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진의 안타까운 표정을 뒤로하고,
무작정 박변호사님의 차에 올라탔다.
그의 말은…뭘 의미하는건지…
무슨뜻인지…
찬찬히 생각해 보기에는 닥친 상황이 너무 급했다.

“이제 말씀 해주세요. 무슨 일인데요.”

“이상한 사람이 찾아와서. 어머님 가게를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놨어. 지금 너무 놀라셔서 어머니… 제 정신이 아니시다. 너도 놀랐겠지만, 침착하게 어머님 좀 안정 시켜드려.”

“무슨 말씀 이세요? 엉망으로.. 누가 그런짓을…?”

“글쎄… 모르겠다. 어찌된건지…. 멀쩡한 젊은 사람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갑자기 쳐들어 와서는 말이야….”

엄마는 유명한 샤핑센터에서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다.
도자기 하나에 천만원이 넘는것도 있다.
가게안에는 깨진 도자기들이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으며,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형사들과 경찰들이 가게에 진을 치고 있었다.

엄마는 이미 병원으로 옮겨가셔서 신경안정제를 맞으며 놀라움을 진정시키려 애쓰셨고,

“이게…어떻게 된거예요?” 병원에서 기다리는 엄마가게 직원한분께 물었는데,

“어서 들어가 보세요. 어머님이 기다리셔요. 사고 얘기는…사장님 좀 진정하신 다음에 하시구요.”

병원문을 열고 들어가니 엄마는 알약을 물로 삼키고 계셨다.

“유니 왔니..”

“엄마! 괜찮아요?”

“그래…괜찮은데…”

“걱정마요… 가게 일은…박변호사님이 가셨으니까.”

“이상해…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이 누군데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니? 뭐라 뭐라 소리를 질러대는데…
여동생을 저꼴로 만들어 놓고… 뭐 그러더니.. 아휴…가슴 떨려….
우리가 뭐 잘못한거 있니?”

“그냥…정신이 나간 사람일거야. 너무 신경쓰지마, 엄마.”

문이 덜컥 열리며 승민이가 뛰어들어왔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헐떡 거리는 그 사람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나를 너무 사랑하는 승민이는 우리 엄마도 자신의 부모같이 끔찍히 여기는데…

“난 괜찮다. 넌 바쁜데 뭣하러 왔어. 경찰들이랑 변호사님이 해결할 일을…”

“그래도… 혹시 다치셨을까봐… 유니도 많이 놀랐을것 같고.”
그는 멀쩡한 엄마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난 괜찮아. 기왕 왔으니 우리 유니나 집에 데려다 주렴. 난 좀 쉬다가 박변호사랑 갈께.”

“박변호사님…내가 만날께. 엄마가 승민이랑 집으로 가서 쉬어.”

“얘가 왜 이래? 승민이랑 어서 가라니까.”

“유니야… 가자.”

승민이 내 손을 붙잡았다.
엄마가 걱정스러워서
이대로 갈수가 없었다.

“아냐…나도. 엄마랑 같이 있다 갈래 승민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승민이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럼…그래. 그러자… 너 마음 편해지면…그 때 데려다 줄께.”

“다들 가라니까! 늙은이 좀 쉬게!”
엄마가 눈총을 주셨다. 뭐든 다른 사람의 도움은 죽어도 받기 싫어하시는 우리 엄마.

별수없이 승민과 나는 병실을 나왔다.

“어떻게 된거래?…” 승민이는 경찰들에게 뭘 들었을까?

“글쎄…그냥 사고일거야… 정신병자이거나…뭔가 오해했겠지.”

“난동을 부렸다면서? 뭐라 그러면서. 아니 도대체 왜 그랬데?”

“경찰들이…수사 중이니까… 곧 알아내겠지. 넌.. 괜찮아?”

“믿어지지가 않아. 엄마가 그렇게 아끼시던 물건들이…그냥 쓰레기처럼 모두 흩어져 있었어…”

승민이 내 어깨를 끌어 안았다.

“놀라셨을텐데… 어쩌냐… 너도 퇴원한지 얼마 안됐는데. 또 쓰러지면 어쩌지?”

“내 걱정은 마. 난 튼튼해.”
승민의 가슴은 무척 넓고 포근하다…

“그래…제발… 아프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서 승민은 내 두 볼을 자신의 손에 조심스레 감쌌다.

