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랄라에게,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공연 그리고 우리 랄라가 첫 조연을 맡은 뮤지컬 <Lion King>이 이제 몇 시간 후면 막을 올리게 되는구나. 어제까지도 날씨가 차갑고 바람이 불어서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햇살이 참 좋구나. 마치 우리 랄라의 공연을 축하해주는 듯싶어 감사한 마음으로 엄마는 이 글을 쓰고 있단다. 랄라야, 엄마가 오늘 아침 André Gagnon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을까? 그건 아마 랄라가 얼마나 꾸준히 오랫동안 뮤지컬 공연을 연습해 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거야. 

다섯 살 때 랄라가 첫 연극 무대에 섰을 때, 랄라가 맡은 역은 여왕개미를 보좌하고 개미 왕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여왕개미에게 알려서 다른 개미들과의 소통을 도와주는 일개미 역할이었지. 그 공연에서 우리 랄라는 대사는 물론이고 작은 손짓부터 생기 있는 표정 그리고 주저함 없는 동작까지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었단다. 체구는 작지만,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랄라를 바라보면서 엄마는 랄라가 어찌나 대견하고 기특하던지, 연극이 끝나면 우리 랄라를 힘껏 안아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 

그 이후 랄라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학교에서 공연할 기회는 거의 없었어. 그래도 가끔 엄마가 랄라에게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랄라가 얼마나 훌륭한 연기자였는지, 또 엄마가 얼마나 깊이 감동했는지 이야기하곤 했지. 기억나니? 그리고 또 시간은 흘러 드디어 우리 랄라가 중학교에 입학했어. 신입생 설명회를 듣고 온 랄라가 엄마한테 연극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극부 선생님께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지. 나중에 랄라가 자기소개서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거기에 랄라가 뭐라고 썼냐면 “저는 유치원에서 <개미 왕국> 연극을 공연할 때 일개미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열심히 연기해서 모두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그 경험을 되살리면 좋은 연극부 부원이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엄마는 지금도 랄라의 자기소개서를 떠올리면서 혼자 미소 지을 때가 있어.

랄라가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는 <Annie> 뮤지컬을 했는데, 그때 랄라의 역할은 여러 명의 고아원생 중의 한 명이라는 아주 작은 단역이었어. 하지만 연극에서 입을 의상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어떻게 하면 그 시대에 맞는 모습을 재현할까 고민하던 랄라를 보면서 엄마는 반성하고 배운 점이 많단다. 그리고 공연을 마치고 랄라가 엄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니? "엄마 오늘 공연에서는 누구누구가 대사를 잘 못 말했어요.” 엄마가 그 장면은 랄라가 나오지도 않는 장면이고 큰 실수도 아닌듯한데 그걸 일일이 어떻게 아느냐고 의아해했더니, 그제야 랄라는 웃으면서 말했어. “엄마 저는 다른 아이들 대사도 모두 외워서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고 있거든요.” 랄라의 해맑은 웃음이 예쁘면서도 가슴 한쪽이 아리던 그 느낌 그대로 엄마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단다. 왜 엄마의 가슴 한쪽이 아려왔는지는 이다음에 우리 랄라도 엄마가 되면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랄라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는 <Peter Pan> 뮤지컬을 했고, 랄라는 여러 해적 중의 한 명이긴 하지만 제법 눈에 띄는 역할을 맡게 되었어. 랄라는 변함없이 매일매일 열심히 연습했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장난감 총을 어떻게 하면 연기의 동선에 지장이 없도록 가지고 다닐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었지. 해적이기 때문에 몸싸움도 있고 일반적으로 무대에서 움직임이 많았기에, 랄라는 그 모든 장면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팔과 다리를 생동감 있게 움직이려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는 것도 엄마는 잘 알고 있단다. 우리 랄라, 늘 그렇게 흔들림 없이 자신이 맡은 임무를 성심성의껏 해나가는 엄마 아가. 엄마는 그런 랄라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드디어 올해 우리 랄라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어. 그리고 이번에는 <Lion King> 뮤지컬을 하게 된다면서 랄라는 오디션을 며칠 앞두고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어. “엄마. 이제 중학교에서 마지막 공연인데, 이번에는 제 역할에 따로 이름도 있고 대사도 있는 역할을 맡게 되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엄마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랄라에게 짧게 답했지만, 그날부터 랄라의 오디션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우리 랄라가 실망하게 될까 봐 마음이 무거웠단다. 

마침내 캐스팅 결과가 발표되었고, 랄라는 Lead Hyena: Shenzi라는 등장인물 옆에 적힌 네 이름을 보고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한동안 계속 집안을 뛰어다녔지. 랄라가 대본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대사에 한 줄 한 줄 형광펜으로 그으면서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을 엄마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정말 바라고 바라던 우리 랄라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역할. 이제 곧 넓은 무대 위에서 멋진 무선 마이크를 달고, 개성 있고 익살스럽게 하이에나를 연기해낼 우리 랄라를 그려보면서 엄마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해. 

랄라야,

일개미 랄라도, 고아 랄라도, 해적 랄라도 모두 모두 엄마에게는 소중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단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매번 열심히 연습하고 각각의 특성을 살려 창의성과 진심이 담긴 연기를 보여준 랄라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제 이 편지를 마무리하고 엄마는 우리 랄라에게 줄 서프라이즈 선물 바구니를 만들 거야.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조명이 켜져 있을 때나 꺼져 있을 때나, 무대 위에서나 무대 뒤에서나, 친구들과 함께 돕고 배우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우리 랄라 정말 멋있구나! 다시 한번 엄마의 딸로 태어나준 점, 그리고 엄마가 삶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 점 고마워. 랄라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2016.3.24

랄라의 영원한 엄마 

사랑하는 랄라에게,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공연 그리고 우리 랄라가 첫 조연을 맡은 뮤지컬 이 이제 몇 시간 후면 막을 올리게 되는구나. 어제까지도 날씨가 차갑고 바람이 불어서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햇살이 참 좋구나. 마치 우리 랄라의 공연을 축하해주는 듯싶어 감사한 마음으로 엄마는 이 글을 쓰고 있단다. 랄라야, 엄마가 오전에 André Gagnon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을까? 그건 랄라가 얼마나 꾸준히 오랫동안 뮤지컬 공연을 위해서 연습해 왔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거야. 

