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alf million 차이나 세트!

드디어 미합중국 44대 대통령이 탄생되었다. 이민 2세이며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의로 더욱 유명해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촌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인물로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악의 지지율로 임기를 마감하는 부시 전 대통령과 오버랩되면서 그의 후광은 더욱 빛을 내는 것 같다. 민주당 후보시절부터 대통령 취임 당일날까지 매스컴에선 이 혜성같은 정치인에게 거는 전망과 기대, 그리고 사생활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까지를 핫이슈로 다루어 왔다. 현재 몸짱으로 다시한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비록 미국 참정권도 가지지 못하는 필자의 입장이긴 하지만, 많은 기대와 격려를 보내는 바이다.

떠오르는 태양빛에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어두움!, 부시 전 대통령을 묘사하기에 적절한 말이 아닐까 한다. 18일자 워싱턴 포스트지 인터넷판에 올라온 기사중 ‘10 Take Away From the Bush Years’란 흥미로운 기사가 있다. 지난 8년간의 부시정권을 타산지석 삼아 새 대통령이 참고하고 배워야 할 점 10가지란 웃지못할 토픽이었다.(관심 있으신 분들은 18일자 인터넷판 워싱턴 포스트지를 참고 하시기 바란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자신의 남편이 최악의 대통령이 아니며 잘잘못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역사에 맡기라고 변호를 했던 로라부시 여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연상적으로 열흘 전쯤 보았던 또 다른 뉴스가 생각났다.

abc뉴스에서는 로라부시여사가 사들인 a half million 상당의 차이나 세트에 관한 기사를 다루었다. 금테가 둘린 차이나 세트의 가격이 웬만한 집 값과 맞먹는다고? 경제와 재정 위기가 팽대해 있는 이 나라에서 그 국모라는 사람이? 가십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상식선을 너무도 벗어나는 이 사건에 대해 진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싶어 여기저기 웹서핑을 했다.

부시여사는 퇴임 2주가 안 남은 상태에서 2세트의 custom china를 구입했단다. 하나는 국가적 공식석상에서 최고의 음식을 화려하게 담아낼 금테가 둘린 그릇들로 $485,000, 하나는 보다 캐쥬얼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mangolina patterned 세트로서 가격이 $74,000이라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 대통령 가족을 위한 선물이 되었지만 그 비판은 온전히 그녀의 몫으로 남아 버렸다. 사실 그녀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주문을 하고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적어도 주문할 당시에는 경제가 지금보다 나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연임하는 대통령인 경우에만 custom china를 주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니, 계산상 연임확정이후 진행된 일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자금출처는 White House Historical Association(이하 WHHA)이고 private money라 했다. 미국 의회는 first family에게 매 4년마다 리데코레이션 몫으로 $100,000를 제공한다. 보충액은 WHHA로부터, 기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펀드로부터, 혹은 자신들의 자산으로 충족된다. 그렇다면 부시정권 8년 동안 의회가 제공한 $200,000은 이미 백악관 재치장으로 썼고 순수 보충액으로 a half million이 넘는 그릇을 샀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러그(rug)니 뭐니 플러스 알파에 대한 소문도 있다. 백악관에는 힐러리 클링턴여사가 구입한 $250,000 상당의 차이나 세트와 레이건 대통령의 영부인 낸시여사에 의해 구입된 $200,000 상당의 세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다 팔아버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서민들은 주택차압으로 길거리로 나앉고 레이오프가 횡행하는 이 시기에 도대체 웬 그릇 호사란 말인가??

자신이 땀흘려 번 돈이 아니라서 겁없이 가볍게 쓰여질 수 있었던 거액이라… 그녀는 주어진 private money를 그렇지 않아도 호화로운 백악관을 더욱 사치스럽게 만드는 데만 사용해야 했을까? 혹 그 돈을 훨씬 가치 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한국속담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소비지침은 모르더라도 매 시간 기아로 죽어가는 어린 영혼에 대한 통계는 접했음직 하련만… 정 그 private money를 집장식에만 써야하는 규정이 있다면 어려운 국민을, 혹은 불쌍한 어린이를 생각하는 인지상정으로라도 그리 험한 사치까지는 못했으리라.

몇 달전, 한국 이명박 대통령이 UN을 거쳐 외국 순방길에 오른 일이 있었다. 그 때 한 한국 주요일간지 컬럼리스트가 헵번 스타일로 꾸민 영부인의 외양을 두고 그 화사함이 심히 눈에 거슬린다는 표현을 쓰며 꼬집은 일이 있었다. 국민들은 경제곤란에 처해 죽을둥 살둥 하는데 국모란 자의 사치스런 꾸밈새가 웬 말이냐는 것이다. 그녀의 머리에 금이 박혔던가 다이아몬드가 박혔던가? 그 때 나는 그 칼럼리스트의 억지스런 주장이 오히려 거슬렸다. 영부인은 외양마저 나라 경제사정에 맞추어 허줄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나는 부시여사의 프릴이 닥지닥지 들러붙은 파란 드레스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눈을 호사시킨다 하더라도 결국 맛의 본질은 음식 자체에 있다. 그릇에 신경 쓰기 보다는 음식맛에 정성을 기울이는 여인이 국모였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