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이후 – 스마트폰이 싫어요~

뉴스를 볼 때 나는 가끔 정신이 없다. 왜냐하면 하나의 화면에 두가지 메뉴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가지 메뉴란 하나는 엥커가 전하는 메인 뉴스이고 또 하나는 화면 밑으로 흐르는 작은 자막들이다. 작은 글자에는 메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소소한 뉴스들이 담겨있다. 밑의 자막들은 계속 움직이므로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글자를 읽다 보면 엥커나 리포터들이 전하는 내용을 놓치고 만다. 눈으로는 글을 읽으면서 귀로 다른 내용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나는 얼른 귀를 기울여 메인 화면으로 돌아오면 다시 밑의 글자들이 날 좀 보시요, 하고 손짓을 한다. 보통은 같은 내용이지만 혹시나 다른 내용이 또 있을까, 궁금해서 슬쩍슬쩍 곁눈질을 한다. 그러다보면 한번에 한가지를 집중할 때 완전하고 충만한 느낌을 가지는 내 정신이 산만함을 느낀다.

이런 일은 스마트폰 때문에 자주 발생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분신처럼 데리고 다니며 누군가와 만남을 가질 때 또다른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SNS를 보거나 정보를 찾느라 같이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한다. 식당에 가면 몸은 함께 있으나 정신은 따로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나눌 수 있는 짧고 정겨운 대화를 스마트폰에 빼앗긴 그들을 바라보면 남의 일이지만 마음이 허전해 진다. 정작 그들은 침묵의 정적을 못 깨닫겠지만 그들의 능숙한 침묵에 나는 어색한 것이다. 고리타분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다. 그것은 바로 한 눈을 파는 행위인 것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서로 존중 받지 못하는 만남을 가지거나 만남의 참된 형태가 손상되어서 안타깝고 서글프다.

큰아이 중학교 때 일이다. 아직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기에 그 세계에 익숙하지 않았던 딸아이는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돌아온 후 그 친구를 멀리하게 되었다. 자기와 함께 있으면서 전화 속의 다른 친구들과 끊임없이 채팅을 하는 친구에게 마음이 심하게 상했다고 했다. 한 두 번 말을 해봤지만 처음에는 주의를 기울이는듯 하다가 단톡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던 모양이다. 결국 그 아이는 휴대폰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

한국에 먼저 귀국한 남편은 미국에서 사용하던 2G폰을 엄청나게 업그레이드 시켜 최신형 스마트 폰으로 바꿨다. 이후 혼자 지내면서 아주 그 세계에 폭 빠져서 이상한 버릇이 들어버렸다. 3개월만에 만난 남편에게 딸들과 나는 여러모로 적응할 수 없었는데 그 중 하나가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말이 좋아 멀티 테스킹을 한다지만 같이 있어도 따로 있는 느낌을 주는 그 기술에서 영 정당성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허무했던 건 남편이 식사할 때 소리내지 않고 먹게 하는데 십 수 년의 공을 들였건만 혼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옛 버릇이 도로 돌아와버린 일이었다.

가족인 경우 잔소리를 해서라도 관계를 극복할 수 있다지만 타인의 경우에는 이타저타 말도 못하고 마음만 무거워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단체 모임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싫다는 표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그럴 때면 참 예의가 없다는 생각에 그 사람에 대한 인상도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그 사람들은 본인이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 불쾌하지 않은 것인가???

휴대폰이 생긴 이후 내겐 귀가했을 때의 한가지 즐거움이 사라졌다. 반가운 부재중 전화를 더이상 발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언제나 연락이 닿아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사정에 따라서는 매우 반가운 전화를 바쁜 와중에 받으며 그 반가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전화를 거는 사람은 통화가 자유로울 때 걸겠지만 받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상황도 있으므로 쌍방의 마음이 아쉽게 공감되지 않을 때도 있고, 아쉽게 끊은 전화라 곧 또 하자 하다가 잊어버릴 때도 있고, 상대가 바쁠까봐 선뜻 전화를 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차라리 집으로 걸어 없으면 부재중 메시지를 남기거나 끊으면 되는 옛 시스템이 편했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무엇보다 서프라이즈같은 반가운 전화를 발견하고 외출의 피곤함을 한방에 날리던 즐거움이 나는 무척 아쉽다.

스마트폰이 더우기 싫어진 시점은 스마트폰에서 전자파가 억세게 나오고 있는 실태를 보도하는 TV를 본 이후이다. 미세먼지와 오존, 생활 속 전자파는 한 대 맞거나 즉시 상처가 생기는 다른 피해들과는 달리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축적의 위험성이 기인한다. 뻔히 알면서 휴대폰의 전자파를 몸 속으로 들이키는 일을 반복하며 사는 마음이 어찌 즐겁겠는가.

컴퓨터와 전화기와 사진기와 mp3와 무전기…등이 합해진 스마트폰, 그 편리함과 오락성은 어따 두고 이리 고리타분한 말만 하느냐고 퉁박을 준다면 할 말은 없다. 특히 나와 같은 집전화 세대가 아닌 파란 젊은이들은 이해조차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조세프 페리도 말했다. Make new friends, but keep the old. Those are silver, these are gold. (새 친구도 사귀지만 옛 친구를 소중히 하라. 그들은 은이고 이들은 금이다.) 이 말을 나는 이렇게 인용해 본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라, 하지만 사람의 정이 묻어나는 옛 정서를 간직하라. 새 것은 편리하지만 옛 것은 아름답다!!

편리하고 재미있는 휴대폰, 쓰는 이가 예절 바르게 사용하여 아름다운 문물로 업그레이드 시키면 이 아니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