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Yoojin Kim

사랑은 낮잠자기처럼 쉽고 달콤한 것!

일상 생활에서 물은 여러가지 이유로 필요하다. 마시기, 씻기, 놀기, 가꾸기… 그 중에 딱 한가지만 택하라 한다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어거지가 될 수 밖에 없겠다. 씻지도 말고 물놀이도 안 되고 농사도 못 짓고 마시기만 해라,라는 뜻이므로. 정말 물이 아주 조금만 있다면 다른 선택은 있을 수도 없다.

그걸 어거지라고 우길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행복하다. 자쿠지에서 물안마를 받는 세상, 여름이면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에서 풀파티를 여는 세상, 마켓에 있는 여러 브랜드중 어떤 식수를 고를까 고민하는 세상, 이도저도 아니라면 적어도 땀나면 청결한 물로 샤워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산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부디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이 있었으면,하는 간절한 소망을 안고 산다.

한비야씨의 책 ‘그건, 사랑 이었네’에 그런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남부 수단의 톤즈라는 마을에서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유일한 식수원이다. 마을 사람들 모두 그 물을 마시며 산다. 그 강물을 소 떼도 마시면서 똥 오줌을 누고, 목동은 그 자리에서 마른 목을 축인다. 더러운 걸 알면서도 다른 물이 없으므로 마신다. 그 물엔 기니아충이라는 기생충이 살고있다. 물벼룩 안에 기생하는 기니아충은 사람 몸에 들어가면 알을 부화하고 성충이 되어 피부를 뚫고 나온다. 긴 것은 1 미터도 넘는데 잡아빼려 하면 다시 살 속으로 숨어들거나 끊어지는 낭패가 생길 수 있다. 내장이나 뇌를 건드리면 죽기도 한다. 상상해 보라, 하얀 실같은 기다란 기생충이 사람의 엉덩이나 팔에서 살을 뚫고 나오는 장면을… 깨끗한 물로 손을 씻지 못해 눈병 트라코마에 걸린 7살짜리 남자 아이도 있다. 그 해맑고 반짝거려야 하는 눈동자는 하얀 막으로 덮여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오염된 노천을 마시고 말라리아나 콜레라, 장티푸스에 걸리는 사람들이 한 해 평균 5백만여 명이란다. 물 길러 왕복 대여섯시간을 걸어다니는 여자아이들은 학교에도 못가고, 도중에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라니… 현장체험의 생생한 수기가 아니고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였다면 잘도 꾸며냈군, 하며 믿지 않았을 것이다.

가슴이 아팠다. 그냥 아픈 게 아니라 피부가 벗겨진 자리에 식초물이 닿은 듯 쓰라렸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아이들 이야기는 더욱 민감해진다. 딱 고만한 나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상상할 수 있어서 더욱 실제처럼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다. 이상하게 그 아이들과 내 딸들이 오버랩 된다. 아이들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장 무엇이라도 하고싶었다. 그리고 다행히 해결책이 있었다.

하나, 오염된 물을 얇은 천으로 걸러내고 정수약 한 알을 넣으면 된단다. 10리터에 10원짜리 정수약 하나를 넣으면 깨끗한 물이 된단다. 10원이면 1센트도 안 되고 그 돈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사람 목숨도 구할 수 있다니… 둘, 펌프나 우물을 놓으면 여자아이들이 학교도 다닐 수 있고 더불어 성폭행의 위험에 처하지도 않는다. 마을에서 농사도 지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로 열매가 크다. 펌프는 7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지만 열매에 비하면 비싼 값이 아니다. 맑은 물만 있으면 전세계 유아사망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모두 도울수 있다. www.worldvision.org 에 들어가면 도움을 구하는 손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ways to give -> meet basic needs -> clean water 를 차례로 클릭하면 성금을 기부할 수 있다.

 큰 딸아이에게 아프리카의 사정도 이야기해 주고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설명문을 읽게 했더니 선뜻 돈을 기부 하겠단다. 설거지나 청소를 해서 모은 돈이라 더욱 가치가 있었다. 불쌍한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젖는 두 눈이 검은 유리알처럼 반짝였다. 철딱서니 없게만 여기던 우리 딸의 이런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감사한다. 우리 가족은 몇 년 전 sponsor a child로 월드비전의 회원이 되었지만, 직원도 아니고 그 단체에 대한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단체를 통하든, 혹은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든 함께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작은 실천으로 많은 이들의 귀한 생명과 어린이들의 삶을 구할 수 있으니 마음을 열면 사랑은 낮잠자기만큼 쉽고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