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구운 호떡을 오물거리다 갑자기 글이 고파져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눈앞에 만개한 벚꽃은 몹시 봄다우나, 창문으로 스미는 매서운 바람에는 아직 겨울이 가득하다. 처마 끝의 풍경은 바람결 따라 춤추고, 부엌 창가의 튤립은 햇볕을 받아 뽀얗게 눈부시다.
주방 한쪽에 루피가 조그마한 등을 웅크리고 앉아 “오드득 오드득” 소리를 내며 점심을 야무지게 먹고 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엘리는 분명 집안 어딘가에서 편안한 자세로 ‘쉼’ 수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들이 밥 먹으러 왔어요!” 하는 랄라의 외침에, 나는 냉큼 일어나 밖에 놓아둔 고양이 밥그릇에 밥을 한가득 채워주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에게든 고양이에게든 정성껏 밥상을 차리고 있노라면 마음은 봄볕처럼 포근해진다.
이제 막 점심 식사를 마친 루피가 조용히 자리를 옮겨 유리문에 코끝을 맞대고 앉아, 길고양이 두 마리가 사이좋게 밥과 물을 나눠 먹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유리문 너머의 길고양이를 향한 루피의 호기심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늘 한결같다. 반면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가 뒷마당에서 한참을 놀다가 쉬다가 밥을 먹고 가도, 마룻바닥에 한가로이 누워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엘리 같은 야옹이도 있다. 자식도 아롱이다롱이라더니, 야옹이들도 그런가 보다.
가을과 겨울을 지나는 동안 우리 집은 계속 이어지는 공사로 나에게 쉼터가 되어주지 못했다. 부엌 공사가 끝났다고 기뻐했던 순간도 잠시뿐이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동안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살림들이 눈앞에 가득했다. 마치 이제는 우리에게도 쉴 자리가 필요하니 빨리 제 자리를 찾아달라고 온몸으로 아우성치고 있는 듯했다. 결국 일을 뒤로 미루지 못하는 나의 성질머리 때문에, 팔을 걷어붙이고 주변의 물건을 정리하느냐 몇 주 동안 주말의 휴식을 반납해야 했다. 역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친 뒤에 즐기는 여유는 달콤하다.
지금, 이 순간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차갑다. 그리고 분홍색 벚꽃잎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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