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저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레인소나타 다이어리>를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쩌다 우연한 기회에 제 글을 읽게 된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특히 열린 마음으로 저의 부족한 글들을 무려 5년에 걸쳐 연재할 수 있도록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Missy USA 관계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레인소나타 다이어리는 제가 랄라를 임신하고 미국, 캐나다, 또다시 미국을 오가며 11년이라는 세월 동안 아이를 키우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행복을 찾는 여정을 일기형식으로 작성한,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내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멀리 이국땅에서 해외 출장이 너무도 잦았던 남편 때문에 초보 엄마로 겪어야 했던 고충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육아 스트레스의 넋두리를 쏟아내고자 쓰기 시작한 일기가,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사와 반성 그리고 행복의 일기로 탈바꿈했고, 저 또한 이 일기와 함께 많이 성장하고, 나이를 먹고,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컴퓨터에 앉아 <레인소나타 다이어리>라는 문서 폴더를 처음 만들던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부엌 한편에 마련되어있던 하얀 책상의 촉감과 자판기를 두드릴 때 손끝에 머물던 느낌도 그대로입니다. 몇몇 분들께서는 제가 알콩달콩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자랑삼아 이 일기를 써 내려가는 것으로 생각하셨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일기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견디기 힘든 자괴지심으로부터였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공붓벌레 책벌레였던 제가, 어느 순간 좋아하는 단어 몇 개조차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저는 한참 얼굴을 묻고 울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 반복되는 단순노동으로 하루를 보내고, 식사조차 제시간에 챙겨 먹을 여유도 없고, 밤이면 지쳐 쓰러져 잠들고, 다시 새벽이 오면 아이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 일상들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도, 사색의 시간도, 독서의 희열도, 배움의 열정도,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조차도 허락되지 않던 시절, 제가 스스로 생각해 낸 하나의 방편이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랄라가 낮잠을 자는 12시 30부터 2시까지의 90분을 이용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써 내려간 글들이 모여 지금의 <레인소나타 다이어리>의 대부분을 이룬 것입니다.

꾸준히 읽어 보신 분들은 이미 느끼셨겠지만, 제 일기의 시작은 그야말로 볼품없고, 띄어쓰기나 문맥의 흐름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90분을 올곧이 글을 쓰는 데만 할애할 수 없었고, 아이가 잠든 후에 꼭 해야 하는 집안일들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쪼개 써야 했기에, 글을 쓴 뒤 재검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못했습니다. 이런 점들로 여러분께 불쾌감을 드렸을지도 모르는 점 사과드립니다.

다행히 랄라가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주었고, 시간도 그와 함께 흘러 제가 혼자 조용히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한두 시간씩 피아노를 치고, 첼로를 배우고, Missy USA에 글을 올리게 된 계기로 라디오 방송에서 <레인소나타 다이어리>를 보다 많은 분과 나눌 수 있는 행운도 얻게 되었습니다.

인연이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지난 11년의 세월을 뒤돌아보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레인소나타 다이어리>를 읽으시면서 응원의 답글과 격려의 쪽지를 보내주신 여러분들과의 인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저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 듯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제는 <레인소나타 다이어리>를 여러분과 공유하는 것에도 작별해야 할 때가 도래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깊이 있는 마음공부를 통해 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여러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의 글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지혜가 쌓이면, 그때 다시 한번 Missy USA의 문을 두드려 볼 생각입니다.

2014년 하얀 유니콘의 순수함과 희망이 여러분들과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레인소나타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