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지난 주, 스톰이 한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내가 부탁한 <안철수의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올 여름, 한국에 있었을때 꼭 읽고 싶었지만, 시판 하룻만에 초판 전량이 팔리며 품절이 되어버렸기에 결국은 그냥 아쉬움만 안고 미국으로 돌아와야 했던 것이 불과 한 달 남짓 전의 일이다.

주말내내 시차로 인해 쿨쿨 잠을 자는 스톰과,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느냐 집에 들어올 생각조차 안하는 랄라가 이렇게 고마울수가 없다. 두 사람의 부재를 틈타, 나는 조용히 독서에만 집중할수 있기에 더없이 행복할 따름이다. 절묘한 타이밍이라는게, 스톰이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난 무서워 잠못이루는 밤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다큐멘터리를 보며서 지냈는데, 때마침 이소선 어머니의 일상을 담은 <어머니> 라는 작품을 접한 뒤에 읽게된 <안철수의 생각>은 그 울림이 더욱 깊을수 밖에 없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 중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바랍니다." "행복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나의 행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도움은 필수적이죠." "사회와 개인, 나와 타인의 관계는 어느 한쪽의 희생을 전재로 한 것이 아닌 공생의 관계라는 것을 알고, 사회와 더불어 행복한 길을 찾겠다는 의지를 단단히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이 풍요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가 소유한 재산이 불어나서가 아니다. 나의 시야가 45도에서 90도로, 180도에서 360도로 점차 넓어지는 그 느낌. 2D 화면속의 삶을 살다가 3D라는 새로운 무대로 뛰어든 것 같은 신선한 충격이 주는 경이로움. 그리고 조금씩 내 뒤로 쌓여가고 있는 추억, 시간, 사랑, 행복, 깨달음, 감동, 슬픔, 그리움 들을 들추어볼수 있는 아름다움. 변화와 성장을 내포한 삶의 숙성의 과정속에는 인간만이 느낄수 있는 숭고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난 그래서 나만을 꾸미기에 정신없었던 20대의 내 자신보다,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해온 30대의 내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 다가올 40대의 삶을 설레이며 기다리고 있다. 40대의 나는 보다 넓고 깊은 영역의 우리를 보듬어 안을수 있을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나의 재능/시간/마음 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살수 있는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요즘...

매 순간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