“난. 너 아프면 살기 싫거든.”  그의 눈동자가 촉촉해 보였다.
그렇게 힘들었나…내가 깨어나지 못하던 일주일…

“너무 극단적이다. 사람이 살다가 아플수도 있지.” 일부러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승민이 얘가 오늘 덩달아 심각하네…

“너…의식 잃고 병원에 쓰러져 있을때 느꼈던 거야. 난. 너 없는 세상 살고싶은 마음 없다고…
그렇게 니가 영영 가버렸으면. 나도 따라 가려고 그랬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송송 맻혀 있었다.
어머…얘가

“승민아… 왜 그래?”

읖!

갑자기 그의 입술이 내 입술로 향해 다가왔다.
너무 당황해서 순간 그를 밀어냈는데,

밀어내고 나서 생각하니..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좀 너무했나…?
승민이가 얼마나 무안했을까. 첫 키스도 아니고…

“왜 그래, 갑자기…?” 일부러 장난치듯 조금 웃어보였다.

“미안해. 갑자기 였나? 우리 원래… 하던데로 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있는게 너무 행복해서…미안해… 당황했어?”     

“아…아냐…배고프겠다. 저녁시간이 다 됐네. 뭐 먹으러 갈까?”

화제도 바꿀겸...

“음…아무거나. 넌 뭘 먹고 싶은데?”

“저기…너…혹시. 윈도우 카페라는데…아니?”

승민은 유명한 카페라면 모조리 외우고 다녔다.
그만큼 나를 좋은데로 데리고 다니려고 데이트 장소를 구석구석 찾아 다녔으니까.

“어? 윈도우 카페. 들어봤어…어디선가 사진도 본것 같은데…잠깐만..”
승민은 말이 나오자 마자 전화기를 들고 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승민아… 그냥 물어본거야. 가고싶다는게 아니고.”

“아! 일산이네. 여기서 별로 안 먼데?”

내가 괜한 말을 했네.
아니 내가 승민이랑 거길 가서 뭘 어쩌려고?

“오늘은… 너무 복잡하니까. 그냥 짜장면이나 먹자.”

“아냐. 오히려 오늘 심란하고 마음도 산만할텐데, 기분전환할겸 한번 가보자.
니가 가고싶은곳이니까 말 꺼냈을거 아냐.”

“엄마…곧 들어오실텐데…”

“쉬신다고 하셨잖아. 거기 메뉴 괜찮으면 저녁 사다드리자,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별수없다.
승민이는 한번 얘기가 나오면 꼭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리고…나도 사실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었으니까.

윈도우 카페…

말 그대로 벽 전체가 거의 모두 다 창문이었다.
지붕위에도 군데 군데 창문이 뚫려있어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햇빛 찬란한 날이면 정원에 나와 피크닉을 하는것같은 분위기로,
숲속의 아름다운 산장처럼
예쁜 꽃들과 화초들이 세련된 인테리어와 잘 조화되어 있었다.

“참…따뜻하고…섬세하다…”

“세련됐네. 그러면서도 포근하고.”

자리에 앉으니

일하는 사람인지,
젊고 예쁜 아가씨가 다가왔다.

최우진은 왜 이리 예쁜 여자들만 주위에 많아?

“식사로 하시겠어요?”

메뉴판도 아주 심플했다.

White

Pink

Orange

Green

Red

Purple

Blue

….
이런식으로 색상이 나뉘어져 있었고.
그에 따른 메뉴는 그 색깔을 위주로 잘 발랜스한 건강식이었다.

“여기 괜찮은데? 어머님 모시고 한번 와야겠다. 그치 유니야?”

“어… 그거야… 맛을 봐야 알지.”

“어머님은 분위기 좋아하시지, 맛보다.” 승민은 씨익 웃으며 Blue를 오더했고,  나는 호기심에 Whilte을 오더 했다.

“여기가. 진짜 맘에 드나 보구나?”

정신없이 사방을 둘러보는 나에게 승민이의 말이 왠지 뜨끔하게 느껴졌다.

“아… 그러네. 둘러볼수록 새로운게 보이네.”

사실
나는 그 사람이 혹시나 있지 않을까…
또 시작이다. 또…
고개를 흔들고, 두눈을 잠시 감았다.

“야, 괜찮아? 어디 아파?”

내 모든 동작을 이렇게 자세히 살피고 사랑해주는 승민이 앞에서…내가 왜 이러지?

“White 하고 Blue 나왔습니다. 즐거운 식사…”
웨이터가 갑자기 말을 잊지 못한다.

올려다 보니.

가슴이
철렁…

최…

어떻게 하지?
반갑게 인사해?
인사를 안하는것도 이상한가?
그런데 인사를 하면 승민이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그도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잠시 승민을 돌아보더니,

“즐거운 식사…되십시오.”

하고는 돌아섰다.

“아. 웨이터.”

