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그녀의 죽음

 나는 망연해 졌다. 남의 죽음을 농담 삼으실 분이 아닌 지인으로부터 최진실씨의 사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순간이었다. 간밤, 웹서핑중에 '최진실의 죽음…' 운운하는 글귀를 보았지만 드라마상의 결말이려니, 하고 흘려버렸다. 그런데 그녀가 정말 세상을 하직했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 참 아프게 목이 메인다.

화려한 낙엽수들이 세찬 바람에 휘둘리는 창밖 풍경이, 스타의 생애 같아서, 그토록 허허로울 수가 없다. 인터넷을 들여다 보는데 눈물이 마구 흘렀다. 어떻게 이런일이… 마치 전화통화라도 하는 사이처럼 슬픔이 밀려오고,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데, 꼭 믿어야 한다면 사무치는 이 애도만이라도 그녀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솟구친다.

‘외톨이… 외로움… 내가 죽으면 세상사람들이 다 좋아할거야…’

 라고 씌여 있다는 그녀의 다이어리 메모가 가슴을 찢는다.

TV광고프로덕션에서 일했던 이유로 나는 많은 연예인을 접할 수 있었다. 한번은 최진실씨를 모델로 화장품 광고를 찍은 적이 있었다. 그때만해도 컴퓨터그래픽이 그리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연출감독님은 우아한 컨셉으로 코디를 마친 최진실씨를 풀 안에 세워두고 서서히 물을 채우는 씬을 찍었더랬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란 삼성전자 CF 역시 그 감독님이 찍으셨다고 들었다. 오랜동안 옷을 입고 물 안에 서 있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으니 체온이 떨어져 추위를 느꼈으리라. 조감독이 ‘입술이 파래져서는 덜덜덜 떠는데 너무 불쌍했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었다. 몸은 덜덜 떨리는데 카메라 돌리며 '우아한 자태, 고고한 미소' 같은 주문을 받아야 하는 고충은 현장에서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다. 그걸 제대로 소화하는 일도 타고나야 하리란 생각이 미치자 이틀 촬영으로 내 연봉의 몇 배를 받는 대스타에 대한 질투가 슬그머니 사그라들었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던 나는 기획팀 소속이라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촬영장에 나가지 않았다. 최진실씨가 모델일 때는 솔깃했지만 게으른 마음이 현장에 가고자하는 마음을 누르긴 마찬가지였다. 그 때 따뜻한 차라도 한잔 내밀며 '수고하시네요'란 말 한마디 건넸었더라면...

언제나 죽음이란 단어는 추상으로 머문다. 허나 망자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은 현실이 되어 사무친다. 현재 한국에 있다면 그녀의 장례식장에라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을 뿐이다. 아무런 이유없지만 한 여자를 애도하고 싶은 그저 한 여자이기에......

꽤 오래된 어느날, 인간시장인가 하는 프로에서 최진실씨를 보았다. 우연찮게 그 프로를 접하게 된 나는 어렴풋이 인간 최진실을 알게 되었다. 불우했던 시절, 가난했던 그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선배인 강수연씨를 우상으로 품으면서 자신도 그리 되고 싶다고 열망했단다. 짠순이란 별명은 그녀의 삶을 반추하는 애환일 뿐이다. 당시 그녀는 10년이 지나도 굴하지 않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아스름 하지만 뚜렷이 내 맘을 흔들었던 그녀의 멘트가 생각난다.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사람들은 자기들 말에 내가 상처받을 거란 생각을 못할까?”

사무실에서 혹은 현장에서 만났던 연예인은 모두 사람이었다. 나랑 내 친구랑 똑 같은 사람일 뿐이었다. ‘세치의 혀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진리가 스타라 해서 비켜가진 않을 터인데 무엇이 대중을 눈멀게 하는지 참말 모르겠다. 어찌보면 같은 이유로 인해 20여년이 넘도록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는 대중의 사랑으로 열렬하게 생의 꽃을 피우면서도 대중의 말침에 찔리고 꺽이기를 수도 없이 반복해 온 고달픈 인생이었던 모양이다.

의사를 붙들고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 했다는 아이들때문에 가슴이 진정 메어진다.

진심으로 …

삼가 최진실씨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