도덕적이며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일관하는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요. 저야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만난 탓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눈 앞의 이익을 챙기려는 급급한 마음이 저지르는 만용과 즉흥을 주로 경험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예를 들자면 베니스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예요, 호텔 직원이 자신들의 고가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꾀기 위해 공공주차장에대한 터무니없는 정보를 주었어요. 한 블록만 가면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가격표를 영어표기가 아니라서 못 알아볼 거란 생각까지만 한 듯 말이죠.

또 다른 호텔에서 생긴 일이었어요. 호텔을 통해 입장권을 사면 추가료가 있는대신 박물관 입장시 줄을 설 필요가 없다기에 그러자 했더니, 시간예약 입장권에 호텔 커미션까지 포함시켜서 결국 두배를 올려 받더군요. 그래도 반나절의 시간과 기다리는 동안에 소모될 에너지를 계산하면 그것이 이익이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박물관에 가보니 시간예약 입장권은 누구라도 직접 박물관측에 전화를 걸어 살 수 있었으며, 그 줄도 길어서 입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 되었던 거죠. 거기까지는 미리 공부를 하지 않은 탓이 컸더라도 너희의 안락한 여행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호텔직원의 과장된 제스츄어를 하늘에서 내려 온 동아줄처럼 여기고 땡큐를 연발하던 우리의 촌티를 돌이키며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Non-smoking room을 예약했건만 담배냄새가 풀풀 나기에 항의를 했더니 이탈리안들은 담배를 좋아하고 또 손님들이 그러는 걸 자기네로서도 막을 도리가 없다며 공기정화스프레이를 건네더군요. 방을 바꿔 달랬더니 마침 꽉 차서 없다면서… 그 때 문득 이 곳은 통상적으로 이런 배째라 식이 통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사람풍경’이라는 에세이를 읽다가 작가 김형경씨가 중국인의 ‘뻔뻔한’ 국민성을 토로했을 때, 중국에 가보지 못한 저는 문득 이탈리아에대한 단상(斷想)이 교차되었답니다. 제유법의 오류를 염두에 두면서도, 즉 내가 경험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데어 이탈리안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쁜 경험의 반복된 축적이 인간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하지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대한 가능성은 희망적으로 열어두자고 스스로를 타이릅니다.

그러고보니 다행히 아주 선량한 사람들을 만났네요. 스위스를 떠나 이탈리아 국경을 넘었을 때였어요. 배가 고파 고속도로에서 빠져 작은 마을로 들어섰지요. 사방은 정적으로 싸였고, 움직이는 거라고는 딱 하나, 우리 차 뿐이었어요. 거리의 모든 상점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지나는 행인도 없고… 대체 무슨 날인가? 이탈리아 공휴일인가?란 추측을 막연히 하고 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어요. 시에스타! 스페인에서 온 지인이 이젠 그런 거 없다고 했지만 그녀는 대도시 출신이라 몰랐던가 봐요. 한 낮의 감미로운 휴식에 빠진 이 마을이 신기했지만 아랫배는 터질듯 하고 윗배는 붙을 듯 하는 생리적 고통이 이국적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잃게 했지요. 그 때, 멀리서 어둠 속의 반딧불이처럼 생명이 느껴지는 곳을 발견했어요. 회색의 셔터로 뒤덮힌 거리 속에 노란 햇빛을 걷어내는 비닐 차양막 사이로 서너명의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토록 순박해 보이는 사람들을 그 식당에서 만났지요. 주문도 하기 전에 식구대로 화장실을 쓰는 저희를 향해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아버지와 최소한의 영어를 알고있는 아들은 정성껏 주문을 받고, 샐러드와 식초와 소금과 올리브유를 앞에 놓고 어리둥절해 하는 저를 위해 장인의 손놀림으로 능숙하게 재료를 섞어 주시기까지 했어요. 아주 맛있는 샐러드였답니다. 저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최고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것이 말로만 듣던 지중해식이었어요. 이후 이탈리아 어디를 가든 샐러드 드레싱은 오직 올리브유와 발사믹식초와 소금뿐인 것을 발견했지요.