최우진이 다시 승민을 돌아보는데,

“여기 와인메뉴도 좀 부탁해요.”

그는 조용히 메뉴를 가져다 주고.

“여기… 제일 괜찮은 와인은 어떤거죠?”

“기분이…어떠신데요?”

승민이 흥미롭다는듯 최우진을 올려 보았다.

최우진은 가만히 승민을 마주 보며 기다렸고.

“그냥. 젤 비싼걸로 가져와요.”

최우진이 옅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내가…
죄 짓는것도 아니고. 거짓말 하는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가슴이 떨리지?
아는척을 안 하면. 더 이상한거 아닌가?
그렇다고 아는척을 하면…

“한유니씨는. 어떤 와인이 좋으신가요?”

화들짝 놀래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어? 유니이름을…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승민이도 엄청 놀란것 같다.

뭐라고 해야하지? 어…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해야되지?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잠시 망설이는데,

“비행기에서… 만났었죠.
윈도우 카페에서 일하는…최우진. 별로 흔하지 않은데.”
하며 최우진이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어색하고 멍청한 가짜미소만 흘러나왔다.
승민이의 표정이 의아해진다.
내가…
윈도우카페에 오자고 한 이유는…?

“여기서…일하신다고. 한번 오라고 하셨…거든.
제가 드릴것도 있고 해서.
전 빚지고는 못사는 사람이거든요.”


“뭐야… 어떻게 된거야, 유니야?”

“아… 그러니까… 말그대로. 비행기에서 만났어.
내가 실수로 셔츠를…그러니까 물어드릴게 좀 있어서..”

내가 헤매기 시작하니까,
최우진이 좀 미안했는지,

“이렇게 와 주셨으니, 제가 감사하죠.
셔츠는. 신경쓰지 마시구요. 와인은 제가 특별히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죠?”

으흠…하며 나는 또 멍청하게 미소지었고,
승민은 이게 왠 떡이냐 하는 표정으로 잘 했다는듯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아… 그래서 윈도우 카페 물어봤구나.
비행기에서 만났는데… 저 사람이 owner이래?
무슨일이 있었는데 그래?”

무슨일?

승민아…
저 사람과…
무슨일이 있었냐고 네가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니.

“그냥. 흰 셔츠에 내가 고추장을 좀 뭍혀가지고… 보상해 주려고 연락처 받아놓은거야. 언제 한번 꼭 와서 물어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늘 만날줄은. 또 몰랐네…”

난 거짓말을 하는게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이 생기는건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이 사람이 내 인테리어 하는 사람이야.
병원에서도 같이 입원했었고.
함께 사경을 헤매다가…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랜 꿈을 꿨거든… 이 사람이랑…함께 있는…꿈을…

이렇게 시원하게 얘기해주면 마음이 가벼워질까?

뿅.
하는 소리와 함께 와인잔에

또로로록….

따르는 소리가 들린다.

최우진이 아니고 아까 예쁘장한 아가씨가 와인을 들고왔다.

“더 필요하신건. 없으신가요?”

“됐습니다.”
승민은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그도 뭔가를 느끼고 있는걸까.
내가 왜 이러지? 숨기려고 그런건 아니지만… 왠지 다 말해버릴수 없는 이런 기분…
정말 싫다.

“유니야.”

“어?”

“목요일… 저녁때 시간있어?”

“어? 아…그럴껄?”

“여기서 다시 만나자. 6시에… 할말이 있어.”

“뭔데? 지금 말하면 안돼는거야?”

승민이 피식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서 먹어. 어머님은. 무슨 색으로 오더해 드릴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갔는데,

“오늘 식사는 on the house라고. 그냥 가시라고 하셨습니다.”
아가씨는 깍듯하고 정중하게 말하며 예쁘게 미소지었다.

“네? 아닙니다. 뭐 그렇게까지 친한 사람도 아닌데.
계산해 주세요.”
승민이가 조금 불쾌해 보였다.

그럴만도…하지…싶어 고개를 숙이는데,

“어…?”
하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는쪽으로 돌아보니.

절세미인.
병원에서 만났던.
그 절세미인이다.

그녀는 잠시 나와 승민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다,
이내 씨익 웃는다.

“남자친구세요? 잘생겼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저 여자도…알아?”  승민이 내 귓가에 대고 눈치보며 속삭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무표정으로 그녀에게 인사했고,

그녀는 잠시 살펴보더니,

“여긴. 어쩐일로 오셨어요?”

“밥 먹으러 왔는데요.”

“저희 오빤… 만나셨어요?”

“보시다시피.” 최우진이 나타났다.

그녀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오빠!”
하며 그녀는 그에게 마구 뛰어가 안겨 버린다.

