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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위태로웠던 어느 저녁에 Yunah Kim (kyeonah) 2021-1-31  21:52:21


위태로웠던 어느 저녁에

 

 


꼴깍…, 큰아이는 목으로 뜨거운 침을 넘겨 차가운 두려움과 마른 긴장을 눌렀다. 그렇게 밀려들어간 두려움과 긴장은 심장의 펌프질을 높이고 두피를 빳빳하게 만들어 모근을 저리게 했으리. 생애 처음 운전대를 잡고 하이웨이를 달리는 동안, 해 저문 사방은 검었고, 버러지처럼 꼬물대며 짙어졌다 옅어지는 붉은 빛, 어지럽게 점멸하며 차선과 차선을 넘나드는 노란 전구 사이에서 큰아이는 제 어깨 위에 흰 차와 세 식구를 이고지고 제 다리로 질주하 듯 버겁게 운전을 했다.

 

꼴깍큰아이가 거듭 마른 침을 삼켰다.

여러 차례, 노랗고 쟁쟁한 빛이 운전대를 움켜잡은 손등과 가녀린 뺨을 쓸어내 듯 훑고 간 후엔 곧추세운 허리가 열기로 후끈댔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될 수 없는 시선 안에는 애벌레같이 꼬물대는 빨간 브레이크 등이 무수히 박혔다. 한번은 길고 거대한 트롤리의 위협이 공기의 결로 느껴지는가 싶더니 깔아뭉갤 것처럼 밀어 부쳐 좁은 틈바구니의 연동이 이어졌는데 수 초였는지 수 분이었는지 의식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 장구한 세월만큼 늘어져 좌우 심실과 심방을 온통 쫄깃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무슨 치기로 짜장면을 먹으러 가는 길에 견습생 면허증을 가진 아이에게 퇴근 시간의 6차선 고속도로 위를 운전해 달려보라고 했는지

 

꼴깍큰아이가 생애 처음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나머지 세식구의 모양새도 다르진 않았다.

저도 모르게 무릎이 모아지고 사지는 거대한 입김에 부풀다 쪼그라들기를 반복하는 풍선처럼 의지가지 없이 풀럭거렸다. 하나의 손이 각자의 몸 가까이에 있는 차문 손잡이를 잡았다 놨다 하는 동안 날개도 없는 몸은 공중으로 부웅 떴다가 가라앉기를 변덕쟁이의 심사처럼 반복했다. 세 식구의 여섯 개 동공 안에 휘몰아친 풍경은 어제의 것과 달랐다. 모든 차가 저승사자요, 우뚝 솟은 담벼락이나 움푹 패인 갓길 도랑이 저승길 출입문 같았다.

 

뒤에서 잡아주던 자전거를 처음 놓았을 때, 아이가 처음 무대 위에 섰을 때, 관중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중요한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서성였던 시간, 애썼던 일의 발표를 기다릴 때 옆에서 함께 했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때의 작은 긴장감은 이제 보니 순한 추억이었다. 아이가 크면서 처음으로 무언가에 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수많은 시간, 앞으로도 결혼이나 출산 같은 처음으로 무언가를 할 이벤트는 남아있지만 이 순간보다 더 긴장으로 오금이 저릴 일은 없을 듯싶었다. 40여분간의 깜깜한 주행을 마치고 광명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그래서 나는 무심코 벌인 일로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은 느낌에 뭉근하게 가슴이 팽창했다. 온 가족이 죽음에 처할 수 있는 위험,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를 대적할 두려움은 없을 듯 싶으니 말이다. 나쁜 일을 겪어보지 않으면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일부러 만든 위험천만했던 두려움을 겪고 나니 가족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함이 솟았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것, 그보다 더한 가족의 행복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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