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씨의 노래를 끔찍히 좋아하게 된 지금으로서는 그 날의 무모함과 내 무지에 쓴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대가수의 노래를 몇 미터 앞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기회를 그렇게나 무심히 놓쳐버리다니... 그 일이 이토록 안타까운 건 더이상 라이브로는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갔다.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적시고 한없이 뺨을 떨게 만드는 진주같은 노래를, 그리고 더이상 늙지 않는 목소리를 남기고 그는 떠나갔다. 이젠 숨조차 쉬지 않는다.

좋아하는 생음악마저 뒷전으로 미룰만큼 사는 게 신이 나서 어쩔줄 몰랐던 여자애는 참 때묻지 않고 기쁘고 말랑말랑하고 희었던 것 같다. 그 여자애는 작은 가슴에 큰 마음을 품고 있었고 세상을 맑게 바라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쉽게 화를 내지 않았다. 타인을 많이 배려했고 살아갈 날에 대해 희망과 꿈을 꾸었고 무엇보다 작아지는 마음에대해 용기있게 싸울 줄 아는 힘을 지녔었다. 30 여 년이 지난 지금, 여자애를 가끔씩 떠올리고 여자애가 살았던 20 여 년을 그대로 껴안은 한 여인은 제 안에서 여자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때는 여자애를 온전히 지켜주고 빛내주려고 눈물겹게 세상과 맞서기도 했다. 그랬는데 웬일인지 언제부턴가 하나씩 둘씩 잃어버려 이제는 먼 추억으로만 그녀를 만진다. 

여자애를 잃어버리는 댓가로 여인은 다른 걸 얻었다. 한 남자와 두 딸. 그들을 얻는 댓가로 여자애를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스무살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만약에 안다면 여자애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통기타를 치고 의자가, 커피가, 잘은 사람들의 엉덩이가 들썩대도록 노래를 불렀던 그 가수가 누구인지 깨닫던 순간만큼 허망한 표정이 되지는 않을까. 여인은 여자애를 참 좋아했다. 그렇기때문에 여자애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안 순간 너무 슬펐다. 꿈을 꾸기 보다는 현실을 계산하고 세상을 맑게만 바라볼 수도, 작아지는 마음에 대해 용기있게 싸울 힘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면 여자애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 스스로 울타리가 되어 세상을 대적하며 사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제 꿈만 좇으며 살 수도 없었고 마냥 말랑말랑할 수만도 없었고 언제나 하얄 수도 없었다. 그렇더라도 여자애를 지켜냈어야 했다. 여인은 끝까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어디에 가면 여자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녀를 찾으러 떠나야 겠다. 왜냐하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아니까…... 숨을 쉬고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