승민이도 저여자 이상하다..는듯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그냥 씁쓸하게 웃고는, 승민에게 말했다. “가자.”

“한유니씨.”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다시 뒤돌아 보는데,

그녀는 아주 최우진에게 달라붙어있다.
그는 좀… 곤란한 표정.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아니지.
내가 화낼 일이 아닌데.

“남자친구분이랑. 정말 잘 어울리세요. 만나서 반가왔어요”
라며 얄밉게 활짝 웃는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돌아선 승민이 나에게 뭍는다.
“저 여자…왜 저러냐?”

“글쎄.”

“잘 아는 사람이야?”

“이름도 몰라.”

저여자가…왜 나를 저렇게 의식하는지.
정말 나도 모르겠다.
왠지 얄밉고 미운것만은 확실한데…
그것도 왜 인지 모르겠다.
그녀가 너무 예뻐서?

잠깐. 그런데 그녀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돌아보는데, 승민이가 차에 엔진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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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계속 주무시기만 하셨다.
지치셨는지. 너무 놀라셨는지…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내가 대신 나가 보았다.

“어떻게 된거죠? 그 사람은…지금 어떻게 됐나요?”

“몸이 많이 안좋은 사람이라서… 우선은 정신병 의사와 상담 중입니다. 아직은 확실히 알수가 없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그냥 맹목적이었는지…”

“뭐라고… 그러는데요?”

“자기 여동생을…망쳐 놓았다고. 인생을 망쳐놓고… 아기가 어쩌구…
식구들 모두를 농락했다면서 용서할수 없다는 얘기만 하고 있어요. 박..태식이라고?
박태식…나쁜놈…뭐 그러면서… 혹시 그 이름을. 알고 계신가요?”

“박태식이요? 전혀…전혀 모르는 이름인데요… 그런 슬프고 끔찍한 일이 있었다면…우리가 몰랐을리가 없는데… 왜 우리 엄마 가게에 와서 그런 행패를 부렸을까요?”

“글쎄요. 지금 상태로는 알수 없지만… 저 사람이 좀 진정이 되면. 직접 만나보시는것도 방법이 될수도 있겠습니다.”

너무 무서운데…

경찰서를 나와서 터벅터벅 걸었다.

오늘 있었던 모든일..
너무 복잡해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최우진.
미모의 여자친구.

승민이.
그리고
뭐…
박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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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가게에서 박변호사님과 다시 회의중이었다.

문이 삐그덕 열렸고.

“아! 최우진씨! 오셨군요.
아이고..어제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박변호사님이 그를 반갑게 맞이 하셨고.

“아닙니다. 가신일은 해결이 잘 되셨어요?”

“글쎄요. 그게…”

박변호사가 할말을 잃고 잠시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내가 뭐라고 말 해주기를 기다리셨다.

“가게 사이즈는. 잘 재 보셨나요?”

최우진이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설계도는. 언제쯤 볼수 있을까요?”

박변호사가 차가운 내 태도에 조금 당황한듯 하다.
“유니야,”

“죄송합니다. 아직…”

“그러시겠죠. 카페하시느라 바쁘신데…여기 일까지 하시려면 벅차시겠어요.”

“유니야” 박변호사가 또 눈치를 준다.

“서둘러 아무렇게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하며 최우진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무렇게나 하시라는 말은 아니예요. 어제 스케치 하신거 보니까. 손 빠르시던데…
이렇게 작은 가게 인테리어 설계라면.. 몇시간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그가 묵묵히 바라보는 눈길이.
왠지 무척 아프다.

“아…최우진씨. 우리 유니가…어제 좀 힘든일이 있었어요.
재촉하는건 아닙니다. 아직 건축 시작하려면 시간도 충분하구요.”

최우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그의 웃음이 너무 친근해서…
씩 웃던 그 절세미인이 생각나서.
속상하다.

“아직. 한유니씨의 스타일을… 잘 모르겠어서요. 작업해 놓고 마음에 안드시면 고치기가 힘들어서…
사전 작업을 좀 꼼꼼히 하는 편입니다. 답답하셨다면… 사과드리죠.”

“아.. 아닙니다! 어제 막 시작하셨는데 답답이라뇨!” 박변호사님은 왜 이렇게 이 사람에게 벌벌 떠실까?

나는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그때 순간 생각난 것은…
어제 떠나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한마디.

한유니씨가…주인이라는거… 알고 있었어요.

다시 나를 보고있는 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내가 주인이라는걸 알았다는건…무슨 뜻이었을까?

마침 전화를 받고, 박변호사님은 밖으로 나가셨고.

또 다시
최우진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