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는 연우의 부축을 뿌리쳤다.

그리고,

“야! 기다려. 차인석!” 하며 차인석에게로 절뚝거리며 다가가던 민우는…

그의 눈앞에 벌어진 믿을수없는 광경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얼음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주민우! 야 이놈아!” 울며불며 

끌려가는 차인석에게 

막무가내로 뛰어 달려드는 아이는…

민우는 믿을수 없어서 자신의 두눈을 비벼보았는데,

분명히.

그 아이는 희주였다.

그리고 민우에게 유일한 가족과 같았던 형.

그 무리들이 차인석을 둘러싸기 시작하며 연우의 일행을 마주 보고 똑바로 줄을 지어 서기 시작했는데.

민우는 그자리에서 모든 힘을 잃었고,

연우가 가까이 다가왔다.

“왜 그래요? 저 사람들...누군가요?”

그때, 차인석이 민우를 뒤돌아 보고는 씨익 웃으며 입가에 핏기를 슬쩍 훔쳐냈다.

“민우야! 민우야!” 흐느끼며 희주는 차인석의 품에 매달렸다.  차인석은 훗...웃으며 그녀를 끌어 안았고.

“그 손, 못 놔?” 민우가 울컥하여 차인석에게 소리질렀다.

“뭐야 저 오징어같은 놈은? 저 새끼가 민우 이렇게 만든거야?” 희주가 눈물 �셜� 눈으로 차인석의 모습을 한 민우를 노려보았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반가운것 보다...마음이 시려왔다.

오랜세월, 친동생같이 여기던 희주였다. 그아이가 민우인줄 알고 또 무슨 미친짓을 벌일지 모를 차인석의 품에 들러붙어있다.

열불이 끓어 올랐다.

그러나.

형님이 뚜벅뚜벅 장관님에게 다가서서 90도 각도로 정중히 인사를 하더니,

“장관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제 동생 놈이 뭘 모르고 큰 실수를 저지른것 같은데...저는. 이런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장관님은 코웃음을 치셨고,

“그래서?”

“제 동생놈.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다음에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내 아들을...저 모양으로 만든 녀석을 그냥 보내라? 조사도 없이?”

“형! 희주야!”

민우가 울부짖듯 그들에게 소리쳤는데, 연우가 그를 막고 서서 속삭이듯 말했다.

“미쳤어요. 왜 이래요?”

형과 희주도 기가막히다는듯 왠 미친놈을 보듯 민우를 돌아보았다.

“이 놈들을… 알어? 인석이 니가?” 장관님이 물으셨고,

“당연히 압니다. 저에겐...유일하게 가족같은 사람들이니까요.”

풋..하고 기가차서 형님이 웃었고, 희주는 기가막히다는듯 분노로 가득찬 눈으로 민우를 노려보았다.

그때 차인석이 애절한 민우를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저 자식이 어디서 내 뒷조사를 했는지 자꾸 저런 미친소리를 하면서 내 지갑을, 내 옷을, 막 뺏으려고 해서...내가 패주지 않을수가 없었다니까?”

장관님이 연우를 돌아보셨다.

“인석이가… 왜 저러는거냐?”

“너무 많이 다쳐서 순간적이 충격이 온것일수도 있구요, 제가 병원으로 데려가서 잘 알아보겠습니다, 장관님.”

연우가 민우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민우 자신의 사람들이 그를 민우로 못 알아보는데...어떻게 뭘 할수 있을까…

그는 힘을 잃고 희주와 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떻게...차인석은 그들에게까지 손을 썼을까.

민우가 넋을 잃은 틈을타

연우는 비서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민우는 차안으로 끌려들어갔는데,

“차인석! 이제 그만해!

사실대로 말하라구!

제발 이제 그만!”

민우는 정말 미친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장관님은 놀란얼굴로 어쩔줄을 모르셨고,

차인석이 훗 웃으며 장관님을 돌아보고 말했다.

“저 정도면...정신병원...그것도 아주 중환자실로 데려가셔야지 않겠습니까?”

“입닥쳐!”

형님이 한발 다가서서 최인석을 가로 막았다.

“장관님, 제 동생놈은, 제가 잘 다스리겠습니다. 이런일...경찰서로 퍼지고 크게 벌리면 높으신분께 실례가 더 될것 같아서...이놈은 제가 혼쭐을 내주겠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구요. 아...그리고 뭐 제가 뭘 안다고 이런소리를 하겠습니까만은...저희가 장관님의 그늘을 꽉 붙잡고 있겠습니다. 강남 전시회장에...최사장님. 잘 아시죠?”

장관님이 형이 내민 명함을 다시 �m어보고는,

“최사장이라…”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피식 웃더니,

“그래. 오늘은 운이 좋았다 치고, 동생 간수 잘하시게. 난...내 자식놈 간수 좀 하러 가봐야겠으니.”

인석이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희주는 그의 팔짱을 끌어 안고 차안으로 부축했고.

“주민우, 이 나쁜놈! 한국 왔으면서 왜 이제서야 연락했어? 이꼴은 또 뭐고? 왜 이러고 있냐고 대체?”

“희주?...아...희주야.”

차인석이 미소지으며 그녀를 마주보았다.

“그래 이 나쁜놈아!”

“너… 한국와서 많이 예뻐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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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는 미쳐버릴것 같아서 차안에서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연우는 그런 그를 돌아보다가,

“제발 소란좀 그만 피우죠? 그러다간 정말 정신병원으로 가야겠어요! 생각을 좀 해요! 생각을!”

