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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부모로서 해 줄 단 세가지 Yunah Kim (kyeonah) 2021-4-15  09:53:15


부모로서 해 줄 단 세가지 

(박 노해 시인 - 노동 운동가)

 

 


무기 감옥에서 살아나올 때

이번 생애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혁명가로서 철저하고 강해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허약하고 결함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기나긴 감옥 독방에서

나는 너무 아이를 갖고 싶어서

수많은 상상과 계획을 세우곤 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일체의 요구와

그 어떤 교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서 온 내 아이 안에는 이미

그 모든 씨앗들이 심겨져 있을 것이기에

 

내가 부모로서 해 줄 것은 단 세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되는 건 안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서는 안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뼈 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을 자기 스스로 해 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 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가 먼저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 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 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올 해, 나는 대학입시방에 들락거리며 수없는 눈팅을 했다. 막내가 입시를 치뤘기 때문이다. 전학 온 데다 코로나로 인해 1년 이상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으니 정보를 얻을 곳이라곤 유일했다. 이번 해는 코비드로 인해 매우 변화된 입시환경이 되었기에 입시를 치뤄 봤더라도 모두 초보자처럼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온라인 수업을 원치 않아 휴학했던 작년 신입생들이 돌아와 모집정원이 줄고 계속 취소되는 바람에 SATACT 같은 표준시험이 optional이 되었으며 얼리 모집에 심혈을 기울인 정책으로 인해 레귤러 때는 그야말로 불안정의 도가니였다. 그 안에서 나는 많은 어머님들의 고충과 인고와 기대와 실망을 지켜봤다. 사실 나는 그런 쪽으로 무딘 편이라 입시에 정성을 다한 어머님들의 심리에 놀라고 안쓰럽고 감탄하고 그랬다. 때때로 날선 공방은 위태롭기까지 했는데 윗글은 한참 대학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불구덩이 같은 시기에 올라왔다. ‘아이가 정말 앞만보고 열심히 달려왔고, 부모로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낌없이 해 주었건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았을 때 무너지고 쓰러질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하지만 박노해 님의 시를 읽고 쓰러져 있던 자신을 돌아보고 부끄러워서 통곡을 했다는 어떤 어머님의 고백에, 또 줄줄이 반성한다는 댓글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반성 뒤에는 일보 진전이란 희망이 버티고 있으므로... 사실 엄마는 사람이고 때때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함몰되어 자식 앞에서 쓰러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어떤 계기로든 다시 어미다움을 되찾으면 그로써 다시 모두다 괜찮아질 것이다. 그런 어미란 존재에게 깊은 생각을 던져주는 이 시, 참 좋아서 소개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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