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어느 날

지칠 때로 지친

몸뚱이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너의 영혼을 따라갈 수 있도록

나에게 조금의 시간을 주렴

그로부터

늦음에 대한

사색이 시작되었다

<사랑>

이별 뒤에야 

비로소

사랑의 깊이를 헤아리게 된다는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

<결국>

결국

우리는 죽음에 다다른다는 것을

어쩌면 이렇게 말끔히 잊고 지내는 걸까?

<도전>

너무 쉽게 

나보고

무언가에 도전하라고

권유하지 말아줘

나에게도

마음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거든 

<빛나다>

초여름 어느 날

밤공기가

사뿐히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이었어

마치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툇마루에 걸터앉아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

그리곤 

그윽한 달빛이

부드럽게 바람을 어루만지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어

우리의 침묵이

깊어가면 갈수록

별은 더욱더 아름답게 빛난다는

깨달음을 얻은 그날 밤

나의 침묵 입문은

이미 시작되었던 거야

<고양이>

고양이를 만나기 

이전의 삶이

동굴의 우상이라면

고양이와 함께한

이후의 삶은

할(喝)

<별종>

저 우주로

높이높이 올라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에

종을 달아놓았다

다시

지구로 내려와

올려다본 밤하늘 저편으로

귀에 익은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가야

그 별종이 너라는 것을 알고 있니?

<닿을 수 없는>

마음이 닿을 수 없는 곳은 없다고 믿는 나

닿을 수 없는 그 애달픔을 노래하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