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꺼…save해주신거예요?”

“사람 배고파하는거. 못보거든요.”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지금 보니 얼굴은 멀쩡하게 잘생겼…아니지. 승민이가 화낼꺼야. 뭐. 잘생겼다는 생각도 못하나? …
내가 또 비빔밥에 홀라당 넘어갔구나... 난 맛있는거 주는사람이 최고 좋더라...

“윌체어는… 어디…불편하세요?”

“아. 그거요. 어….그러니까 제가 허리가 좀 안 좋아서…일을 많이 하다보니까…”

“아…”

“제가. 많이 아파보였어요?”

그가 피식 웃었다.

“에유…사실은…비행기 놓칠까봐…탄거예요.
저도 알아요. 못된짓 한거… 그치만 이번 비행기를 놓칠수가 없었어요.”

“왜.. 이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요?”

“신상품 기획을 놓치면 안돼니까요. 제가 디자인한 가방들 프레젠테이션이 내일 아침에 있거든요.”

“디자이너…?”

고개를 자랑스럽게 끄덕이고는, 세련되게 웃어보이며 비빔밥을 풀고 고추장 튜브를 쭉.. 짜주었다.
음~ 향긋한 고추장 냄새. 악!
너무. 쎄개 짰다. 내 비빔밥은 고추장밥이 되어 버렸고.

“어머. 난 몰라.”

그가 잠시 나를 돌아보고는 호! 놀라움과 함께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매운거…되게 좋아하나 봐요…”

“아. 뭐…” 숫가락으로 떠내서 휴지로 옮기려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엄청나게 술렁였다.

“으아아~!!!”
고추장을 엄청 담아낸 숫가락이 공중으로 춤을 추며 떨어졌고.

그의…
하얀 셔츠 소매에.

너무나 황당하고 미안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도. 잠시 얼음처럼 굳어 시뻘겋게 물들은 옷자락을 쳐다보고 있을뿐.

“미안…아니..죄송…아이구…이걸 어째…”
숫가락을 집어 올리려는데,
다시한번 또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고…

이번에는 그의 가슴팍에.
바지에. 피 튀기듯 온통 퍼져버렸다.

둘다 완전 멍해져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이 비행기가…왜 이래요. 정말…”
미안한 내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라곤…

그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제가….보상해 드릴께요…”

그가 나를 힐끔 돌아보았고.

“그럴래요?”

고개를 끄덕이는 내 눈이 둥그래졌고.

그가 피식 웃었다.

“세탁하면…빠지겠죠. 잠시만…”
그가 일어서려는데, 다시 비행기가 흔들렸고.

“난류가 심하오니 벨트를 메시고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announcement가 들려왔다.

그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고.

“어떻게 해요…빨리 빨아야… 좀…빠질텐데…”

“너무 미안해 하지 말아요.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그는 잠시 나를 돌아보며 웃어주었다.
그러곤 셔츠 버튼을 하나하나 풀르더니…
어머. 이 남자 왜이래…

셔츠를 벗었는데.
아. 그는 셔츠 안에 하얀색 탱크탑을 입고있었다.
그리고 그의 근육이란…

나도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곤.
안보는척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앞좌석 주머니에 접어 두었던 가디건을 꺼내 걸쳤다.

“이제…고추장은 다…쓰신거 맞죠?”
하며 훗. 웃었다.

와…
내가 남자친구만 없었어도..

벗어놓은 셔츠를 그가 조심스레 접어 앞 주머니에 넣는데,

“저기. 제 연락처 드릴께요. 꼭 연락주세요… 전 빛지고 못살거든요.”

“그러세요. 연락처 주세요.”
그가 덤덤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당황해서 그를 똘망똘망 바라보다가, 핸드백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는 명함을 읽어보지도 않고 접어놓은 셔츠 안에 집어넣었고.

“비싼…거죠…?”

그가 돌아보며 훗…미소짓더니.

“그럼요.”

“그럼요…? 무슨 뜻이예요. 그럼요..란건?”

“제가 싸구려 입는 사람같이 생겼습니까?”

어머 어머…이 사람 왕자병인가봐…
“농담입니다. 신경쓰지 말아요. 비싼거 아니예요.”

“아…”
침을 꿀꺽 집어 삼켰다.

“아. 전 한유니라고 해요. 갈길이 멀었는데, 통성명이라도 하죠, 우리?”

