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차다.
한번 더 공원의 경치를 둘러보고 싶은데,
서두르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프다고 쉴만한 여유가 없다.
절대로 아프면 안된다.

"연서!"

"Mike! 미안. 기다렸지?"

"아니야. 나도 지금 막 왔어. 준비는 다 된거야?"

"Of course!"
어젯밤 잠을 한잠도 못자서 피곤했지만,  Mike 가 내 손을 잡아주는 순간,
모든 피곤은 싹 가시고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 올랐다.

번잡한 Harvard Square을 지나며 여기 저기서 맛있는 음식냄새가 향긋하다.
배가 꼬르륵....고파오지만,
시간이 없다.

"너 점심 먹었어? 안먹었지?"

내가 그저 싱긋 웃자, Mike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럴줄 알았어. 여기서 Gutman Library까지 가려면 정확히 6분 37초가 걸려. 클라스 시간까지 23분 남았어.
식당에 들릴 시간은 없지만. 지하철에 내려가서 간단한거라도 사먹자."

"아니야. 그냥 가. 랩탑이랑 셋업하려면 시간 별로 없어."

"그러다 프레젠테이션할때 뱃속에서 소리나겠다. 잔소리 말고 따라 와."

그는 머리가 짧고 검은태의 안경을 썼다.
웃는 모습은 Richard Gear을 쏙 빼 닮았다.
엄마가 미국분이고 아버지는 한국인이시다.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이혼을 하셨다는데,
그것이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있다.

나는 이 남자를 좋아한다.
이 남자의 향기도,
목소리도,
똑똑한 두뇌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도 모두 너무너무 좋아한다.

지하철 계단을 서둘러 내려가는데,
순간 그의 걸음이 멈춰진다.

"왜그래?"

"어? 아..아니야. 뭐 먹을래?  Dunkin Donut 도 있고..."

"음...난 그냥..." 슬쩍 메뉴를 보는척 하면서 그의 눈치를 살핀다.
보통때와 다르게 조금 심상치 않은 그의 표정.

그가 조금 숨을 몰아 쉬며 나를 돌아 보는 순간.

"Oh, Hi, Mike!"
하는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의 표정이 굳는다. 아주...심각하게...
돌아볼까 말까 망설이는 그의 얼굴이..

토끼눈을 하고 그를 말똥말똥 바라보는 나를 보며 피식 웃더니,
그가 고개를 돌려 그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쿨하게 인사를 한다.

"Oh, Cindy...Hi.  Long time no see.."

"You saw me over there. Didn't you? Were you avoiding me?"

기지배. 따지긴...웃으며 그를 툭 치는 그녀가 왠지 엄청 얄밉다.

"I thought I saw you... but I wasn't 100 percent sure."
그가 둘러대는게 이상하다.
아까 발걸음이 멈춘것부터... 그때부터 모두 이상하다.

"girl friend?"

"No. Uh... this is YunSuh - my project partner."

마음이 심하게 저려온다. 그래라 뭐... 누가 뭐 걸프랜드라고 했나 모...?

금발머리에 파란 눈동자.
흠이라곤 찾아볼수없는 뽀얀 피부에 고야드백을 세련되게 들고 있는 그녀는
엄청 잘 빠지기까지 했다.

"You know what? We gotta get going soon. Hey, it's nice to see you again."
그가 서둘러 나를 돌아보며 어서 오더 하라는듯 싱긋 웃는다.
뭘 골랐는지 그냥 집어 들고 계산을 했는데,

신디라는 그 여자는 바쁘다는 마이크를 붙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깔깔대고 웃는다.
어쩜. 이빨도 저렇게 가지런하니 완벽하게 박혔을까.
얘기하는걸 훔쳐 들으니. 모... 로폄에서 일한다고...치잇. 똑똑하기까지 한가보네.

"Mam? Mam!"
하는 종업원의 목소리에 허걱 놀라서 돌아보는데,

앗 뜨거!
종업원이 건네주는 커피잔을 내 팔꿈치로 내쳐 버린것이다.
그 뜨거운 커피는 신디에게 고스란히 날개치며 튀겨버렸고...

oh...my...

"So Sorry! Are you okay?"

"Oh my!!! my...."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
하늘하늘 레이스로 장식된 그녀의 흰 블라우스가 온통 진흑투성이인듯 커피자국이 엉망이었다.

어쩜좋아....

"It's okay. It wasn't really your fault."
하며 갑자기 그녀가 환하게 웃는다. 마치 천사의 표정과도 같이 예쁘고 밝았다.

"It WAS my fault! Let me pay you for your blouse!"
그녀는 끝까지 정중하게 거절했다.
 
한동안 멍하게 지켜보던 마이크...

"어. 그럼..."

갑자기 화들짝 놀란다.
"wait a minute... We GOTTA RUN!"

흠. 응? 아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우리는 서둘러 발걸음을 제촉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헉!

순간 마이크와 내가 서로를 마주보는데,
교실문이 닫혀있다.

마이크는 두 눈을 꼭 감고,
나는 내 입을 틀어막는다. 소리를 꽥 지르고 싶은걸 참느라...

교수님이 분명 말씀했었다.

나는 늦게 오는 학생들을 가장 싫어한다.
특히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
그 날은 자네들이 학생이 아닌 교수나 마찬가지다.
시간을 엄수하지 못한다면 교수가 될 자격이 없는건 당연하다. 그렇지 않은가?
일분. 아니 일 초라도 늦는다면 교실에 들어올수 없을것이다.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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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어요 미씨님들~~ 그동안 쓰고싶었던걸 끙 참다가,
또 막상 시작하려니 겁이 나서 잉...하다가
에라 마구 시작해 보렵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짧게, 자주 써내려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꼭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