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지났을까...
창고문을 두드리다가,
소리를 지르다가,
정신을 잃은건지
잠이 들은건지...
어쨌든 아주 긴 시간동안 나는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다녔다.
몸이 천근같이 무겁고
아직도 가슴은 쓰라리는데,
정신이 희미하여 제대로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 살아있기는 한건지.
천천히...
아주 오랫만에 두 눈을 뜨는듯 했는데,
따뜻한 햇살이 창가에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이상하다...그 창고는 창문 하나 없어 불을 켜도 이렇게 밝지 않았는데.
내 옆에 누군가의 쌕쌕...하는 숨소리가 느껴졌고,
꿈인가...
꿈이었나?
아니면 내가 죽어서 천국에 와있는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옆으로 돌아보니,
공주가!
공주가 내 옆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정말 악몽이었을까?
아니면 우리 같이 천국에 도착한걸까?
몸이 무거워서 움직일수는 없었다.
그럼,
지금 이것이 꿈인걸까...
"어.. 눈 떳네요?"
"누구..."
"저 모르겠어요? 이신우."
"여기가...여긴 어디예요?"
"병원이예요. 지수씨는...수술마치고 회복중이에요."
"수술?"
"쓰러져있는 중에 내장 출혈이 있었어요. 심각한건 아니었어요. 간단한 수술이었고, 또 상태도 좋다하니"
"나, 꿈꾼거예요? 식당에서...이신우씨 묶여있고..그런거.."
잠시 이신우가 말없이 나를 보다가,
"꿈 아니예요."
"그럼, 어떻게 공주가 여기있어요? 이신우씨는 어떻게?"
"우선...많이 쉬어야 해요. 나중에 말해 줄께요"
하며 그가 피식 웃는다.
"왜... 왜 우리를 도와준거예요? 어떻게?"
"우선 깨어났으니 뭘 좀 먹어봐요. 뭐가 먹고싶어요?"
순식간에 어디서 그런 눈물이 쏟아져 나왔는지 나도 알수없었다.
폭풍같은 눈물이랄까...
공주가 깨어날까봐 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넘쳐 흘러내리는 눈물에 나는 숨이 멎을것만 같았고,
이신우는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했다.
"걱정말아요...이제...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울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속고 있는거 아니예요? 당신도 준혁이와 짜고"
이신우의 표정이 안타까움으로 가득찼다.
"그런거 아니니까...안심하고 좀 더 자요. 공주도 좀 전에 막 잠들었어요."
"그런게 아니면, 왜 나를 도우려는 거예요. 당신이 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당신을 잘 아는지 모르는지...알기나 해요?"
"뭐예요?"
이신우가 피식 웃으며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나의 손을 잡았다.
"무슨...소리예요?"
그때, 간호사가 커튼을 열고 들어왔다.
눈물에 범벅이된 내 얼굴을 보더니, 곧 이신우를 돌아보고는,
"환자,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하는데, 무슨일인가요?"
이신우가 곤란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고,
"괜찮아요"
내가 끼어들자,
간호사가 곧 나를 돌아보고는,
"아직 푹 쉬셔야 합니다. 불편해서 깨셨나본데, 아이는 다른 침대로 옮길께요."
"아니예요!"
이신우와 내가 한꺼번에 소리쳤다.
"이 아이는, 윤지수씨의 회복을 위해 꼭 여기에 있어야 합니다."
간호사가 못말리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알았어요, 그럼. 불편하시면 말씀하시구요, 그리고 아직 딱딱한 음식은 안되고, 부드러운 죽이나, 국수종류로 조금씩 드셔보시도록 하세요."
그녀가 나가고,
"왜 나를 도운거예요? 그 지옥같은 준혁이 집에서 어떻게 나와 공주를 빼낼수 있었던거죠? 도대체 어떻게 된거예요?"
이신우가 나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간호사님 말씀 안들었어요? 아직 안정해야 한다고 그러시잖아요"
"말해줘요. 제발"
"해줄거예요. 숨길맘 없어요. 우선은 공주 안고, 편히 좀더 쉬어요. 난 나가서 죽을 좀 사가지고 올께요. 전복죽...좋아한다 면서요?"
"어떻게...알아요, 그런걸."
"할머니한테 들었죠."
하며 그가 나가려는데,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
"다시...올거예요...?"
이신우가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내려보았다.
잠시 생각하더니,
"여기요, 간호사님!"
하더니,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혹시 이 근처에, 전복죽 전화로 배달할수있는곳이 있나요?"
하고 묻는다.
간호사와 이신우가 몇마디를 주고받고,
나는 멍하니 그저 그의 뒷모습만 보고있는데..
이신우가 나를 뒤돌아보더니,
"아무데도 안갈께요. 걱정말아요." 하며 웃는다.
그의 눈빛이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눈물로 뿌예지는 내 눈동자가 그 안에 비취는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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