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7일 

겨울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이다. 

Dr. Dan Siegel의 강의를 듣다가 아주 흥미로운 주제와 조우한다. 대략 요약하자면 오늘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구사회의 例) '인간 = 독자적 생명체/ 고립자/ 타인의 감정으로부터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공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이러한 사고가 한 개인을 극도의 개인주의로 몰아갈 뿐 아니라, 나아가 철저한 고독/우울/혼란 을 경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성에 대해 회의적이게 되면서, '나'는 존재하되 '우리'는 존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다. 

랄라가 한국어와 영어를 배우면서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바로 '나 vs. 우리'의 개념이었다. 예를 들면 랄라는 친구들한테 나를 소개할 때, 'My mommy'라고 하는 것에 익숙하므로, 한국어로 대화를 하게 되면 '나의 엄마'라고 했고, 나는 '우리 엄마' '우리나라'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랄라에게 거의 주입식으로 가르쳤던 기억이 있다. 서서히 랄라는 한국 문화에서 'I = 우리'라는 개념으로도 쓰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건 어떻게 보면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랄라의 편의상 스스로 공식을 만들어 외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여름 한국에 다니러 갔을 때,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 "어머니!"라고 정겹게 부르던 청년의 따뜻한 음성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삶을 주제로 한 다큐영화 <어머니>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을 '어머니'라고 호칭한다. 그들의 부름에 답하는 이소선 여사의 표정에는 '나의 어머니'가 아닌 '우리 어머니' 만이 가지고 있는 친근함과 푸근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영화의 수익금을 (애석하게도 이미 고인이 되신) 이소선 여사께 용돈으로 드리고 싶었다며 울먹이던 태준식 감독의 슬픈 얼굴을 기억한다. 

'우리 어머니'라는 표현은 더 넓은 의미의 모성애를 내포한 듯 여겨진다. 왜냐면 진정한 우리 어머니는 오로지 내 자식만 이쁘다고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내 자식도 이쁘고 소중하지만, 내 자식의 친구들까지도 모두 보듬어 안아줄 것 같다. 내 자식이 잘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웃집 아이도 잘되고, 친척집 아이도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표현 때문에 공(公)과 사(私)를 분별하지 못하고, 나와 남의 경계선이 흐려지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민폐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개인주의 = 자유/사생활 권장/독자성 강화/ 자립/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물론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우리 엄마'를 평생 입에 달고 사는 '우리'이기에, 적어도 살면서 한 번쯤은 '우리'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 자문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 11월 27일 

겨울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이다. 

Dr. Dan Siegel의 강의를 듣다가 아주 흥미로운 주제와 조우한다. 대략 요약하자면 오늘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구사회의 例) '인간 = 독자적 생명체/ 고립자/ 타인의 감정으로부터 분리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공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이러한 사고가 한 개인을 극도의 개인주의로 몰아갈 뿐 아니라, 나아가 철저한 고독/우울/혼란 을 경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성의 중요성에 대해 회의적이게 되면서, '나'는 존재하되 '우리'는 존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이 내용을 듣던 중, 불현듯이 나의 생각을 반드시 정리해 두어야겠다는 심한 충동을 느꼈다. 

랄라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랄라가 한국어와 영어를 배우면서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바로 '나 vs. 우리'의 개념이었다. 예를 들면 랄라는 친구들한테 나를 소개할 때, 'My mommy'라고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한국어로 대화를 하게 되면 '나의 엄마'라고 했고, 나는 '우리 엄마' '우리나라'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랄라에게 거의 주입식으로 가르쳤던 기억이 있다. 서서히 랄라는 한국 문화에서 'I = 우리'라는 개념으로도 쓰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건 어떻게 보면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랄라의 편의상 스스로 공식을 만들어 외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한국에 다니러 갔을 때,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 "어머니!"라고 정겹게 부르던 청년의 따뜻한 음성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삶을 주제로 한 다큐영화 <어머니>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주인공을 '어머니'라고 호칭한다. 그들의 부름에 답하는 이소선 여사의 표정에서 나는 '나의 어머니'가 아닌 '우리 어머니' 만이 가지고 있는 친근함과 푸근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수익금을 (애석하게도 이미 고인이 되신) 이소선 여사께 용돈으로 드리고 싶었다며 울먹이던 태준식 감독의 슬픈 얼굴을 기억한다. 

'우리 어머니'라는 표현은 더 넓은 의미의 모성애를 내포한 듯 여겨진다. 왜냐면 진정한 우리 어머니는 오로지 내 자식만 이쁘다고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내 자식도 이쁘고 소중하지만, 내 자식의 친구들까지도 모두 보듬어 안아줄 것 같다. 내 자식이 잘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웃집 아이도 잘되고, 친척집 아이도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표현 때문에 공(公)과 사(私)를 분별하지 못하고, 나와 남의 경계선이 흐려지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개인주의 = 자유/사생활 권장/독자성 강화/ 자립/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물론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우리 엄마'를 평생 입에 달고 사는 '우리'이기에, 적어도 살면서 한 번쯤은 '우리'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 자문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