“최우진 입니다.”

“최우진씨는…뭐 하세요?”

“그냥. 카페에서 일해요.”

“카페요? 어디요.”

“윈도우 카페.” 그는 조용히 웃으며 밥을 먹었다.

“흠. 안들어 본 카페네요?”

그가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별로 유명하지 않아요.”

그는 조금 웃는듯, 나를 돌아보더니 곳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쉬는듯 했다.

“피곤..하세요?”

“네…”  나도 배가 불러오니 졸음이 쏟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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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비행기가 쿵. 소리를 내며 옆으로 심하게 기울렸다.
음식들이 모두 자리에서 떨어지며 아수라장이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근심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그때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들려왔다.
“승객여러분.  승객 여러분. 침착 하시기 바랍니다.
염려하지 마시고 안전벨트를 메어주시기 바랍니다.
경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나  난류가 기대치를 넘어서므로
지금 임시 착륙을 하려 준비중입니다.
당분간 자리를 떠나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웅성거렸다.
아무리 괜찮다고는 해도 비행기의 흔들리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떻해…무서워…”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왜 이러지?
아무 이상도 없다고 했는데?

“승객여러분.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산소 마스트를 착용하시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구명 조끼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상황으로써는 아아악!!!!!”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비행기는 주체할수 없이 흔들리더니,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순간 귀가 찢어지게 아파왔고,
비행기는 빠른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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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다…
그리고…귀가 아프다. 얼굴이 따갑고…
왠지…눈이 떠지질 않는다.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사고!

난.

죽은걸까?
여기는 파라다이스?

눈을 뜬순간. 뜨거운 햇빛에 눈이 부셨다.
조금씩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니. 희미하게 야자수 나무가 있었다.
새하얗고 깨끗한 모래사장이 보이고.
파랗고 예쁘게 빛나는 파도가 쳤다.

내가.
착하게 살긴 했던가… 천국에 온건가?
엄마가 그렇게 다니라던 교회에도
일 핑계대고 안나간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래도 하나님은 나를 용서하신걸까.

순간 이마가 차가와졌다.
누군가 내 이마에 젖은 수건을 가져다 댔다.
햇빛이 눈부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 내 볼을 짚어 보고.
내 눈동자를 억지로 열어본다.
누구세요? 하고 물어 보려는데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내 심장근처에 자신의 귀를 가져다 댄다.
내 손목에 맥박도 짚어본다.
천사인가?

천사가…천국에서…
내가 살았나 죽었나 점검을 하나….
나는 다시 스르르…잠이 들었다.

입속으로 스르르…
물기가 느껴진다.
귀가 아프다.
견딜수 없는 통증이 느껴지며 물을 삼킬수가 없다.
눈을 슬며시 떠보니 해가 질랑 말랑 노을이 보인다.
여전히 아름다운 바닷가인것 같은데.
견딜수 없이 배가 고프다.

희미하게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어?

그가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 사람이네…?
최우진.

그는 얼굴이 많이 상해 보였다.
눈을 제대로 뜨고 보니.
그의 어깨에서 피뭍은 흔적이 보이고.
그는 다리에 뭔가를 꽁꽁 매고 있었다.

“왜…”

한마디를 내 뱉는데.
내 귀가 먹먹했다.
허공에서 내 목소리만 메아리치듯. 이상한 울림이 느껴졌다.
그는 걱정스러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왜… 다쳤어요?”

그가 입술을 움직이는데. 그는 분명히 말을 하고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들을수가 없었다.
순간.

여기는 천국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려는데,
몸이 움직여 지지를 않았다.

“내가. 어디에 있는거예요?”

또 그가 뭐라고 입을 움직였다.

“안들려요. 하나도… 안들려요.”

그는 안타까운듯 나를 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눈물이 터져나왔다.
여기가 어디지?
아까. 그럼 비행기가 추락한거야?
나는. 어떻게 살아났지?
저 사람은?
왜 아무것도 안들릴까?

그는 절뚝거리며 어딘가를 헤매고 다녔다.

젖먹던 힘을 다해 윗몸을 일으키니, 몸이 움직여 졌다.
겨우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상했던 대로. 바닷가…
그건 맞는데.
파라다이스는 아니었다.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쇠조각.
가방들.
옷 조각.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최우진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그의 손에 종이 조각과 펜이 들려져 있었다.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