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9일
4월의 마지막 주말. 가족 모두 시원한 빗소리와 함께 서점 나들이를 했다. 랄라가 읽을 책이 더 이상 집에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비 오는 날 찾는 서점의 운치를 오랜만에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엄마: "랄라야. 이렇게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따뜻한 실내에서 좋아하는 책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너무 좋지?"
랄라: "엄마. 랄라가 몇 살이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비 오는 날이면 꼭 랄라 데리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갔잖아요? 그때는 글도 못 읽고, 책이 뭔지도 몰랐었는데, 엄마가 랄라 무릎에 앉혀놓고 그림책 보여줬던 거. 그리고 엄마가 지금 한 말이랑 똑같은 말 '랄라야. 비 오는 날에 서점 오면 너무 좋지?' 한 거 랄라는 다 기억하거든요?"
랄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나와 랄라와 책과 비가 함께한 추억의 여행을 떠났다. 유모차에 태우지도 못 할 만큼 아기였을 때는 캥거루처럼 랄라를 내 가슴에 담아, 조금 더 컸을 때는 유모차에 태워, 아장아장 걸으면서부터는 랄라의 손을 잡고 그렇게 우리는 비 오는 날이면 늘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았더랬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어떤 의무감 때문에 랄라와 서점 나들이를 했던 기억은 없다. 랄라에게 새로운 책들을 보여주고, 같이 만져보고, 읽어주고 하는 모든 것이 내게는 설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겨울에는 랄라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져서 함께 따뜻했고,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에 서늘하기까지 했던 랄라의 오동통한 팔목의 촉감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너무도 감사한 시간들... 나에게는 영원히 아름답게 기억될 추억들... 랄라에게도 엄마와 책과 함께한 그 느낌들이 가슴에 오롯이 새겨졌기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랄라와 함께 도서관을 찾을지는 벌써 일 년도 넘은 것 같다. 이유는 랄라가 그 맘 때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의 발단은 대여해온 책 몇 권에 오물이 말라비틀어져 있는 걸 랄라가 발견하게 되면서였다. 그날 랄라는 더 이상 남들이 읽으면서 때를 묻혀 놓은 책을 읽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직접 구입해서 읽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나는 랄라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다행히 이제는 아이가 커서 한 권의 책을 사면 제법 오래 읽을 수 있기에, 랄라의 의견을 존중해주자고 스톰에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쉽게 랄라의 제안에 수긍한 이유는 아마 랄라의 책에 대한 소유욕과 마주한 순간에 나 자신의 그것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며, 또 하나는 책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는 언제나 너그러우셨던 나의 부모님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모든 호사를 다 누렸으면서, 랄라에게는 도서관 책만을 읽으라고 고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랄라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서점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가족은 봄비 오는 날 서점에서 '따로 또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얼마 뒤 계산대로 향하는 랄라의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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