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하나 더 - New Year’s Resolution

 window insulation kit를 구입해 창을 막았더니 등짝이 한결 아늑해 졌다. 아래창과 위창의 연결 틈으로 바람이 많이 새는 탓인지 비닐 중간부분이 자주 볼록해진다. 그래서 배불뚝이 남편을 닮았다고 놀리는 참이다. 어렸을 적, 엄마는 겨울에 손님이 찾아오시면 ‘우리집은 우풍이 세서 추워요.’라며 손님을 난로가로 이끌었다. 그러면 난로 옆에 붙어있던 우리들은 알아서 내쫓기는 파리신세가 되어야 했다. 그 난로 위에서 끓이고 있는 귤차나 몰랑몰랑하게 구워지는 가래떡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면서 나는 우리집은 방 위쪽에서 센 바람이 부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연히 윗풍이라고 생각했던 우풍은 밖에서 들어온 바람, 즉 외풍을 의미했다. 지금의 우리집도 외풍이 세다. 그래서 비닐 한 장 덧씌웠더니 제법 그럴싸하게 방한벽 역할을 해낸다. 추운날 껴입는 내복 한 벌이나 홈리스들이 덮고 자는 신문지 한 장이 모두 같은 원리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달랑 하나 더, 가 꽤 아름다운 미학으로 다가온다. 더 많으면 좋겠지만 달랑 하나라도 더해지면 좋을 일이 세상엔 많이 있었다.

우선, 칭찬 한마디 더

칭찬은 쉬운 일이면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모든이가 실천하며 사는 것 같지는 않다. 나부터도 그렇다. 나는 입발림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므로 빈말로 하는 겉칭찬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 어쩐다? 고민끝에 대신 칭찬거리를 찾기로 한다. 사람들의 좋은 점을 눈여겨 보는 버릇을 키워서 칭찬의 자본을 넉넉히 마련한다면 거짓없이 술술 칭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먼저 남편 칭찬하는 버릇부터 붙여야 할 것 같다. 십몇년동안 볼것 못 볼것 다 겪으며 살다보니 켜켜이 벗어낸 허물만 한무더기 쌓여버렸다. 그래서 널려있는 말똥 밟 듯 입만 벌리면 흉이 새어나왔는데 새해부터는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둘째, 팁 한 장 더

한국에 없는 팁문화이기에 팁을 주어야 할 때면 은근히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의 공통된 정서이다. 하지만 어차피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 할밖에… 기왕에 줄 팁이라면 후하게 주자고 결심한다. 가끔 식당에서 불친절한 웨이트리스를 대하면서 은근히 제 발 저릴 때가 있다. 나같은 아시안으로부터 짠 팁을 받고 기분 상한 경험이 있으니 저리 나오는 거겠지… 솔직히 팁을 짜게 주어 아낄수 있는 돈이란 불과 1,2불에 불과하다. 2불을 더 주면 상대가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걸 아껴 뭐하나? 정말 작은 돈이지만 행복을 나눌수 있으니 참으로 착한 돈이다.

셋째, 침묵 한자락

침묵의 소중함은 살아갈수록 보물로 느껴진다. 인터넷의 공급으로 정보를 쉽게 얻고 너나없이 고등 교육을 받는 세상이다보니 사람들은 할 말이 참 많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누군가 틀린 말을 하면 꼭 고쳐주고 싶고,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선 아는 척 하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내 귀가 따갑고 남의 귀를 따갑게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상하게 말을 많이 한 다음엔 꼭 마음이 허전해 지는데도, 존재감을 갖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면 애써 수다를 떨곤 한다. 철이 드는지, 요즘은 잘난척, 아는척 하는 것보다 알면서도 침묵할 줄 알고 틀려도 눈감아 줄줄 아는 참모습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한자락의 침묵이 더 값질 수 있음을 새해엔 꼭 경험하고 싶다.

2010년이 활짝 열렸다. 많은 분들이 새해에 이룰 목표를 결심하고 계획을 세우셨으리라 생각한다. 무리없는 좋은 바램을 가지고 꾸준한 실천으로 이 한 해동안 꼭 마음의 부자가 되셨으면 좋겠다.

한 겹 더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나고 싶은 소망을 고백하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