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되면 외로와지는건.
사랑이 그리워지는건.
정상인지..?
길거리에 손을 맞잡고 껴안고 목돌이를 같이 둘르고 다니는 연인들을 보면
에이. 저렇게 생긴 남자... 안사귀고 말지.
하며 뻐튕기지만 뱃속뒤가 땡기면서 왜 배가 아픈지...
내 나이 서른.
혼자서기에 지칠나이다.
조급해지고 더 많이 늦기전에...싶은
그렇다. 아니라고해도 나는 내가 보기에 노처녀이다.

음악선생을 한다고 몇년을 유학까지 해가며 고생을 했다.
결국 외국인학교에서 번듯한 직장을 얻었다.
내가 내놓을것이라곤 그것뿐이다. 영어쫌 하고, 직장 쫌 괜찮고...
그런데 이놈의 직장에선 괜찮은 남자는 커녕 온통 여자들이다.
몇몇의 남자선생이 있긴하지만... 그들에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해서 그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것은 또 전혀 아니다.
아... 따분한 나의 서른.
그리고 점점 춥고 깊어지는 이 겨울의 외.로.움.

"Mrs. Lee -"
골똘히 이 겨울의 외로움을 만끽하는 찰라에 누군가 어깨를 친다.
뭐? 미세쓰??
"MISS LEE." 일부러 큰눈을 뜨고 그를 돌아보았다.
"Mrs. Lee, Dr. Smith is here to see you." 옆반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Parker이었다.
"MISS! LEE!"  나는 그를 더 무섭게 째려보며 낮은목소리로 강조했다. 듣는지 마는지.
그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Dr. Smith라고? 그게 누군데?
무식한 Parker의 미쎄쓰 미쎄쓰 소리에 나는 자다가 옆구리 터진 고구마처럼 열을 받아서 오피스앞으로 걸어갔다.

"Miss Lee?"
소리는 들리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는 어색한 기침을 했다.
내가 그를 못보고 지나친 모양이다.
"Oh, Hi, Dr. Smith?"
"Yes. Are you Miss Lee?"
잘생긴 청년이 하나 내 눈앞에 들어왔다.
"Can I help you?"
"I am here to discuss with you...about my nephew."
"Nephew? And who would that be?"
"Andy."
아.... 앤디의 친척인가 보다. 젊어보이는데 벌써 Andy같이 큰 조카가 있나?
그러고보니...앤디는 미국에서 자랐다던  한국아이인데...?
그는 두런두런 어쩌구저쩌구 한참을 떠들었다.
앤디가 음악을 좋아하고...이곳생활에 적응을 힘들어하는데.. 음악만큼은 즐거워하는데... 그의 부모가 미국에서 어쩌고 저쩌고..
"Oh yes. Uh hum.. Yeah. that's great..." 웬지 자꾸 딴생각이 들었다. 그의 영어가 쉬웠는데도...

"Miss Lee, it's been such a pleasure meeting with you."
한참을 떠들던 Dr. Smith라는 청년이 드디어 마무리를 지으려나 보다 했다.
"Pleasure was all mine -" 하고 웃으며 떠나려다가 조금 어색한 생각이 들어서 말을 슬쩍 건내보았다.
"So, you... a doctor? what kind of doctor are you?"
"I'm a radiologist. Working here -- at the University hospital just for one year."
더이상 할말이 없었던 나는 그냥 씩 웃어보였다.
이정도면 나는 정말로 예의가 바르고 친절한 상담을 끝낸것이 분명했는데...

"이선생. 그만좀 노닥거리고 나좀 봐."
아. 그래 현지원이 있었지. 이 학교의 이사장 바로 아래서 일하는 총 감독관이다.

그는 너무너무 정확하고 세심해서 주변 모두를 피곤하게 만들고, 학생들에게는 무척이나 엄한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세상모두를 다 가진듯한 그의 태도.  못생겼으면 밉기나하지. 옷도 매일 다려입는지 번듯번듯하고,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아주 피곤한 스타일이다.  


"If you have any more questions, please email me.. I must get going now... He's my boss."
내가 웃어보이자 Smith도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참으로 cool한 악수였다.
에그. 잘생긴 청년이라 그런지 냄새도 좋네...

현지원의 오피스에 들어가니 커피냄새가 났다.
"커피할래?" 그는 커피잔에 커피를 따르고 있었다.
"저기요.."
그는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았다.
"감독님. 저..."
"뭐?"
"왜...저한테만 자꾸 반말을 하시는지..."
"그래서. 불만이야?"
"아니...그냥...궁금해서요." 나는 그 앞에만 나서면 오징어같이 쫄아들었다.
"생활기록부에 주아씨 나이 다 나와있어. 나보다 어린사람한테. 내가 존댓말이라도 써야하나?"
"아니요. 그런게 아니구. 저도 선생이고.."

"커피안할거면 여기 좀 앉지."
그는 아예 들을가치가 없다는듯 내 말을 딱 짤라먹고 먼저 소파에 가 앉았다.
"커피...주세요."
그는 기가막힌다는듯 나를 올려 보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