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문을 꽝 하고 닫아버린다.

마이크와 나는 힘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어쩌지?" 눈물을 애써참으며 마이크를 바라보니,

"나올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나도 따라 앉았다.

"이 클라스 패스 못하면...어떻게 되는거지"

"패스 못할일. 절대 없어... 그냥 넘어갈수는 없어."
마이크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한참을 말없이 침묵하다가,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마이크..."

"전혀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안해. 장교수가 괜히 트집잡는거지. 너는 정말 잘했어."

갑자기 문이 확 열린다.

"트집? 괜히 트집을 잡아?" 훗. 하고 그가 웃는다.

"교..수님.."
그의 발목이라도 붙잡고 빌고 싶었다.
나는 그럴수 있다.
나에겐 목숨같은 점수인데...내 평생 기록에 남을.

"점수를 만회하고 싶어?"

마이크와 나는 떨려서 대답도 제대로 못했다. 한명은 고개를 끄덕끄덕, 다른 한명은 어...오..에 예스...

"그럼 일요일 아침 9시에 여기로 와."

"전!"

그가 나를 째려본다.

"교회에...가야 하는데요."

그렇다. 나는 일요일이면 꼭 교회에 가야한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그러셨거든...
우리...천국에서 꼭 만나자...교회 열심히 다니고 하나님 따라오면, 우리 다시 만날거야.
죽어도 교회는 가야한다.

"그럼 넌 오지마."

하며 사라져 버린다.
 
종교의 자유. 인권. 그거 모두 무시하는 그의 행동에...
마이크와 나는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지만,

그날 일요일, 나는 새벽 일찍 교회에 나갔다가 끝끝내 9시.
장교수가 오라던 장소에 도착했다.

"여긴..."

Children's Specialized Development Private School

자폐아 어린이들을 위한 특수학교이다.

마이크와 나의 전공은 심리교육학인데.
clinical 교육과는 좀 거리가 멀다.

먼 발치에.
장교수가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한테...이런면이 있었어?

그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걸어 나온다.

"왔군. 오늘은 시간을 맞춰서 왔네."

마이크와 나는 주춤하며 인사하는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여기서 만나도록 하지. 다음 한달동안."

"네? 토요일과 일요일?"
우리의 주말을 몽땅 뺏어가겠단 소린가?

"여기서 아이들과 선생님들 인터뷰 조사를 해야 할것인데. 자세한 사항은 여기 써놨으니까 작성해서 제출해.
최고의 열성이 아니라면 점수는 바꿔주지 않는다."
하며 봉투를 내민다.

이래도...돼요?
이거, 교수라고 학생들 막 써먹고. 이거 완전 불법 아니, 학교에서 짤릴 행동 아니예요?
반박할수 없다.
우리의 장교수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마이크와 나는 학교의 사방을 돌아다녔다.

자폐아증상이 심한 아이들, 거의 정상에 가가운 아이들등, 여러가지 교실로 나뉘어 있다.

그중 아주 자폐아 증상이 심한 예쁜 여자아이가 눈에 띄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여자아이는 두손에 장갑을 끼고있다.
이마에는 두꺼운 반창고를 붙히고 다닌다.
잠시라도 그냥 두면 뛰어다니며 이마를 콕콕 찌고 다니거나, 자신의 손으로 예쁘게 땋아내린 머리카락을 풀어 뽑기 시작한다.  보기만해도 눈물이 흘러내리도록 마음이 아팠다.
그 여자아이를 쫒아다니는 선생님이 오늘 못왔다고 다들 애통해 한다.
그 선생님이 계실땐 여자아이가 안정을 찾는다는데...
오늘따라 왜 안오는지 모르겠다고...
다들 한숨을 쉰다.

마이크와 나는 정상아에 가까운 아이들 교실로 먼저 갔다.
"여기 앉아서 함께 노래를 불러주면서 율동을 좀 가르쳐 주세요."
aid가 친절하게 설명을 하더니 사라져 버린다.
마이크와 내가 얼떨떨..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그중 아주 몸집이 작고 키가 작은 남자아이가 내 무릎에 뛰어와 앉는다.
아이는 무척 왜소하고 말을 심하게 더듬었지만, 아주 총명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What's your name?"

"Immanuel.  My mom calls me Angel. Immanuel was an angel, too"
그렇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이는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괜찮니? 괜찮아?"
마침 aid가 들어오더니,

"원래 그래요...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늘 한달만에 처음 왔네요. 사랑스럽죠?"

눈물이 고여왔다.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하버드 학생이라고 잘났다고 내 공부만 챙기려고 왔는데...
우리 학교 가까이 이런 천사들이 살고 있었다니...

마이크와 나는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함께 부르고, 챙피한지도 모르고 별별 율동을 만들어 아이들을 웃게 해주었다.
가끔, 유리창 밖으로, 희미하게 미소짓다 금새 사라지는 장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참으로 별일이네 싶었는데...

그림과 음악, 아이들 식사, 검진, 특별 프로그램을 다 마치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다가고 늦은 오후가 되었다.

마이크와 나는 그제서야 우리가 얼마나 지쳐있었는지 깨닫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데,

나가던 길에 나는 잠시 그 천사같이 아름다운 여자아이가 어떻게 하고 있나...궁금해 그쪽 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여자아이는 머리를 곱게 빗어주는 한 남자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안고있는 인형의 머리를 빗어주고 있다.

낮에 보았던 그 여자아이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그가 여자아이에게 말한다.

"미안해...늦게 와서...삼촌이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괜찮아. 내일도 또 올거지? 응?"

"그럼.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맻혀 반짝거린다.

순간 나는 헉. 하며 눈길을 피했다.

"왜그래?" 마이크가 짐을 챙기며 묻는다.

"윤...지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