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야. 괜찮아?”

한숨을 쉬고 눈길을 돌렸다.
그를 다시보는것은 참으로 묘한 고통이었다.
모기 물린자리를 피가 나도록 긁으면 시원하면서 아프듯이..
너무나 보고싶었던 얼굴이니 솔직히 반가왔고, 또 너무나 아픈기억때문에 고통스러웠다.

“누구신데 자꾸 아는척을 하세요.”
나는 눈길을 창가로 돌렸다.  눈물이 나오는것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너 달리기 실력은 여전하더라...”
어쭈. 여기서 농담까먹기를 하겠다?

“나가세요. 경찰부르기 전에.”

“주아야. 그만해...”

그를 째려보듯이 돌아보았다. 어쩜 사람이 저렇게 뻔뻔스러울수 있을까.
그는 씁쓸한 미소까지 짓고있었다.

“비웃어? 이렇게 엎퍼져서 팔 다리 부러진 날 보고 지금 비웃는거야?”

“심하게 다친게 아니라서…다행이야.”
“어이구. 위해주는척 하는건 여전하구나.”

그때 갑자기 문이 확하고 열렸다.

현지원이었다.  왜 다시 온거야 저사람은…분위기 파악 못하고..

두사람은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왠일로…”

“점심…시간이라…병원음식은 별로인것같아서.. 점심사왔다.  식기전에 먹어.”
현지원이 김밥봉투를 내려놓고 급히 나가려했다.

“지원씨. “
나의 뜻밖의 호칭을 들은 그는 두눈이 똥그래져서 나를 돌아보았는데,

“나가지 말아요.”
현지원이 무척 놀란듯했다.

“저 – 이분 아드님. 레슨 못해요. 저번에 contract 찢어서 버려주세요.”

하재혁과 현지원. 둘다 할말을 잃고 서있다…

“일얘기는 나중에하지. 그럼 쉬어.”
현지원이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주아야… 나를 만난게…그렇게 싫어?..”

“뭐? 너…기억상실증 걸렸니?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난…그래도 너가 반가운데… 너가 떠나가고…많이 힘들었지만…너가 행복하리라 믿고 나자신을 위로했어. 이제는 너를 만날수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었어. 나…많이 괜찮아졌으니까…그런데…너의 이런 모습…혼란스럽다…”

너무 기가막혀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허리가 끊어질듯 아파 다시 쓰러졌는데, 그가 내 등을 받치러 다가왔다.

“저리 가!”

그는 다시 놀란듯 했는데…

“너…이제 날 놀리는거야? 하루아침에 말도없이 사라진건 너였는데. 내가 떠나갔다고?”

그의 눈빛이 무척이나 흔들렸다. 거짓말인지… 내가 사랑한 하재혁은 이런 거짓말을 만들어낼 사람은 아니었다.

“…뭐..?…”

“너 지금 쑈하니? 일곱살이나 돼는 아들이 있다면서. 뭐. 내가 널 떠나갔다고?”
“Andy는…Andy는…입양아들이야… 주희가…남기고 간…”
“주희?”

최주희.

그녀의 이름 하나로 재혁과 나는 동시에 할말을 잃었다.



최주희는 우리학교 오케스트라의 first chair 첼리스트였다.
너무나 예뻤고, 성격도 좋아서 인기도 최고였다.
뭇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최주희라면 서로 조교를 삼으려고 탐낼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였고, 거기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음대3학년때 갑자기 진로를 바꿔서 메디칼 스쿨에 지원을 했다. 그리고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나와 재혁이 함께 대학원을 시작했을때, 그녀는 이미 메디칼 스쿨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취미로 음대에서 자주 클라스를 택했고, 재혁과 같은 string quartet ensemble에 뽑히게 되었는데…
나는 피아노과 였기때문에 재혁의 string quartet에 누가 있는지.  연습때 슬쩍 지나가다 보고 마는것이 전부였다.
최주희는 슬쩍 지나칠수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왔고. 또 그녀의 행동이 의아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부러 강의를 짤라먹고서라도 나는 재혁의 string quartet 연습 마치길 기다리러 연습실에 붙어있었다.
연습때마다, 연주자들은 메디칼 스쿨 수강생인 최주희의 실력에 감탄했고, 재혁도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실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녀는 유난히 재혁의 모든 행동에 예민했고 – 너무 예쁜 여자였기 때문에 더 그녀가 그리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재혁은 그만큼 멋진 남자였으니까. 내가 참아야지…싶기도 했다.

재혁은 그런나를 위해 일부러 그녀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걸어도 건성으로 대답했고, 연습이 끝나기가 무섭게 짐을 챙겨 나를 만나러 뛰어나왔다.

최주희. 그녀의 아들이라…

기가 막혔다.

정말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남기고..갔다니…주희가…죽었단 말이야?”

“….그래.”

우리는 또다시 아무런 말도 할수없었다.  이 복잡하고도 오래 묶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어찌 풀어나가야 한단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