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할머니께도 연락하지 못했지만...

겨우 이틀이라지만 우리 공주를 못본것이, 

아니 그 어린것이 못난 나를 엄마라고 찾을까봐 가슴이 조여와 견딜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길바닥 벤치에 잠시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

공주가 하염없이 울고있었다.

가슴이 터지도록 엄마를 찾으며 부르짖고 있었다.

이제 막 말을 시작해서 그 서툴고도 예쁜 목소리로, 엄마 왜 안오냐고...엄마 왜...

소스라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이 이마에 가득 맺히고, 심장이 떨려서 견딜수가 없었다.

내 판단이 잘못된것이었다.

내가 잘못한것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우리 공주와 떨어져서는 안돼는건데. 

미친듯이 돌아다니며 공중전화를 찾았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손에 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할머니...

할머니...괜찮으시죠?

'여보세요...'

"할머니! 저예요!"

'에고, 공주에미야! 지수야! 지수야!'

목소리 듣자 마자 할머니의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흐느끼시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니 어디에 있나?'

"할머니! 공주는요?"

'지수야...그... 그 썩을 놈이...

"할머니!"

눈앞에 하얘졌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지면 안돼. 

난 공주에게 가야한다.

"할머니! 말씀하세요. 말해주세요!"

'그 썩을놈이 여기까지 왔었다. 어찌 알았는지 모르지만...그 나쁜놈이 공주를...'

"공주를요! 어서 말씀하세요!"

'공주를...데려갔어...니를...불러 오라면서...니가 전화하면 어서 너를 데려 오라면서...내가 이말을 너에게 해야하는지...'

뚜....뚜....

수화기를 던져놓은채,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정신으로 다시 LA로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돌아올 길을 알아보느라 결국 5시간 후에나 아파트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나를 부둥켜 안으셨다.

"어딨어요, 우리 공주? 어디로 가면 돼요?"

"식당으로....식당으로 오라고.."

또 다시 뛰기 시작했다.

눈앞이 하얘지기를 몇번이었지만 그래도 택시에서 얻어마신 물 한병 덕분에 쓰러지지는 않고 뛸수있었다.

저녁시간, 한참 바쁠시간인데 식당문이 굳게 잠겨있고 불도 꺼져있었다.

열쇠를 열고 들어가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공주야! 공주야!!!"

미친듯이 소리지르는데,

콜록 콜록,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부엌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이신우가 묶여져서 부엌바닥에 내팽겨져 있었는데,

"괜찮아요? 이신우씨! 우리 공주는! 우리 공주는 어딨어요?"

앞뒤 볼 겨를도 없이 그의 손에 꽁꽁 묶여진 끈을 잘라내고, 

그의 어깨를 붙잡아 올렸다.

"공주는요!"

그가 어렴풋이 눈을 뜨는데, 

그의 얼굴은 얼마나 얻어 맞았는지..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공주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미안해요, 이신우씨, 괜찮아요? 정신 차려요! 우리 공주는 어디있어요?"

그가 쿨럭 하며 피를 쏟아냈다.

"이신우씨!"

"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우리 공주는요?"

"어쩌려고...여기로 다시 와요? 공주는...그래도 지 자식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어서 피해요. 내가 나중에 연락해줄테니까."

"공주두고는 아무데도 안가요. 이신우씨도 이렇게...다쳤잖아요. 당신이야 말로 빨리 피해요. 준혁이 오기전에!"

그에게 내가 가진 돈을 전부 건네주었다.

"이거 가지고, 어디 멀리 가세요. 어서 가야해요. 준혁이가 무슨일을 저지를지 몰라요. 다 뒤집어 씌워서 감옥으로 보낼거예요."

이신우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가라니까요!"

"가긴...어딜가요?"

"어서요!"

소리치는 사이 그가 스르르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그를 끌어다가 택시에 태웠다.

할머니가 계신 아파트에 그를 내려놓고, 병원으로 연락해달라고 부탁을 드린후,

나는 다시 준혁을 찾아 식당으로 뛰어나갔다.

식당은 아직 어두웠다.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는데, 문은 아까 내가 잠그지 않아서 열려있었다.

"공주야! 공주야!"

"지수야."

어두운 식당 구석, 

준혁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공주.. 공주 어딨어?"

이제 그가 두렵지 않았다. 

공주가 내곁에 없는데, 두려울게 뭐가 있을까?

"지수야."

"공주 어딨냐고!"
미친듯이 소리질렀다.

"야...너 목소리 크게 내지 말라 그랬지? 나 시끄러운 소리 싫어하는거...알잖아?"

"공주 보내줘. 제발! 나는 어떻게 해도 괜찮으니까. 공주 데려와!"

"내 자식의 엄마를...내가 어떻게라도 할까봐...? 너도 참..." 

그가 피식 웃는다. 

소름이 끼쳤다. 

근데, 

나도 모르게 더 ��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공주 어딨어!!!"

그가 다가와서 내 목덜미를 가로챘다.

"조용히 해. 경찰들 뛰어들어오면 아주 복잡해 진다, 너..."

"공주, 공주 어딨냐고! 말안하면 계속 소리지를거야."

"경찰이 들어닦치면...내가 잡혀갈수도 있지...그럼 공주는 어떻게 되겠니?"

"제발...준혁아...이러지마."

"왜 나한테 거짓말했어? 공주 낳아놓고 왜 숨기려 했어?

"그걸 말이라고 해? 이런 너한테, 내가 왜 공주 얘기를 하겠어?"

"우리 부모님...너 아주 징그럽게 싫어하시는거...알지?"

"날 싫어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어쭈...너 돌았니?"

"그래! 공주 데려와! 어서!"

"공주는, 예뻐해 주실까?"

"무슨 소리하는거야 지금."

"부모님께로 보냈어. 아버지 생신이거든. 생일선물로 손녀딸... 근사하지 않냐?"

쫘악!

죽을힘을 다해 그를 때렸다. 

한번도.. 반항 한번 해보지 않았던 내가. 그의 입술이 터지도록...따귀를 때렸다.

그는 기가막힌듯이 소리내어 웃었다.

한참을 부르르 떨고 서있는 나를 아래 위로 훑어 보더니,

"넌 아주 때릴데도 없이 삐쩍 말랐네... 어디 통통한 구석이라도 있어야 재밌는데 말이야."

하더니 그가 내쪽으로 성큼성킁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구나...

죽는구나...

할정도로 그의 폭력이 시작되었다.

정신이 몽롱해져서 그 다음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틀동안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미친듯이 공주를 따라 찾아 헤맨 나는

이제 더이상 남아있는것이 아무것도

...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