“당신은...대체 누구 편인겁니까?”

“잘..아는...사람들 이라면서요...주민우씨를.”

“그래요. 어쩌면 진실을 밝힐수 있는 기회였어요.”

“거기서 그래봤자 미친사람 취급이나 당하죠!”

“아니, 당신이 나서줬으면 진실을 밝힐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인석도 그 자리에 있었고!”

연우가 잠시 진지하게 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래요...사실은...그래서 그랬어요. 그 순간. 민우씨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

“뭐라구요?”

“얘기 했잖아요. 나를 버리고 간 진짜 차인석보다. 난 당신을 택했다고. 난 당신을 그렇게 쉽게 포기 안해요. 적어도...결혼은 한 다음에.. 그 다음에 당신을 도와줄께요.”

“아...미치겠네…” 말이 안통하는 연우에게서 돌아앉아 민우는 눈을 감았다.

“내 말을 안들어주면 나는 당신을 더 궁지에 몰아넣어야 해요. 내가 잃어야하는게 더 많아 지니까. 내 입장은...전혀 생각 안해봤죠? 지금 모든걸 밖히면 나는 당신도, 차인석도. 내가 원하던 미래도...모두 다 잃는다구요.  당신이 진실을 밝힌다 뭐다...계속 이런식으로 나오면.... 지금 당장. 정신병원에 가두어 놓을수 밖에 없어요. 나도 해야할일이 있으니까요.”

민우는 눈을 뜨고 잠시 자신을 진정시켰다.

다시한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독해지지 않으면 절대로 차인석과 상대를 할수 없다는걸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지금 자신이 잘못하면 차인석은 민우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희주와 형을 해롭게 할수도 있다.

물론 시아까지도.

그 녀석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사악한지… 이제는 재어볼 필요도 없었다.  

이 옆에 앉은 연우라는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원하는걸 갖지 못하면 무슨짓이라도 서슴치 않을 사람이었다.

“결혼...결혼을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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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자식아! 대체 왜 연락을 이제와서 한거냐고? 어? 말을 좀 해봐 주민우!”

곱창. 소주..

우웩...

토가 나올것만 같았다.

이런 찌꺼기도 음식이라고…

“희주야. 넌 좀 빠져. 어른들 얘기좀 하자. 응? 성준아, 얘 좀 데리고 나가라.”

“아이씨, 민우 얼마만에 보는데, 아빠! 조용히 할께. 그냥 옆에서 보고만 있을께. 응? 제발. 응?”

형님이라는 사람은 못 말리겠다는듯 눈알을 굴리고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

“한국은 언제 왔어? 내가 그렇게 타일러도 꿈쩍 안하더니?”

“생각해 보니까...형님. 그리고 희주….영영 못 보면 안돼겠더라구요.”

“역시! 주민우!” 희주가 활짝 웃으며 손뼉을 마주치려다가, 째려보는 형님의 눈치를 보며 입술을 쭈삣했다.

“내가 그 말을 믿을거 같냐? 그 미친 장관놈의 아들은 왜 패고 있었어? 일 터트려서 복잡해지면 너 혼자 뭘 어쩌려고? 아니 대체 왜?”

“아니 그니까...사실은...내가 쭉...미국에 있으려고 했는데. 그때 내가 일하던 주유소에 형님이랑 희주가 왔었잖아요?  바로 그날! 바로 그날에 나에게 엄청난 일이 벌어진거지. 내가 생전 모르던 내 삼촌. 삼촌이라는 사람이 돌아가시면서 나에게 유산을 엄청. 완전 대박이 난거라니까요? 그래서...유산 챙기려고 왔어요. 이제 다시 미국으로 가야지. 형님하고 희주한테는...미안하지만, 종종 연락은 할께요.”

“뭐? 미친놈… 너 말투가 왜 그렇게 변했냐? 어디서 존대를 쓰고 난리야? 삼촌? 유산? 뭐. 연락을 종종 해?”  형님이 차인석의 머리를 툭 쳤다.

차인석은 일부러 참으려 입술을 앙 물었고…아...반말 하는 사이로구나...

“정말이야.. 형”

“너 나한테 좀 얻어 터져야 겠구나?”

“왜...왜그러는데?”

“이 자식이 정신을 못차리고 오락가락해? 너 아까 내가 연락받고 안 나타나면 어쩌려고 했어? 내가 니 부하냐? 내가 너를 그런 극적인 상황에서 구해준건. 나도 다 이유가 있다는거. 너도 뻔히 알거아냐?”

“아니...가족...같은 사이에 뭐 이유까지?”

“얼랄라...얘좀 봐라. 허.” 형님은 아주 껄껄껄 식당이 떠나가도록 웃어대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침 니 솜씨가 아주...많이 그리우던 참이다, 민우야.”

엉?

“어차피 만났으니까. 한건만같이 하고 니 갈길 가.”

“뭔.. 껀…?”

“빛진거 안갚는...그런 놈은 아니지, 니가.”

“난 돈 이제 필요없다니까.”

“간단한 거야. 니 빠른 손이 좀 필요해.”

“에이...돈으로 줄께. 나 돈 많다니까, 이제?”

“이 자식이 그런데!”

또 손이 올라왔다.

“아이...씨…” 주민우란 놈에게 가족같은 존재란 이런것인가? 짜증이 확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