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하지..

오늘 프레젠테이션을 못하면 점수가 어떻게 나올까.

사실 우리학교에 이렇게 독재적인 교수님은 이 사람밖에 없다.

오히려 학생들이 더 권력을 행세하면 했지,

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는것이 더 자연스럽고 흔한 모습이다.

이 교수님은 왜?

천재다.

서른 일곱의 나이에 박사학위가 3개. 저서만 20권이 넘고.

발표하는 논문이나 리서치마다 난리법썩을 타고 큰 상을 받는다.

오라는 대학이 하도 많아서 자기가 골라서 하고싶은 과목을 만들어 가르친다.

가르치는 코스가 일년에 딱 하나다.

그러면서 풀타임 교수 페이를 받고 하고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는 혜택을 누리는...

정말 팔자좋은 교수님인데. 

클라스가 힘들다고 소문이 나서 학생은 많지 않다.

첫날 강의때 부터 그랬다.

나는 독재자다. 

이런 나의 스타일에 맞출수 없으면 이 클라스는 절대 싸인업하지 말것.

어차피 나를 따라올수 없다면 아무것도 못 배울테니 괜히 시간낭비 하지 말라는것이다.

그 사람의 클라스에 우리는 지각을 했다.

못들어간다.

"Sorry..."

Mike 가 한숨쉬듯 조용히 한마디를 흘린다.

"Mike! 무슨 소리야! 미안한건 나지!"

"아니야...넌 그냥 오자고 했는데 내가 데리고 가서... 정말 미안해."

"내가 커피만 엎지 않았으면 괜찮았을걸...나 때문이야. 내가 미안해."

그때 누군가가,
"놀고 있다.."

뭐?

마이크와 내가 동시에 찌리릿 - 째려 보는데,

윤지석이다. 
정말 이 명문 대학원에 저런사람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을

윤지석.

그는 우리를 비웃듯이 피식 웃으며 커피를 마신다.

"Excuse me?"

Mike는 지석을 정말 싫어한다.

뺀질거리는거 하며, 세상만사 귀찮다 싶은 그의 태도와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나 하는건지 공부도 안하고 놀기만 하고,

소문대로 라면 영 5년째 졸업도 못하고 교수님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하는데,

거기다가 돈은 많아서 여기저기 펑펑 흘리고 다니며 이여자 저여자 만난다는 윤지석.

윤지석이 피식 웃는다.

"뭘 그렇게 서로 미안하냐? 낙제 처음 해봐서...겁이 나?"

"낙제라니. 누구 맘대로 낙제를 한다는건데?"  Mike 는 그를 조금도 참아주고 싶지 않다. 

내가 그들을 알게 된건 불과 3개월전, 이 클라스를 같이 택하면서 였지만

Mike와 윤지석 두사람은 거의 3년동안 함께 박사학위를 해온 사람들이다. 

뭔가 두 사람사이에 히스토리가 있다는건 진작부터 짐작해 왔는데...

"못 들어갔잖아. 저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빨리 가서 Drop해야 F 가 아니고 withdrawal 을 받을텐데? 아... 그것도 너무 늦었나?"

Mike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잠시 숨을 돌리더니,

교실문을 탕탕 하고 두드리기 시작한다.

"Mike!" 어...이러다가 무슨 일 생길것 같아 나라도 말려야겠다 싶었는데...

윤지석은 재미있다는듯 웃는다. 

그때 확!

문이 열린다.

"캠퍼스 폴리스를 불러야 하나?"
하며 교수님이 나오시는데.

그의 차갑고 기분나쁜 표정에 식은땀이 등뒤로 흐르면서 오싹 소름이 끼친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주의하겠습니다. 제 마지막 클라스이고, 

이번 학기에 졸업 못하면, 다음학기에 수업료를 다시 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나가지 않으면 폴리스를 부르겠네."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He had an accident, professor."

갑자기 윤지석이 끼어든다.

사고가 나서 자기가 크게 다칠뻔 했는데, 마이크가 도와줬고. 그때문에 늦은것이라고 

횡설수설 거짓말을 술술 잘도 한다.

교수님이 어이없다는듯 푸웃...웃더니...

"Never before, and Never again in the future. Do you understand me?"

하며 마이크와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윤지석은 커피를 마시며 유유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진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교실로 들어서며 그를 잠시 뒤돌아 봤는데,

윤지석이 나를 보며 한쪽눈으로 윙크한다. 
그의 씨익 웃는 모습에 나는 확 겁을 먹고 만다.

저 사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