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애를요? 정말이요?”
“…가봐야 알겠지만…”
“잠깐 계세요. 제가 곧 나올께요. 저도 같이 가요! 기쁜소식이잖아요!”

주소만 가지고 그와 함께 차를 타고 도착한곳이 학교에서 30분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좁은 골목길에 유흥없소들이 즐비한 아주 어둡고 지저분한 구석가였다.
이런곳이 있었나…싶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동네였다.
현지원의 표정이… 이루 말로 설명할수없이 혼란스럽다.
언제나 자신있고 반듯한 그가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 처음이다.
김영석의 지인을 통해 찾게된 지애. 김영석의 상황을 생각하면 예상할수있었지만 이렇게 막상 와보니 겁이났다.


“넌…여기 있어라.”
“같이 가요.”
“이정도일줄은…넌 여기 있어.”
“괜찮아요. 저도 갈래요.”
그가 나에게 차 키를 건내주었다.
“금방 나올께. 문 잠그고 있어. 지애를 찾으면…함께 나올테니까.”
그가 걸어들어가는데…
너무너무 궁금했다.

나중에 뭐라하더라도, 에라. 나는 몰래 그의 뒤를 쫓아들어갔다.
담배냄새로 꽉차고 현란한 불빛이 휘날리는 그곳은… 온통 주위가 산만하고…늦은 오후라 손님은 몇 없었지만, 건장한 남자들, 덩치커다란 건달들이 낄낄거리며 술을 마시고, 놀음을 즐기고 있었다.
현지원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누구든 나를 확 낚아채면 그대로 나는 바람과 같이 사라질것 같은 분위기였다.

얼른 커다란 의자에 숨듯 앉았는데, 뿌연 담배연기사이로. 현지원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건너편으로 담배를 피우는 여인이 보인다.
나이가 40은 들어보이는. 현란한 화장으로 찌들은 얼굴의 여인이 보인다. 설마. 지애가.. 저사람이 지애일까…

더가까이 숨어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현지애…씨죠..?”
“누…누구세요? 제 이름은 제클린인데.”
현지원이 눈을 감는다. 숨이 막히도록 괴로운 표정이다.
“지애야… 오빠야.”
그녀가. 담배를 떨어뜨린다. 입술을 부르르 떨고. 얼음처럼 온몸이 굳어버린다.
“오빠라니. 너 누구야! 너. 누구야!” 목소리가 찢어진다. 날카롭고, 술에 찌든 목소리다.

“지애야…나. 지원이야.”
그녀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휘청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현지원이 금새 그녀의 손목을 잡아 돌리는데.

“지애…맞지…?”

그녀는 차마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의 이름을 내뱉지도 못한다. 그녀는 현지원의 팔을 뿌리치고 다시 뛰어나가려 한다.
“살아있어줘서...고마와."

그녀가 숨을 헐떡거린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괜찮아… 괜찮아 지애야.” 현지원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그녀는 고개를 내 젖는다. 미친사람같이 마구 마구 고개를 휘젖는다. 손을 부르르 떨고. 온몸이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휘청거린다.
현지원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자신의 품에 떨고있는 지애를 안았다.
그녀가 오열하기 시작하자,
그는 그대로 지애를 꼭 안고 있더니…
자신의 양복으로 야하게 드러난 그녀의 어깨를 덮어주었다.