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인연

간밤 내내 비가 내리더니 아침 창밖이 어둑지근하다. 오랫만에 오시는 비님! 가지마다 선홍색이 피어오른 나무에 물큰 여름물을 들이려는 듯 찬찬하게 내려앉는다. 내 몸마저 물을 잔뜩 먹은 듯 천근만근 무겁다. 잠을 설친 탓이다. 언제나 꿈때문에 아침이 뒤숭숭한 편이다. 남편이 시계를 확인한다. 오늘은 일요일, 집식구들이 교회에 가는 날. 잠은 깼으나 발꼬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누워있는 남편에게 문득 생각이나서 물어본다. 아마도 이런 질문을 처음하지 싶다.

“교회에 가서 좋은 점이 무어야?”

별로 생각이 많지 않은 남편은 또 멀뚱거린다. 크리스찬이니까 가는 거지,라고나 하려나?  분명 특별히 좋은 점따위를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 뻔하다. 그러고보면 우리 부부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심오하게 토론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관심분야와 성향이 다른 탓이기도 하지만 사색가인 나와 모든 사물에 단순명료한 남편은 한마디로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 4차원과 1차원의 차별성. 주로 내가 화두를 던지는데 그럴때마다 생각이 없는 듯, 순진무구한 대답을 하여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선사할 때가 많다. 그래도 그런대로 잘 살고 있는 우리를 보면 부부란 참 기이한 인연이란 생각을 한다.

“일요일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잖아.”

조금 응용된 대답이지만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참을성을 가지고 또?라고 묻는다.

또~~ 또~~, 하더니 “목사님 잔소리 듣는 것이 좋아!”란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살아라,란 잔소리가 재밌고 좋단다. 역시 우리 남편이다. 설교도 아니고 잔소리라니, 단어의 선택하고는… 근데 잔소리라면 마누라도 한 몫하고 있잖아!

부부 인연의 기이함은 그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전자의 오묘한 내림법칙때문이다. 클수록 엄마 모습을 쏙 닮아가네요,란 평가를 듣는 큰 딸내미. 얼굴은 엄만데 속은 아빠를 닮아서 기이하다. 아빠 성격을 많이 닮은 우리 큰 딸이 내게 기이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래서 기이한 일은 아니다. 용케, 네,하고 대답은 하는데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때. 여드름 삐죽삐죽 난 얼굴을 물로만 쓱쓱 문지르고 세수 했다고 할 때. 단순하고 유치한 면모가 많으며 한없이 마음 여린 모습을 대할때 피는 헛되이 흐르지 않음을 실감한다. 그런데 우리 딸들은 아빠랑 닮았다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