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면 중학생이 되는 우리 랄라를 위해 우리가 준비한 선물은 다름 아닌 '랄라의 방' 꾸며주기.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올 때 랄라는 막 초등학교 일학년을 마친 뒤였다. 자신만의 취향으로 방을 꾸미고 가구들을 배치하기에는 아직 어리기도 했지만, 당시 랄라는 방에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친구가 놀러 와도 온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놀거나 밖에서 뛰어놀았지, 방에서 친구와 얌전히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랄라도 지난 4년간 성장했고,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5학년이 되면서 랄라는 부쩍 친구들과 방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아이들은 한 번 방에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지루해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잘 지내곤 했다. 소파에 앉아서, 나무 위에 올라가서, 해먹에 누워서 책을 읽던 랄라가 얼마 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조용히 자기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방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보내는 시간도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난 일 년 정도 랄라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내린 결정이, 중학생이 되는 랄라에게 그녀의 취향이 최대한 반영된 방을 선물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여름, 랄라의 방 프로젝트는 마룻바닥 공사와 보라색 페인트칠을 시작으로 하나하나씩 완성되어 가기 시작했다. 예산을 세워서 꼼꼼하게 자재는 우리가 주로 알아보러 다녔고, 새로 원하는 책상과 몇몇 소품들은 랄라가 상세히 검색하고 공부해가면서 한 가지씩 마련해 나갔다.

솔직히 랄라가 어릴 때는 이삿짐 정리를 하거나, 새 가구를 들여놓거나, 집안의 물건들 위치를 바꿀 때, 랄라가 곁에 있으면 일이 진척되지 않아서 주로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내가 낑낑거리며 옮기거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밤에 랄라가 잠든 뒤, 남편과 함께 일을 마무리하는 식으로 오랜 시간 살아왔다. 그래서 랄라는 엄마 아빠가 힘들게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구입하고, 정리하기까지의 과정을 처음부터 찬찬히 관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번에 꾸며질 랄라의 방은 눈뜨고 일어나보니 짠! 하고 완성되어있는 서프라이즈 선물이 아닌,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담긴 선물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랄라에게도 공사에 앞서 좋은 자재를 적당한 가격에 사기 위해서는 면밀하게 알아보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적지 않은 돈이 이번 공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 많은 분의 도움이 있어야 공사가 완성된다는 것, 있는 것은 예쁘게 새 단장 해서 쓰는 재활용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는 것도 즐겁다는 것, 바라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 때로는 잠시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물건을 구매할 줄 아는 지혜와 인내도 필요하다는 것,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것을 꼭 경험해보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우리는 '랄라의 방' 꾸미기 프로젝트를 통해, 가족이 함께 같은 주제로 많은 시간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가는 여정이 몹시 유익하고 즐겁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랄라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 엄마 아빠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 돈만 가지고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 일하면서 얻는 기쁨과 성취감에는 긍정적 중독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있기에 그 결과물이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에 익힐 수 있는 좋은 실천 학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새롭게 꾸며진 랄라의 방에서 랄라가 좋은 생각을 하고, 아름다운 글을 읽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맘껏 사랑과 우정에 대해 고민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신나게 춤도 추고, 가끔은 차분히 앉아서 공부도 하면서, 매일 밤 고운 꿈을 꾸고, 건강한 모습으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해 주었으면 한다.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물론 큰 기쁨을 주지만, 누군가 나의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온몸에 퍼지는 온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안겨준다. 더욱이 이번 선물의 주인공은 랄라이기에, 그저 곁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마음은 이미 솜사탕처럼 달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