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것이 왜그리 경축할 일인고 하니, 아버지 건강도 건강이려니와 어머니와 싸울 일 하나가 줄었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에서 쏟아지는 건강상식이란 상식은 다 꿰차고 신주님 따르듯 숭배하는 엄마는 담배의 해악을 알면서도 가까이 하는 남편이 놀라워서인지 흡연을 할 때마다 매번 처음 보는 사람처럼 담배는 백해무익하니 끊으라고 조언을 하신다. 나는 정말 엄마의 열의와 열정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 한다. 1, 2 년도 아니고… 나 같으면 진작에 포기하고 닭 소 보듯 그러려니 했을 일이다. 엄마는 아버지에게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방도 따로 쓰시기 시작했다. 담배냄새는 정말 같은 공간 안에 있는 비흡연자에게 고약한 냄새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젊은 부부는 굳세게 함께 침대를 지키지 않는가. 부부가 각 방을 쓰니 애정이 식으셨군… 이라 생각했을 밖에…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엄마와 아버지는 지금도 티격태격 하면서 사신다. 부부간 싸움이 없으려면 만사에 서로 합의를 하거나, 적어도 한 쪽에서 져주며 살아야 하는데 내 보기에 두 분은 하나에서 열까지 동등하게 대립하신다. 부모님은 엄마 말을 빌리면 중매 반, 연애 반으로 결혼하셨다. "아버지, 제가 하숙집 딸을 많이 좋아합니다." 아버지의 고백에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김군과 송양을 백년가약하게 만들었고 두 사람은 몇 년 후면 금혼식을 기념할만한 세월동안 정말 다이나믹하게 사랑하고 싸우고 대립하고 합심하면서 살았다. 연애결혼을 하신 때문인지 나는 서로 사랑하고 좋아라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중고생 때까지 보며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상반된 모습을 대학 이후로 자주 보기 시작했다. 주로 엄마가 아버지 흉을 많이 봤다. 담배 피고 술 마시고 고집 세고 안 씻고 냄새 나고… 흉의 내용은 주로 그런 것들이었다. 그래서 어느날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빨리 돌아가시면 좋겠어요?" 그러자 엄마는 화들짝 놀라며 얘가 별 말을 다 한다고 퉁박을 주었다. 언젠가는 또 내가 이런 조언을 해드렸다. "부부가 함께 있으면 좋고 행복해야 하는데 엄마는 아빠가 싫으니 그만 이혼하세요, 그리고 새로 좋은 사람 만나시는 건 어때요?" 그러자 엄마는 입을 다물고 딴청을 피우셨다. 나는 농담이 아니었다. 늙어서도 가슴이 뛰는 로맨스를 만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인연을 만나 핑크빛 세월을 보낸다면 노년이 얼마나 값지겠는가, 물론 평생을 함께한 노부부가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주인공처럼 살아내는 것을 최고의 성공이라 여기지만 배우자가 흉 볼 일만 태산인 사람이라면 과감히 헤어지는 것도 정신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아버지도 엄마 흉을 보신다. 미국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안 하던 버릇을 하시니 아버지가 늙어서 찌질이가 되셨다. 나는 남자가 아내의 어떤 모습도 그냥 웃고 예뻐라하는 남편을 최고로 치기때문에 그런 남편은 찌질이라 생각한다. 이제 두 분은 사랑과 정이 없으시구나... 미국에서 노년에도 나란히 손을 잡고 다니는 노부부들을 좋은 눈으로 보아왔기에 따로국밥이 되신 부모님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