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Yoojin Kim

가끔은 슬퍼지는 현실의 삶

1

나는 철봉을 꽤 잘했다. 올라타 앉기도, 턱을 위로 쳐들고 양 팔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오래 매달리기도, 배를 밀착시킨 후 바베큐통닭처럼 빙글빙글 돌기도 잘했었다.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둔하고 퉁퉁한 몸을 갖고 있지 않았다.

특히 철봉을 배에 걸치고 그대로 몸을 반으로 접는 자세를 좋아했다. 긴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락말락 너울거리고 팔은 줄에 걸린 명태처럼 늘어졌다. 하늘과 땅이 통째로 뒤바뀌니 운동장의 아이들이 모두 땅에 거꾸로 매달려서 걷고 뛰고 공은 자꾸 땅으로 치솟아 오르고… 서서히 얼굴로 피가 몰리면 귀가 멍멍해졌지만 아득히 먼 발치로 보이는 하늘이 파라면 얼얼해진 입술이 열리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파란하늘 보기를 좋아했는데 빌딩사이를 뚫고 애써 올려다보려면 고개가 아프지만 양 다리사이에 머리를 두고 사선으로 내려다 보는 일은 그닥 힘들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하늘이라 촛점을 맞출 곳이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다보고 있자면 한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리면 하늘이 바람타는 돛단배처럼 출렁출렁 흔들렸다. 깊이를 가늠하지 못할 우주로 고만 똑 떨어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튀어오르듯 상체를 들어올리고 그대로 땅으로 미끄러지곤 했다. 세상에 그렇게 아스라한 낭떠러지도 없는 것이다.

2.

바닷가에 가는 걸 좋아한다. 푸르딩딩한 바다. 여전한 흉내쟁이. 하늘따라 파랗고 하늘따라 잿빛이고… 넓고 너른 수평선은 옆으로 옆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다. 모래사장에 대자로 누워 쳐다보면 위는 하늘, 밑은 바다, 그리고 더 아래쪽에 땅이 있다. 한쪽 귀를 모래밭에 대고 옆으로 누워보라. 수평선이 곧 수직선이 된다. 길고 긴 수직선. 오른쪽으로 누웠다면 수직선 왼쪽은 하늘이고 오른쪽은 땅이 된다. 왼쪽으로 누우면 그 반대.

그러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쳐다보느냐에 따라 하늘은 아래에 있기도, 위에 있기도, 왼쪽에 있기도, 오른쪽에도 있기도 한다. 존재와 생각과 사물은 보는 시각에따라 다른 자리에 있음을 철봉하고 바닷가에서 또다시 깨닫는다. 가끔은 슬퍼지는 현실의 삶, 때에 따라 거꾸로 매달리고 오른쪽으로 누워보고… 그 안에 숨겨진 보석같은 희망을 캐낸다. 그러다 정 안되면 눈을 꼬옥 감고 애써 떠올린다. 좋은 친구들과 다녔던 여행지의 추억, 자지러지게 웃을 때면 뽀옹하고 새어나오는 아이의 방구소리, 행복해서 세상이 하얘졌던 순간들,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 슬픔대신 뭐 그런 것들을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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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란 말이 있지요.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는 뜻입니다. 많이 웃으면 젊어지고 건강해 지는데 알면서도 항상 웃으면서 살 수가 없네요. 그게 삶이지요. 오늘만큼이라도 꾸역꾸역 웃을 일을 생각해 보아요, 우리.

 최근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나누어 주세요. 덕분에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