두 부자의 사람좋은 인사를 받으며 식당을 나오면서 이탈리아의 음식값이 궁금해 남편 손에 있던 영수증을 들여다 보았을 때였어요. 작은 소다 한 캔이 3유로@~@. 아주 가늘고 작은 캔에 들어있는 소다 하나를 4달러나 받다니… 듣던대로 우리가 관광객이라 바가지를 씌웠을까?라는 의심이 언뜻 들었지만 그런 트릭이 그들의 선량한 눈빛과 전혀 매치되지 않았어요. 역시 그 믿음이 맞았더라구요. 그것은 정상가였어요. 이탈리아는 소다가 무척 비싼 나라더군요. 이후 색다르고 맛있는 피자는 먹되 소다대신 물을 마셨답니다. 그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미리 만들어 놓은 샐러드를 냉장도 안 되는 유리진열장에 넣어놓고 파리를 휘이휘이 쫓던 그 작은 레스토랑의 주인이 그리워집니다. 눈 앞의 꿀단지에 꽁지가 빠져 온갖 먼지를 묻혀대던 호텔로 인해 난관에 봉착한 이탈리아를 소박하고 진실했던 인심이 구한 셈이네요.

이탈리아는 소다가 비싸다고 했잖아요. 흔히 지중해식 요리는 건강식이라 하지요. 단지 올리브와 토마토를 다식(多食)하는 것 뿐 아니라 식생활에 웰빙개념을 갖춘 것 같았어요. 백해무익한 소다대신 과일주스나 물을 훨씬 많이 접하게 되는 이유도 그들의 그런 의식을 뒷바침해 주고요. 피자나 파스타도 단백하면서 다양한 재료들로 한껏 맛을 냈지요. 얇은 크러스트 위에 새콤달콤한 소스로 버무린 샐러드를 듬뿍 얹은 피자는 치즈와 고기, 페퍼로니 범벅인 미국식 피자와 개념을 달리 해요. 한번은 오렌지 슬레시를 주문했는데 이제껏 먹어 본 것중 최고라 무지하게 감탄을 하며 아껴 먹었대요. 아무튼 음식이 참 맛있는 나라, 이탈리아!

자 이제는 또다른 측면에서 이탈리아를 탐구해 보도록 하지요. 아래 사진을 보셔요. 저게 과연 무엇일까요?

처음엔 막연히 청소기에 연결하는 튜브라고 생각했지요. 미국 가옥에서 비슷한 걸 본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떠나는 날, 드디어 알아냈답니다. 이건 헤어 드라이기였어요. 커다란 튜브에서 왕바람이 윙윙 쏟아져 나와 시원하게 머리를 말려준답니다. 고것도 모르고 헤어스타일링을 포기하고 다녔던 며칠간이 쬐금 억울했어요.

다음 사진은 무얼까요?

욕조보다 낮은 키의 이 길다란 싱크는 처음엔 아이들 세면대일까? 란 생각을 하면서 키 작은 막내에게 사용하라고 추천했지만 아무래도 발전용 싱크같아요. 궁금한 건 물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데 왜 확인해 보지 않았는지… 아무래도 건망증이 원인이었겠지요. 아무튼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주유소에 비닐 장갑이 구비되어 있을만큼 의외로 깔끔한 이탈리아 위생관념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얼굴용 따로 발용 따로 일 가능성이 농후해요. 혹 정확히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셔용!

이탈리안들의 위생관념에 대해 잠시 언급했지만 그로인해 놀랐던 일이 또 있어요. 양변기엔 도기와 뚜껑사이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잖아요. 공중 화장실에 가끔 그것이 없는 곳이 있기에 관리가 소홀하다는 생각을 하고 넘어갔지요. 그런데 피사같이 돈을 받으며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화장실이나 바티칸처럼 사치의 도가니인 곳에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이건 관리가 허술해서가 아니라 일부러 없앴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처음엔 도기 위를 깨끗이 닦은 후 휴지를 정성스레 깔고 사용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엔 앉지 말라는 그들의 심오한 뜻에따라 행동했어요. 그러면서 가끔 미국 공중 화장실에서 변기좌석 앞부분에 소변이 튀어 묻어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알고보니 유럽인들의 소행이었나 보네요. 

