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혁의 이야기*

주희는 재혁을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재혁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재혁을 깊이 사랑하기 시작했다.
세상모든것을 가져본 그녀는 재혁의 차가운 행동이 더욱 더 매혹적이기만 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주희는 재혁이 죽도록 사랑하는 나를.
나를 없애버리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위해선 아주 교묘한 계획이 필요했다.
쉽사리 나를 떠나보내거나 쫓아보내거나 …하면 재혁이 나를 안찾을리가 없다 계산한 그녀는…
우리를 둘다 떠나 보내게 만들었던 것이다.

주희는 재혁으로 하여금 나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재혁에게 마지막으로는 내가 떠나갔다고 했고,
한참 공연스케쥴과 졸업 준비, 그리고 음악 페스티발에 바삐 쫓아다니던 재혁과 나의 스케쥴을 교묘하게 이용한 그녀의 타이밍에.
우리는 둘다… 그렇게 고스란히 서로의 연락처를 잃어버린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떠나갔다고 믿은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모든 준비를 철저히 했다. 교수님과 학생들. 그 누구도 우리를 도울수 없도록 모든 스토리와 알리바이를 정확히 그들에게 심어 놓았다. 그들역시 순진하게 그녀의 스토리를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했고. 세상 끝날 까지 사랑한다던 우리 두사람은 그렇게 어이없이 헤어지고 만것이었다.

그래.  천재적이고 치밀한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우리는 평생을 살아도 다시 만나지 못했을것 같다.

재혁은 입양아였다.
어릴때부터 양부모아래서 힘든 유년기를 보낸. 불행한 삶을 일찌감치 경험해서 오히려 더 밝게 살아온. 그런 사람이었다.  Dr. Smith라는 그 청년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의 형, Craig는 최주희가 다니던 메디칼 스쿨에 같은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는. 최주희를 사랑했다.
그녀가 뜻밖에 갑작스런 암에 걸리고 목소리를 잃어버려 죽어갈때도 Craig는 그녀를 끝까지 지켜준… 바로 그 남자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녀는 끝까지 재혁에게 나와의 이야기를 고백할수 없었다.  너무나 긴 이야기였고, 너무나 힘든 이야기여서 목소리를 잃고 죽어가는 그녀는…눈물로. 미안하다는 글씨로만 재혁에게 Andy를 맡기고 떠나간것이다.
물론 Andy는 최주희와 또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난 아들이었다.  그녀가 죽기 바로 직전까지… Andy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왜 Andy를 재혁에게 맡긴것일까… Craig가 아닌… 재혁에게…그녀는 잠시 두사람을 착각했던것일까… 아니면 재혁에게 맡김으로써 Craig와 재혁,  한국인 아버지와 의사 아버지를 둘다 주고 싶었던 그녀의 마지막 욕심이었을까… 어쨌든 재혁과 Craig는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속했다.
서류에는 재혁이 아버지이지만, 실상 모든 Andy에 관한 일은 재혁보다 Craig가 더 나서서 처리하고 싶어한다.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난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