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는 숨을 가쁘게 쉬며 그 오박사란 놈을 마주보았다.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아직, 많이 아프십니까?”
“당신...무슨짓을 한거야? 대체!” 민우가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소란을 피우시거나 쓸데없는 말씀을 하시면, 저는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조용히 끝내죠.”
“누구의 지시?”
“짐작...가지 않으십니까?”
“날 죽이라는 지시인가?”
“그냥 죽은듯이. 계시면 됩니다. 통증은 제가 좀 도와드리죠.”
“왜...이렇게 안 아픈데가 없는거야. 대체 무슨짓을 했길래?”
“말씀드린데로 신장도 떼어냈고, 몇군데 이식수술을 좀 했습니다. 도련님에게 좋은것들로 채워드리려구요. 또 얼굴전체도 수술을 했으니, 당연히 아프시겠죠. 곧 괜찮아질겁니다.”
분노를 지나쳐서 기가막혔다. 괴물같은 놈들...
“...뭐…? 사람몸을 가지고...물건처럼 떼어내고, 나쁜거랑 좋은거랑 바꿔치기를...했다는거야…?”
“자, 주사를 놔드리겠습니다. 통증이 좀 덜하실거예요.”
민우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맘같아선 미치도록 그 놈을 패주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러시면 안된다고...말씀드렸을텐데요.”
“차라리 날 죽이지. 왜 이렇게 살려놓은거지? 니들이 하려는게 대체 뭐냐고.”
“진정하십시오.”
“그놈 인생을 새로 살고 싶었던거면, 이렇게까지 미친방식으로 바꿔치기를 할필요는 없었잖아! 대체 왜!”
“조용히 하셔야 합니다.”
“니들은 미쳤어. 난 그 미친 장난에 놀아날 생각없고!”
민우의 목소리가 커지자, 오박사는 민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보통때였으면 뿌리칠수 있었겠지만, 지금, 민우의 몸은 막아낼 힘이 없었다.
오박사는 통증에 괴로워하는 민우를 단단히 잡아놓고 주사를 놓았다.
서서히 통증이 가벼워지는것을 느낀 민우는
졸려 감겨오는 눈을 가까스로 뜨고
사라져가는
오박사…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꼭 쥐고있던 손을 잠시 풀어보았다.
자랑할일은 아니지만
민우는 어렵게 자라온 환경속에서 배운,
무지 잘하지만 절대 하지 않는것이 몇가지 있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소매치기였다.
민우의 손안에 쥐어진것은 오박사가 남긴 단 한가지의 물건.
주사약병에 붙어있는 스티커레벨 이었다.
약이름과 날짜.
오더한 의사의 이름.
병원 이름.
약국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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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야...난 너한테 너무 미안해. 이제 너무 건강해진것도...너한테 너무 미안해. 너무나 멀쩡하고 건강했던 너한테...너도 많이 아팠지? 너 몸 회복된지도 얼마 안됐는데.”
시아의 두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그는 피식 웃었다. 묘한 질투의 감정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뉴욕대학교 특별강의때 만났었다. 시아를.
신비로울정도로 투명한 피부를 가진 그녀를...처음엔 장난삼아 따라다녔고, 그리고 시아의 눈물을 본 이후로는...자신도 모르게 이 아이에게 사로잡혀 버렸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늘 시아의 근황을 살펴보곤 했었다.
LA쪽으로 일을 보러 올때면, 꼭 시아를 찾아가서 만나자고 조르고, 귀찮게 굴고. 그런데 시아는 그에게 이런 따뜻한 표정을 보여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왜? 너무 부담스러웠나, 아니면… 이렇게 초라한 놈이 시아의 취향이라서?
어쨌든 됐다. 이제는 내 눈앞에서 시아가 이렇게 웃어주고 있으니.
“정말...괜찮은거지?”
“난 괜찮아. 너만 아프지 않으면.”
“근데 정말 어떻게 알았어? 너 모르게 하려고...많이 애썼는데.”
“바보...왜 그런걸 숨겨?”
“그냥. 니가 걱정할까봐.”
“그래서 그렇게 위태로울때까지 참고 있었어?”
시아의 표정이 다시 변했다.
“어떻게...알아…? 그때 나 쓰러졌을때...넌 일하고 있었을텐데. 아빠는 나하고 함께 계셨고…”
아...아차…
“친구란 사람이...와서 알려줬어. 이름이...무슨...인석...이라고 했는데”
“아.. 인석이. 차인석? 걔가...너한테 어떻게 알고 갔데?”
아...이런얘기 정말 짜증 만땅이다.
“시아야. 너. 건강해진 기념으로, 우리...나가자.”
“응?” 하더니 그녀는 햇빛처럼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그 미소를 지었다.
“어딜? 어딜 가자고?”
“음...바닷가?”
“그...너가 말하던 그곳?”
인석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그 자식이 말하던 그곳이 어딘지 알게뭐야. 왜 하필.
“글...쎄. 그래. 거기.”
말하던 곳이라면 안가봤단 소리니까. 뭐. 대충 둘러대면 되겠지.
시아는 밝게웃었다. 반짝이는 두눈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래. 거기 가보자. 니가 한번 꼭 데려간다고 약속했으니까.”
이것들이! 싶은 마음이 확 올라왔지만, 이내 그는 웃었다.
그래...이젠. 나니까. 그 놈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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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셨습니까? 오박사 말로는, 감기라고 하시던데, 괜찮으신가요?”
감기? 미친…
감기 좋아하시네. 감기가 걸렸는데 몸이 딴사람이랑 바뀌어?
민우는 한숨을 깊이 뿜어 내쉬었다.
“운동을...좀 해야겠어.”
“네. 준비시키겠습니다.”
헛...하고 기가찬 웃음이 나왔다.
행운? 잭팟? 그래...기가막히긴 하네. 음식도 최고급으로 공짜로 계속 나와.
주치의? 가 제발로 찾아와,
운동도 준비를 시켜서 해?
정말 미치겠네…
“준비 다 됬습니다. 우선 식사를”
식사에 독이 들었나? 그래서 이렇게 계속 아픈가?
싶었지만,
민우는 음식을 먹었다.
운동도 시작했다.
몇걸음 걷기도 힘들었지만,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났다.
쓰러질때까지.
오박사란 놈은 내 몸을 죽이는 놈인지 살리는 놈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운동으로 다져진 민우의 몸은, 조금씩 기운을 회복하고 있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시간도 알수없었다.
시간을 물어보거나 날짜, 신문을 가져오라하면 얘기해줄수 없다고 했다. 아버님의 명령. 허.
그래. 한번 해보자.
민우는 이를 악물었다.
왜 이런꼴이 된건지.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지. 한번 갈때까지 해보자. 어차피 여기서 더 잃을것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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