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려고…노력해온 사람이 있어. 나한테는…고마운사람이니까. “

준비됬다고 생각했는데…허…숨이 턱 막히면서도…눈물이 확 치솟아 오르려 했다.
깊게 삼켰다. 제발 흐르지 말기를 바라면서.
저 잘난 하재혁을 이 세상 여자들이 가만 놔뒀을리가 있나…
한숨인지.  기가막혀서인지. 가슴이 답답했다.

“너는…?”
나의 침묵은… 그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거짓말을 하고싶은 유혹도 있었다.
그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라고 자존심을 꼿꼿히 세우고 싶기도 했고.
아니. 난 너땜에 청춘 다 날려버렸어. 솔직히 그의 가슴에 못을 박아 주고싶기도 했다.



“재혁아. 나 때문에…힘들어 하지마.  이제는. 우리  평범하게 사랑하고…보통으로 살자… 복잡한 사랑. 아픈사랑. 싫어...”

“너는…정말 그걸 원해?”
재혁의 눈가가 촉촉했다.

내가 아무말 못하자, 그가 휙 하고 돌아 걸어와 내 앞에 똑바로 섰다.

“그만… 다 관두고. 없었던 일로 치면 좋겠어?”
“잊을것도 없고. 끝낼것도 없쟎아.  그 여자는 어쩔건데.”
“나는 그녀를…사랑하지 않아. 너가 시간을 주면. 정리하려고 해.”

“정리? 사람이 물건이니? 정리를 하게? 너 그렇게 나쁜놈이야?”
“그래.  나쁜놈이라도 좋아. 내가 치뤄야 할 몫이야. 쉽지 않겠지. 미안하겠지. 시간이…필요할거야. 그치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니까.”

“나를…사랑한다고..? 너… 그거 확실하니?”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난…지난 4년간 너를 증오했어. 어쩌면 너를 사랑한것보다 100배는 더.”

“오해였쟎아.”

“그래…오해였지…그치만 너무 오랜 세월이었어.”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갔다.

“너도. 그랬을거야. 그리워한만큼. 아팠을거고. 이제 겨우 괜찮아졌는데 다시 아프고 있쟎아.  너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난것도 – 조금은 나에게 복수하고 싶었던거 아니야?”

내가 지껄이는 소리가 정말 싫었다. 하고싶지 않은 말들이었지만. 진심이었으니까... 
말로는 설명할수없는 아픔이 정신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그래… 사실이야. 너가 날 떠나서 행복한줄 알고, 한동안 너무나 비참했었어. 그리고 너를 만나려고 다짐했을때…복수…그정도는 아니라도…조금은 그런 맘이 없었던것도 아니야. 그런데.
너를 처음 다시본 순간에. 내 마음은 다시 너에게로 돌아왔어.”

“나는…아직도 이것이 꿈이고 아팠던 지난 4년이 현실같아. 너가 나를 사랑한다는말이… 거짓말같아..”

“좀더…기다리자… 너도..나도…시간이 필요하니까…”
재혁은 아직도 자신의 마음을 부인하고 있는것같았다.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있는지…
그는 멍하니 울고있는 나를 부축해 집안 소파에 앉혀주었다.

“미안해…힘들게 해서…”

그는 그 말을 남기고는 감정을 자제하려는듯 뒤돌아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돌아가고 나는 몇시간을 그자리에 앉아 울었다.
아…이렇게 울면 정말 가뜩이나 부운 나의 얼굴은 뭐가 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