다섯 살 때 우리 랄라가 첫 연극 무대에 섰을 때, 랄라가 맡은 역은 여왕개미를 보좌하고 개미 왕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여왕개미에게 알려서 다른 개미들과의 소통을 도와주는 일개미 역할이었지. 그 공연에서 우리 랄라는 대사는 물론이고 작은 손짓부터 생기 있는 표정 그리고 주저함 없는 동작까지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었단다. 체구는 작지만,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랄라를 바라보면서 엄마는 랄라가 어찌나 대견하고 기특하던지, 연극이 끝나면 우리 랄라를 힘껏 안아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 

그 이후 랄라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학교에서 공연할 기회는 거의 없었어. 그래도 가끔 엄마가 랄라에게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며 랄라가 얼마나 훌륭한 연기자였는지, 또 엄마가 얼마나 깊이 감동했는지 이야기하곤 했지. 기억나니? 그리고 또 시간은 흘러 드디어 우리 랄라가 중학교에 입학했어. 신입생 설명회를 듣고 온 랄라가 엄마에게 연극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극부 선생님께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지. 나중에 랄라가 엄마한테 자기소개서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거기에 랄라가 뭐라고 썼냐면 “저는 유치원에서 개미 왕국이라는 연극을 공연할 때 일개미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열심히 연기해서 모두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그 경험을 되살리면 좋은 연극부 부원이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엄마는 지금도 랄라가 그 당시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를 떠올리면서 혼자 미소 지을 때가 있어.

랄라가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는 뮤지컬을 했는데, 그때 랄라의 역할은 여러 명의 고아원생 중의 한 명이라는 아주 작은 단역이었어. 하지만 연극에서 입을 의상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어떻게 하면 그 시대에 맞는 모습을 재현할까 고민하던 랄라를 보면서 엄마는 정말 깊이 반성하고 배운 점이 많단다. 그리고 공연을 마치고 랄라가 엄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니? "엄마 오늘 공연에서는 누구누구가 대사를 잘 못 말했어요.” 엄마가 그 장면은 랄라가 나오지도 않는 장면이고 큰 실수도 아닌듯한데 그걸 일일이 어떻게 아느냐고 의아해했더니, 그제야 랄라는 웃으면서 말했어. “엄마 저는 다른 아이들 대사도 모두 다 외워서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고 있거든요.” 랄라의 해맑은 웃음이 예쁘면서도 가슴 한쪽이 아리던 그 느낌 그대로 엄마는 그날을 기억하고 있단다. 왜 엄마의 가슴 한쪽이 아려왔는지는 이다음에 우리 랄라도 엄마가 되면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랄라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는 뮤지컬을 했고, 랄라는 여러 해적 중의 한 명이긴 하지만 제법 눈에 띄는 역할을 맡게 되었어. 랄라는 변함없이 매일매일 열심히 연습했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장난감 총을 어떻게 하면 연기의 동선에 지장이 없도록 가지고 다닐 수 있을까 여러 차례 고민했었지. 해적이기 때문에 몸싸움도 있고 일반적으로 무대에서 움직임이 많았기에, 랄라는 그 모든 장면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팔과 다리를 생동감 있게 움직이려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는 것도 엄마는 잘 알고 있단다. 우리 랄라, 늘 그렇게 흔들림 없이 자신이 맡은 임무를 성심성의껏 해나가는 엄마 아가. 엄마는 그런 랄라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드디어 올해 우리 랄라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지. 그리고 이번에는 뮤지컬을 하게 된다면서 랄라는 오디션을 며칠 앞두고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어. “엄마. 이제 중학교에서 마지막 공연인데, 이번에는 제 역할에 따로 이름도 있고 대사도 있는 역할을 맡게 되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엄마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랄라에게 짧게 답했지만, 그날부터 랄라의 오디션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우리 랄라가 실망하게 될까 봐 마음이 무거웠단다. 

마침내 캐스팅 결과가 발표되었고, 랄라는 Lead Hyena: Shenzi라는 등장인물 옆에 적힌 이름을 보고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한동안 계속 집안을 뛰어다녔지. 랄라가 대본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대사에 한 줄 한 줄 형광펜으로 그으면서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을 엄마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정말 바라고 바라던 우리 랄라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역할. 이제 곧 넓은 무대 위에서 멋진 무선 마이크를 달고, 개성 있고 익살스럽게 하이에나를 연기해낼 우리 랄라를 그려보면서 엄마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해. 

랄라야,

일개미 랄라도, 고아 랄라도, 해적 랄라도 모두 모두 엄마에게는 소중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단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매번 열심히 연습하고 각각의 특성을 살려 창의성과 진심이 담긴 연기를 보여준 랄라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제 이 편지를 마무리하고 엄마는 우리 랄라에게 줄 서프라이즈 선물 바구니를 만들 거야.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조명이 켜져 있을 때나 꺼져 있을 때나, 무대 위에서나 무대 뒤에서나, 친구들과 함께 돕고 배우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우리 랄라 정말 멋있구나! 다시 한번 엄마의 딸로 태어나준 점, 그리고 엄마가 삶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 점 고마워. 랄라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2016.3.24

랄라의 영원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