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Yoojin Kim (Woodhill 6th)

미완성인 나의  바램

욕심 없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나를 먼저 생각지 아니하고 남을 우선으로 하여 남에게 듬뿍 내어주는 사람이 욕심없는 사람입니다.

첫째, 물욕과 잔계산이 없는 사람이 욕심없는 사람이요, 둘째, 시기와 질투가 없는 사람이 욕심없는 사람이요, 셋째, 육체는 있지만 실체가 없는 ‘무아(無我)’의 의미를 알면서 실천하는 사람이 욕심 없는 사람입니다.

작은 행복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물욕의 허상을 바로보기 시작했고, 모든 이의 행복을 염원하면서 시기와 질투를 멀리했으나, 나에겐 참으로 모든 사물의 관계 속에만 내가 있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의 겸양이 부족합니다. 때때로 ‘나’를 내어놓고 ‘나’를 비워 내면을 들여다 본다면 마음에 들어찬 욕심이 보일 것이요, 부끄러움을 깨닫게 되므로 사람은 작아져 오만하지 않을 것이거늘… 내가 부족해 익히고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종종 말의 끝이나 처음에 꼭 ‘내가’나 ‘나’가 들어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거 내가 했어, 내가 그렇다고 했잖아, 그게 나야, 나도 다 알아…’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으니 나이외 모든 것은 하잘 것이 없어 노엽습니다. 굳이 나를 없애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말끝마다 ‘나’를 내세우는 허세는 노력한다면 쉽사리 고쳐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했지요.

말을 멋지게 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멋진 말이란 화려한 수식어가 아닙니다. 공허한 경어(敬語)가 아니고 겉치레 요란함도 아닙니다. 사탕발림의 달콤한 말은 더우기 아닙니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정확한 용어로 전달하는 사람이 말을 멋지게 하는 사람입니다. 솔직하지 않은 말은 매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매력이란 신뢰와 공감을 의미합니다. 누가 진실이 아닌 것을 믿는다면 그건 속는 일이 됩니다. 믿는 건 같은 행위인데 그 말이 사실이냐 거짓이냐에 따라 신뢰도 되고 속임도 됩니다. 속임은 없고 신뢰가 그득한 세상에서 살면 좋겠습니다.

한마디 말로 타인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말 잘하는 사람입니다. 항상 진솔하고 따스한 말을 하는 이는 틀림없이 마음도 멋진 사람일 것입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마리암의 글선생 파이즐라처럼 남이 얘기할 때 한 눈 팔지 않는 사람은 근사한 사람입니다. 엄마한테 하지 못 할 이야기라도 그 사람한테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파이즐라가 한 것처럼 ‘특혜라도 받는 듯 경청하는 내내 고마운 미소를 지어준다(진심어린 공감을 의미하겠지요)’면 얘기뿐 아닌 마음을 건네고 싶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말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어찌보면 경청이란 인내를 가지고 남을 위해 나를 죽이지 않으면 실행하기 힘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업(業)일지도 모릅니다. 그 업을 쌓다보면 삶이 힘들 때 찾아가 근심을 털어놓을만치 기대고 싶은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성심껏 경청해주고 마음을 건네받는 건 참으로 멋진 선물입니다.

무언가를 빼어나게 잘 하는 사람은 경이롭습니다. 그러면서 겸손하다면 비록 그 분야 말고는 모든 방면에 문외한이더라도 완벽한 사람이라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무언가란 어떤 일도 될 수 있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일, 악기를 연주하는 일, 목수일, 요리를 잘 하는 일, 수학을 잘 푸는 일…

그러나 모든 면에서 뛰어나더라도 인간의 미덕을 갖추지 않으면 미완성이란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것, 특출난 재주도 없고 겸손하지도 않은 많은 무리 안에 들어있는 나는 그래서 미완성인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미완성이지만 내 좋아하는 이처럼 되고자 나 자신 가꾸길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조금씩 진정한 참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서 그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