이젠 저의 바보같은 헤프닝을 들려드릴 차례.

베니스에 막 도착했을 때는 늦은 시각이었지만 다음날 피렌체를 향하는 일정이라 야경을 보기위해 무리를 하자 했어요. 기차를 타러 역에 갔는데 주변이 험하기 이를 데 없는 거예요. 역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에 투숙한 탓에 아무래도 늦은 시각 돌아올 일이 걱정되더라구요. 밤늦은 시각에 관광객차림으로 걸어다니는 건 강도를 부르는 행위라는 주의를 듣기도 했거니와 또 걷기엔 너무 피곤한 상태이니 차로 한바퀴 휭하니 도는게 좋겠다는 심산으로 경찰관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았죠. 그런데 차를 가져가도 베니스 바깥에 주차를 시키고 걸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주차비도 20유로가량 된다고 하면서 기차가 편할 거라대요. 그냥 주차를 안 시키고 차로 드라이브할 수는 없느냐? 했더니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수로밖엔 없어서 걷는 수밖엔 없다는 거예요. 베니스를 아시거나 다녀오신 분이라면 쉽게 그 뜻을 이해하실 수 있을테지만 베니스에 대해선 유독 아무런 상식과 정보가 없었던 우리는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당황했지요. 결국엔 심신이 모두 지쳐서 야경을 포기했어요. 다음날 기차를 타고 그 곳에 갔을 때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지요. 가끔 특이한 사실을 상식선에서 추측하려다보면 곡해가 생길 경우가 있잖아요. 가끔 제가 그런 오류를 범하거든요. 아무튼 작은 동양인 여자가 차를 타고 한바퀴 휭, 돌수는 없냐고 묻더니 설명을 듣고서도 의아한 표정을 풀지 안은 채 주춤거리며 돌아섰을 때, 그 경찰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묻고 싶네요~~

아래 보시는 사진들이 베니스 풍경이랍니다.

베니스는 보시다시피 큰 도로, 작은 골목 할 것 없이 물로 그득찬 동네예요. 예로부터 잦은 홍수로 마을이 잠기곤 하던 베니스는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기초를 높게 쌓아 건물을 지었고 어느 순간부터 아예 강이 범람해서 육로가 없어진 후로는 크고 작은 배와 곤도라가 운송수단 겸 교통수단이 되었지요. 지금은 아주 높게 만들어진 좁은 육로로만 걸어다닐 수 있답니다.

 자, 이제 폼페이로 날아갑니다. 

AD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덮혀 지하에 묻히기 전까지 100여년간 로마 전성시대의 최대 위락도시였던 폼페이. 당시 로마 귀족들의 향락적인 생활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 무척 흥미를 유발했어요. 2000여년이 지난 현재와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는 문명사회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답니다. 연극, 오페라, 시낭독 등을 위한 공간인 소극장과 콜롯세움보다는 작지만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원형경기장, 한증탕, 냉탕, 온탕을 구비했다는 대중 목욕탕과 체육관, 수도시설… 등은 마치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옮겨와 그 시대에 살더라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럭셔리하게 느껴집니다.

아래의 초호화판 대리석 테이블 다리를 좀 보셔요!! 저는 이 것 하나로 로마의 전성시대, 폼페이의 사치를 인정합니다.

폼페이에대해 무엇을 더 말씀드릴까 고민하다가 폼페이 생과 사의 흐름을 흥미롭게 잘 정리해 놓은 좋은 블로그를 발견해서 이걸로 대신하려 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꼭 한번 들러서 흥미진진한 폼페이의 세계에 함 빠져 보시기를 바래요.

 http://kr.blog.yahoo.com/my9166/24503

이상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고간 여행편을 모두 마칩니다. 지금껏 관심을 가지고  저와함께 또다른 단면의 유럽을 여행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덕분에 외롭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